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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국민은행 ‘공격’에 업계 ‘술렁’
[초점] 국민은행 ‘공격’에 업계 ‘술렁’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3.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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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생명 인수의향서 제출, 보험업 진출 선언…합작파트너 ING 압박용일 수도 오랜 투병을 끝내고 경영 일선에 복귀한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은행 창구에서 보험 상품을 팔 수 있게 허용하는 방카슈랑스 실시를 불과 한 달 앞두고 보험업 진출을 전격 선언해 관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부실금융회사로 지정돼 지난 1월부터 공개매각이 추진 중인 한일생명 인수에 ‘관심’이 있다며, 지난 7월16일 예금보험공사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전국에 1248개의 점포망을 갖추고 있는 ‘수퍼 뱅크’ 국민은행의 보험업 직접 진출은 그동안 보험사들이 가장 경계해 온 시나리오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실제 한일생명 인수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우선 국민은행은 어떤 형태로든 보험업 진출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국내 4개 대형은행 중 유일하게 보험 분야에 마땅한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하다.
우리금융그룹은 삼성생명과 제휴해 조인트 벤처 형태의 합작 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미 프랑스 카디프생명과 공동 투자로 방카슈랑스 전문보험사 SH&C생명을 만들었고, 하나은행 역시 알리안츠그룹과 함께 만든 하나생명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국민은행은 합작 보험사 설립을 전제로 상호 지분투자를 해온 ING그룹과의 협력 관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을 뿐이다.
방카슈랑스 시행안에서 특정 업체끼리의 독점적 제휴가 금지돼 ING측이 추가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간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지만, 타결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보험업에 진출한다면 한일생명 인수는 상당히 매력적인 방안이다.
한일생명은 자산 926억원으로 비교적 덩치가 작고, 부실 보험사지만 공적자금을 투입해 클린화한 후 넘겨받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보험업 라이센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삼성증권 유재성 연구위원은 “방카슈랑스가 2~3년 내에 큰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방카슈랑스 역량을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은행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수수료 수익을 계속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김우진 연구위원은 “아웃소싱이나 제휴보다는 보험업에 직접 뛰어드는 것이 수익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며 “국민은행이 한일생명을 인수할 경우 신속한 경영 정상화를 통해 얼마나 빨리 턴어라운드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에선 국민은행의 인수의향서 제출이 ING를 압박하기 위한 협상용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도이치뱅크의 스티븐 마빈은 국민은행이 한일생명 인수 의사를 밝힌 것은 ING그룹의 추가 출자를 끌어내거나 방카슈랑스 사업에서 수수료율을 인상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일생명 매각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 정리기획부 김용우 팀장은 “7월 넷째주부터 국민은행의 실사가 시작된다”며 “양해각서 체결까지는 2달 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양해각서 체결 없이 바로 가격 협상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올해 방카슈랑스 시장의 40%를 장악하겠다고 밝힌 김정태 행장이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표/한일생명 현황 (자료: 금융감독원, 2002년 기준) 자산/926억원 부채/1875억원 자본/-950억원 수입보험료/329억원 시장점유율/0.1% 지급여력비율/-287.9% 임직원/1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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