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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
[서평]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3.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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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보고 나무를 사라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
“좋은 종목 하나 추천해 주세요.” 좋은 종목이 어디 따로 있는가. 투자자한테 돈 벌게 해주는 종목이 좋은 종목이다.
문제는 투자자한테 ‘늘’ 돈을 안겨 주는 종목이란 없다는 데 있다.
그것이 삼성전자든, 하이닉스든. 중요한 건 ‘언제’ 사서 ‘언제’ 파느냐다.


그런 분께 종목 대신 책을 한 권 추천해 드리겠다.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고 캘리포니아 어바인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피터 나바로 교수가 썼다.


경제학자 말 들어서 돈 버는 것 못 봤다고? 이 책은 좀 다르다.
실전을 치러 본 사람들은 눈치 챌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원칙들이 투자자의 돈을 불려 주지는 못할지 몰라도 큰 위험을 막아 줄 수는 있다.
게다가 이 책은 요즘 흔히 나오는 재테크 책들처럼 ‘10년 안에 10억원 벌기’류의 사기도 치지 않는다! 세상에 어느 상황, 어느 투자자에게든 큰돈을 벌어다 주는 투자 비결은 없다.
그런 비법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책은 대개 독자보다는 지은이와 출판사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불려 주곤 한다.



큰돈을 벌기보다 위험부터 헤지하라

실전에 적용할 만한 구체적인 투자 요령을 담은 책들은 아무리 쉽게 쓰였어도 읽기가 쉽지 않다.
많은 사례와 유머를 사용해 만만해 보이긴 해도 이 책 역시 술술 읽히진 않는다.
원래 시장이 그렇다.
만만해 보여도 절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시장은 경제 펀더멘털, 경기 순환과 같이 가면서 다르게 움직인다.
마치 두 마리 개와 사람이 함께 산책하는 모습 같다.
주인은 경제 펀더멘털, 즉 경제의 성장 추세다.
개 두 마리 중 민감하고 재빠르게 나가는 녀석은 시장, 둔하나 주인 곁을 충실히 지키며 나가는 녀석은 경기 순환이다.
이 책은 이 현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경기 순환은 롤러코스터와 비슷하다.
경제 활동이 최고조에 이르는 정점, 총생산의 침체로 야기되는 저점, 완전 고용으로 경제가 팽창하는 회복기 혹은 호전기가 있다.
이 순환의 각 단계는 성장 추세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증시 사이클은 경기 순환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국면을 나타내며 나란히 움직인다.
…증시 사이클은 경기 사이클의 선행지표다.
경제가 팽창 정점에 도달하기 훨씬 전에, 증시 사이클은 이미 초반 약세 국면에 들어선다.


경제 추세의 어느 지점, 경기 순환의 어느 지점에서 증시의 어떤 부문은 뜨고 어떤 부문은 가라앉는다.
뜨는 부문에서도 어떤 종목은 뜨고 어떤 종목은 가라앉는다.
투자의 핵심은 ‘그것이 언제, 어느 종목에서 일어나느냐’다.


그것을 포착하는 방법을, 이 책은 크게 세 부문으로 나눠 이야기한다.
우선 경제의 큰 판을 움직이는 세력들을 본다.
다음으로, 경제의 큰 판을 본다.
또 게임판, 즉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본다.
이 책의 설명을 대강 요약하면 이렇다.


“새로운 거시경제의 파동이 경제에 몰아칠 때마다 그 여파는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미국과 세계 금융시장에 미친다.
대만에서 일어난 지진은 DRAM 칩 가격을 끌어올려 삼성전자에 더 많은 이윤과 주가 상승을 안겨 준다.
인플레이션이 증대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를 올리고, 이에 따라 달러 가치가 오르면 미국 수출 기업들의 수출량이 줄어 주가가 떨어진다.
미국 법무부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을 중단하려는 계획을 발표하면 경쟁업체인 썬마이크로시스템과 오라클의 주가가 오른다.


힌트는 뉴스에 담겨 있다.
뉴스는 경제와 기업에 큰 영향을 줄 만한 정치 외교적 사건, 천재지변, 정부 정책뿐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과 경기 순환을 비춰 주는 각종 지표, 시장 가격을 움직이는 투자자들의 심리와 수급 상황을 알려 준다.
뉴스가 저마다 어떤 뜻을 가지는가를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지은이가 소개하는 지표와 변수는 꽤 많다.
그중 강조되는 네다섯 개만 맛뵈기로 전해 드리겠다.
우선 매월 첫째 근무일에 발표되는 구매관리자 보고서의 구매관리자지수(PMI). 지은이는 중요도로 치면 “별 다섯개 만점에 다섯개짜리”라고 평가한다.
이 보고서는 한 달 시장을 좌우할 만한 종합적인 자료를 제시한다.
또 FRB가 중요하게 보는 몇 안 되는 지표 중 하나이다.
FRB가 경제, 경기를 어떻게 파악하는가는 매우 영향력 높는 변수다.
폴 크루그먼이 말했듯, 그린스펀이 오판을 저지를지는 몰라도 그가 원하는 것은 여하간 이뤄진다.


소매 보고서는 “별 네개짜리”다.
미국 상무성이 11일에서 14일 사이에 발표하는 이 보고서는 그달의 소비 유형과 소비자 지출 유형을 광범위하고 시의적절하게 보여 준다.
미국 소비자는 미국 GDP의 67%를 좌우하는, 가장 막강한 경제 주체다.
그래서 월스트리트도 이 보고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떤 종목이 뜨고 지나, 힌트는 뉴스에 있다

월스트리트의 똑똑한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선물과 TICK, TRIN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S&P 선물은 말 그대로 S&P 500 지수의 선물로, S&P 선물이 오르면 대개 S&P 500도 따라 오른다.
그러나 S&P 500은 반등하고 S&P 선물은 오르지 않으면 반등 지속 확률은 적어진다.
선물과 실제 지수의 격차를 이용해 매매 차익을 내는 세력들이 달라붙어 둘을 똑같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TICK과 TRIN은 강세장이냐, 약세장이냐를 나타낸다.
TICK이 +207이라면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상승주가 하락주보다 207종목 많다는 뜻이다.
TRIN이 1보다 적을 땐, 특히 0.4에서 0.9 사이에서 움직일 땐 강세장을 예고한다.
시장의 곰, 즉 약세론자들의 시각이 긍정적이란 뜻이다.
TICK과 TRIN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면 강세장이 올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둘이 제각각 움직일 땐 조심해야 한다.
이것은 시장 방향이 분명하지 않다는 뜻이다.





*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

피터 나바로 지음
이창식 옮김
예지 펴냄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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