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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김태현 인비트로플랜트 사장
[사람들] 김태현 인비트로플랜트 사장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3.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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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이나 사는 장미 보셨나요”


성균관대 학내 벤처기업이 바이오 기술을 이용한 히트 상품을 내놓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성균관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바이오 벤처인 인비트로플랜트가 그 주인공이다.
인비트로플랜트는 지난해 4월 식물조직 배양기술을 응용해 유리병 속에서 자라도록 만든 미니 장미를 개발했다.


이 상품은 유리관 안에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작은 장미가 살아 숨쉰다는 뜻에서 ‘핑거로즈’라고 불린다.
유리관에는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영양 요소가 첨가돼 있어 양분을 따로 주지 않아도 수개월 동안 건강한 장미를 감상할 수 있다.
인비트로플랜트는 장미 말고도 담배, 난초, 포도, 켈렌초이 등 10여종에 이르는 식물 미니어처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핑거로즈는 지난 1년 동안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렸다.
김태현(34) 인비트로플랜트 사장은 “지난 1년 동안 국내에서 10만개가 넘게 판매됐다”며 “크리스마스, 화이트데이 등 대목에는 공급량이 부족해 바이어들의 독촉에 시달려야 했다”고 말한다.
두 달 전부터는 일본에도 수출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일본에서도 물건이 부족해 못 파는 실정이라 조만간 현지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로열티를 받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한국과 일본에서 2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상품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인비트로플랜트가 성공을 거둔 것은 온라인상에서 제품 특성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팬시 제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김 사장도 “꽃 가게에 핑거로즈를 갔다 놓았다면 아마 실패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비트로플랜트가 추구하는 사업 모델은 ‘생활 속의 원예’이다.
이 회사는 핑거로즈의 뒤를 이을 상품으로 집에서 쉽게 식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고안한 ‘주비팟’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주비팟에는 간이 화분과 흙, 씨 등이 패키지로 들어가 있어 누구든 쉽게 생활 속에 원예를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주비팟 출시를 앞두고 이 회사는 스타벅스와의 사업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김태현 사장은 “대부분 폐기 처분되는 원두커피 찌꺼기는 식물 성장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며 “스타벅스에서 원예 재료를 제공받고 매장에서 상품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부의 아들인 김태현 사장이 원예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의 고향집은 부산 근교에서 원예 작물을 재배해 도시에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1997년 성균관대 유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원예 및 농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원예 사업에 관심 있는 동료 3명과 함께 2001년 4월 인비트로플랜트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회사 규모가 커져 직원이 15명으로 늘었다.
조만간에 성균관대 창업보육센터에서도 독립할 생각이다.


김태현 사장은 앞으로 전공 분야인 유전공학을 이용한 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삼성에버랜드와 함께 형광 식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해 밤에 빛을 내는 식물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대박의 꿈’을 꾸지 않는다.
작은 바이오 벤처기업인 인비트로플랜트를 꾸준히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그의 소박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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