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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돋보기] 만장일치의 선거, 이번에도?
[북한경제 돋보기] 만장일치의 선거, 이번에도?
  • 김보근/ 한겨레통일문화연구소
  • 승인 2003.08.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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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신화를 깨라.” 북한에서 오는 8월3일 제11차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남한의 국회의원에 해당) 선거가 실시된다.
이 선거가 북한 경제에 단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침체에 빠져 있는 북한 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이번 선거에서 북한 정권이 집착하고 있는 ‘100% 신화’를 깨야 한다.
‘100% 신화’란 북한 당국이 각종 선거를 ‘100% 참여, 100% 찬성’으로 치렀다고 주장하는 것을 가리킨다.
북한은 1963년 12월3일 열린 도·시·군·리·로동자구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비롯해 그동안 여러 선거에서 ‘100% 신화’를 강조해 왔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5년마다 실시하고 있다.
제10기 대의원 선거는 98년 7월26일 실시됐으며, 모두 687명을 뽑았다.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98년 9월5일 열린 제10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국방위원장에 취임했다.
문제는 이번에도 북한 당국이 ‘100% 참여, 100% 찬성’을 강조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조짐은 곳곳에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이번 선거를 통해 “선군의 기치 밑에 일심단결된 주체혁명대오의 위력과 그 어떤 풍파에도 끄떡 없는 사회주의 조국의 존엄과 위용을 다시 한 번 과시할 것”(조선중앙통신 7월16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 내부는 선거 참여 독려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7월17일치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온 나라 도시와 농촌들, 기관, 공장, 기업소들에는 선거와 관련한 선전그림들과 ‘모두 다 선거에로’ 등의 구호들이 나붙기” 시작했다.
또한 “극장과 영화관, 회관들에서는 예술단체들과 학생선거선전대들의 예술 선동활동이 진행되고” 있으며, 아울러 “학생취주악대와 학생가창대들이 거리와 마을을 오가며 선거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물론 북한 선거는 남한 선거처럼 대규모 선거 자금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100% 신화를 위해 동원되는 사람들의 기회비용을 따진다면, 이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이런 선거 비용을 정치 의식과 충성심 고양을 통해 만회하려 한다.
평양강철공장 용해공 정착덕씨가 “김정일 위원장께서 제649 선거구에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자로 추대된 소식에 접한 때부터 생산에서 놀라운 혁신이 창조되고 있다.
”(7월7일 조선중앙통신)고 밝힌 부분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100% 신화’가 지속되는 선거는 ‘선거의 가장 큰 순기능’을 놓치고 있다.
바로 ‘현실에 대한 불만 토로와 비판’이 그것이다.
남한 선거는 과도하고 음성화된 선거 비용, 선심성 공약 따위 때문에 경제에 주름을 지운다고 한다.
그러나 남한 선거는 ‘현실에 대한 불만 토로와 비판’의 장이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에 순기능을 할 수 있다.
북한은 21세기에 강성대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렇다면 그 출발점 가운데 하나는 오는 8월3일 선거에서 ‘100% 참여, 100% 찬성’ 원칙을 깨는 것이어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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