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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카드사 살리려 채무자 울리나
[초점] 카드사 살리려 채무자 울리나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3.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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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업계, 부실채권 통합관리 계획…신용불량자, 빚 독촉에 더욱 시달릴 수도 신용카드사 위기가 엄습하면서 정부가 내놓은 ‘4·3 카드사 대책’의 후속 조치로서, 카드사의 부실채권 회수율을 높일 방책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를 위해 카드사들이 공동으로 채권추심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던 중, LG투자증권과 산업은행이 제2금융권의 부실채권을 인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방안을 5월부터 카드사들에게 개별적으로 제의했다.
대부분의 카드사는 이에 공감하고 참여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1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이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우선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AMC를 설립하기로 했다.
AMC는 다중채무자(여러 금융기관에 빚을 진 사람으로, 전체 신용불량자의 3분의 2를 차지함)의 부실채권을 매입, 이를 SPC(유동화전문회사)에 양도하고 SPC는 이를 담보로 ABS를 발행한다는 것이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LG투자증권과 산업은행이 ABS 발행을 공동 주간하고, 산업은행은 발행에 필요한 신용보증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채권추심 창구를 단일화함으로써 다중채무자가 겪는 부담을 덜고, 이를 개인워크아웃과 연계, 운영해서 신용 회복의 기회를 넓히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즉 다중채무자의 빚이 AMC 한 곳에 모여 공동으로 관리됨으로써, 채권금융기관 5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개인워크아웃 채무 재조정을 좀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감독원 노태식 비은행감독국장은 18일 “지금까지 7개 카드사와 제일, 대구 등 2개 시중은행, 2개 할부금융사를 포함해 모두 11개 금융기관이 공동 채권추심기구 설립에 참여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LG투자증권과 산업은행은 참여기관의 부실자산 평가를 위한 실사를 거친 뒤, 8월말부터 ABS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참여 금융기관 확정, 양도대상 채권 선정, 자산실사를 통한 양도가격 결정, 선순위채와 후순위채 규모 결정, 산업은행의 리스크 평가 및 신용공여 가능금액 산출 등 사전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산업은행 김정원 차장은 “금융기관, 특히 은행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장담하기 어렵지만, 신용불량자 정책으로서 효과를 발휘하려면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참여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신용불량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부실채권 전문관리회사의 빚 독촉에 더 혹독히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고승범 비은행감독과장은 카드사의 채권회수율을 높이면서 신용불량자의 채무재조정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애초 이 프로그램이 카드사의 부실채권을 조금이라도 더 회수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 만큼, 채무자가 더 곤란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노태식 국장도 “대형은행까지 다 들어와서 AMC의 덩치가 너무 커지면 각사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고, 산업은행의 신용공여 여력도 부족해질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이 제도가 신용불량자 대책으로 기능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음을 내비쳤다.
현재 국회에서는 통합도산법의 대안으로 발의된 개인회생절차법도 제대로 심의되지 못하고 있다.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정부의 AMC 설립 방안은 신용불량자를 위한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카드사의 채권추심 공동 보조에 앞서, 채무 면책을 포함한 과감한 채무재조정 노력이 더욱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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