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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닷컴 사망 이제부터 시작
1. 미국, 닷컴 사망 이제부터 시작
  • 신동호
  • 승인 2000.06.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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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의 시체들이 즐비하게 쌓이기 시작했다.
1억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으며 엄청난 광고 공세를 펴 화제를 모았던 영국의 부닷컴 Boo.com이 지난달 18일 쓰러졌다.
바로 다음주에는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디즈니의 토이즈마트 Toysmart.com, 크래프트숍 CraftShop.com, 브랜드와이즈 Brandwise.com가 차례로 문을 닫았다.
팔리기 기다리는 도메인 즐비 이미 닷컴의 공동묘지에 묻혀 뼈만 앙상하게 남은 회사도 한두개가 아니다.
선물용품 소매상 바이올렛 Violet.com, 교육용 장난감 소매상 레드로켓 Red Rocket, 사이버숍 Cybershop.com 등은 도메인만이라도 팔리길 기다리며 관 속에 누워 있다.
그러나 미국의 내로라하는 컨설턴트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닷컴의 죽음은 이제 겨우 서막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29살의 두 스웨덴 청년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세운 Boo.com은 시작한 지 반년도 못돼 문을 닫았다.
프랑스의 사치품 부호인 베르나르 아르노를 비롯해 베네통, 골드만 삭스, J.P모건 등 쟁쟁한 기업들로부터 1억2500만달러라는 거금을 끌어들였지만, 황금성을 쌓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세계를 무대로 온라인 패션상점을 차린다는 두 젊은이의 아이디어는 그럴 듯했다.
웹사이트를 7개국어로 구성하고, 소비자가 마치 진열대에서 옷을 보는 것처럼 360도로 돌아가면서 3차원 입체영상으로 보여주겠다는 야심으로 불탔다.
결국 그것이 화근이었다.
본사가 있는 런던말고도 뉴욕, 파리, 스톡홀름, 암스테르담, 뮌헨에 사무실을 만들었다.
40명으로 출발한 직원수가 순식간에 400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그렇게 사세를 넓히며 한달에 100만달러를 썼다.
하지만 이들이 첫 석달 동안 벌어들인 돈은 겨우 68만달러에 불과했다.
돈을 더 끌어들이려고 몸부림쳤으나 헛수고였다.
마지막에는 KPMG를 찾아가 청산절차를 밟으며 다만 얼마라도 돈을 건져주기를 바랐으나,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파산을 선언한 순간 이들에게 남은 돈은 50만달러에 불과했다.
암스테르담 포레스터 리서치의 분석가인 테레스 토리스는 “99%의 유럽인들 그리고 98%의 미국인들이 Boo.com이 제공하는 3차원 애니메이션을 볼 수 없는 인터넷 대역폭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에 맞지 않는 무모한 계획으로 엄청난 자금을 끌어들인 것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영국의 인터넷 기업들 가운데 25%가 앞으로 6개월 안에 자금고갈로 쓰러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과열경쟁에 쓰러진 토이즈마트 미국에서는 월트 디즈니의 투자로 한때 잘나가던 인터넷 장난감 소매상 토이즈마트가 지난 5월22일 문을 닫았다.
매사추세츠주 월댐에 본사가 있는 이 회사에는 지난해 8월 이후 디즈니가 4500만달러를 투자했다.
토이즈마트는 안전하고 교육적인 장난감만을 판다는 구호를 내걸고 사업을 시작해 98년에는 1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지만, 인터넷 장남감 가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 경쟁이 격화되는 바람에 적자를 키웠다.
비좁고 이윤이 적은 장난감 시장에 10개가 넘는 온라인 상점이 들어섰으니, 누군가가 망하는 것은 디지털 다위니즘의 필연적 결과다.
토이즈마트는 지난 4월 직원 55명을 감원하고 소비자뿐 아니라 도매상들에게도 장난감을 판매하는 전략을 수립해 디즈니와 다른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모으려 안간힘을 썼으나 자금고갈로 결국 망하고 말았다.
또한 시디나우 CDNow.com와 닥터쿠프 DrKoop.com 같은 대형 소매상들도 돈이 바닥나면서 회사를 팔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미국의 로펌들은 제철을 만나기나 한듯 부도전문 변호사들을 고용하고 있다.
신생 닷컴의 청산을 도와주는 스타트업페일류어 Startupfailures.com란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미국의 분석가들은 닷컴의 사망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본부가 있는 포레스터 리서치도 지난 4월에 낸 보고서에서 서투른 자금 운영, 지나친 광고비 지출, 그리고 우후죽순 생겨난 비슷한 닷컴들과의 과당경쟁 때문에 2001년까지는 대부분의 온라인 소매상들이 사업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분석가인 데이비드 쿠퍼스타인은 “많은 닷컴이 쓰러지면서 월마트, 토이즈러스 같은 많은 기존 소매상들이 더욱 강력하게 인터넷 게임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치열한 전투에서 살아남으려면 피상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많은 돈을 낭비하지 말고, 스케일, 서비스 그리고 스피드를 끌어올려 구체적 재산가치를 올리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슈퍼 닷컴만이 살아남을 것” <월스트리트저널>도 지난 봄 닷컴주식의 폭락 이전까지 나스닥 주식시장이 과열돼, 확실치 않은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이 없는 회사들까지 과분하게 벤처자금을 공급받았다고 분석했다.
엔젤인베스터스 LP의 론 콘웨이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회사들의 주식상장길이 사실상 닫혔으므로, 앞으로는 돈을 탑 클래스 회사들에게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미국에서는 몇개의 강한 닷컴만이 살아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가트너그룹은 앞으로 5년 안에 닷컴기업이 기존의 기업들이나 닷컴-전통 접목기업이 내는 수익률을 앞지를 가능성은 20%에 불과하므로, 앞으로 2년 동안 기존 오프라인 회사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닷컴을 인수하면서 하이브리드 경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 닷컴의 탄생신화가 무너지려 하고 있다.
“살고 싶으면 몸집을 키워라”
최근 미국의 컨설팅회사인 매킨지는 아마존처럼 큰 덩치를 갖지 않는 한 구조적으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결론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인터넷 소매상들은 물건을 팔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약을 파는 드럭스토어 Drugstore.com의 경우 처방약품은 한번 거래할 때마다 11달러, 비처방약품은 16달러 가량의 적자가 쌓인다.
스포츠용품 소매상인 포그독은 한번 거래 때마다 5달러의 적자가 쌓이고, 식료품 소매상인 웹밴은 13달러, 장난감 소매상인 이토이즈는 4달러의 적자가 발생한다.
이번 조사 이전에 이뤄진 분석이지만 최대의 인터넷 소매상인 아마존도 고객과 한번 거래할 때마다 책은 5달러, 책 이외의 물품은 7달러의 적자가 발생한다.
매킨지는 적자의 요인을 세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장난감 같은 품목은 공장에서 가져와, 포장하고 선적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
게다가 주문 물량도 적기 때문에 애초부터 불리함을 안고 들어가게 된다.
둘째, 웹 소매상들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해 하나의 주문을 처리하는 데 12~16달러라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여러 물품을 묶어서 소비자가 한꺼번에 주문할 수 있는 큰 소매상이 이익을 내는 데 유리하다.
셋째, 장사 경험 부족과 치열한 가격 경쟁, 재고와 반품되는 물품에 대한 관리 부실 때문에 상점망을 갖고 있지 않은 순수한 웹 소매상들은 총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상점망을 가진 기존 오프라인 소매상은 순수 온라인 소매상보다 높은 총마진을 얻을 수 있다.
웹 소매상들이 무차별적으로 마케팅 캠페인을 하면서 서버에 등록될 확실한 고객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것도 적자의 또다른 요인으로 지적됐다.
매킨지의 보고서는 “웹 소매상이 살아남으려면 한건의 주문 액수가 최소한 100달러, 총마진이 25%는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윤을 낼 수 있는 잠재력은 업종간에도 큰 차이가 있다고 분석한다.
장난감은 어려운 반면, 식료품은 초기투자는 많이 들지만 고객이 정기적으로 물건을 다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이익을 내기가 쉽다는 것이다.
매킨지 보고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갖는 다채널 온라인 소매상이 되어야 총마진을 높일 수 있고, 고정비용이나 광고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채널 소매상의 경우 수입과 지출이 같아지는 브레이크이븐 포인트는 순수한 온라인 소매상과 비교했을 때 보통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매킨지는 심지어 아마존만 남고 모든 웹 소매상들이 망할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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