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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읽기] 원화 절상, 가능하면 느리게
[경제읽기] 원화 절상, 가능하면 느리게
  • 신후식 대우증권 수석 이코노
  • 승인 2003.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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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일 발표된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은 2.4%로, 당초 기대치(1.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도 개선되고 있고, 시카고 PMI지수도 회복세를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거대한 경상수지 적자 등 구조적인 문제점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급속히 늘어날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5030억달러로, GDP 대비 4.8%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5.3%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제연구원의 캐서린 만은 GDP 대비 4.2%를 상회하는 경상수지 적자는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대한 경상수지 적자에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것은 증권, 특히 국채와 기관채 등을 해외에 팔아 부족한 달러를 보전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가들이 미국 주식을 500억달러, 채권은 무려 4570억달러어치나 샀다.
미국 경기가 지속적으로 회복하려면 결국 해외 투자가들이 미국의 채권을 계속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해 미국의 채권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고 있다.
달러화 가치도 약세 기조를 보이고 있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데다 달러화 가치마저 하락하자 달러표시 채권을 구입한 외국인 투자가들은 여간 손해가 아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미국 채권 투자 비중을 더욱 줄여 나갈 것이다.
이럴 경우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줄여야 한다.
경상수지를 줄이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낮추어 수입 수요를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달러화 약세를 통해 수출을 늘리거나 수입을 억제시키는 방법이다.
내년 중 대통령 재선을 앞두고 있는 부시 대통령 입장에서는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정책보다 달러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해 2월 이후부터 올 상반기까지 유로화는 30% 이상 절상되었다.
그러나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는 절상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문제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4개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전체 무역적자액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액이 1031억달러, 일본은 704억달러, 한국은 135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유로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상 폭이 적었던 것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채권을 많이 사주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개입 정책을 미국이 눈감아 준 것이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동아시아 국가들의 대미 채권 구입 둔화 추세가 현저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채권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자금 유입이 줄어들면 부족한 달러화를 보전하기 위해 미국은 또다시 달러화 약세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이번에는 원화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크게 오를 것이다.
원화가치 상승이 대세적으로 불가피할 지라도 절상 속도를 위안화와 엔화보다 느리게 조절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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