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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온라인 장사 너희끼리 해라
[IT] 온라인 장사 너희끼리 해라
  • 이경숙
  • 승인 2000.06.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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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공간 체험실험1호 김태호씨의 '온라인으로 살기'
김태호(31)씨는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끓는 속을 가라앉혔다.

“실은 저는 지금 가상공간 체험 프로젝트를 수행중이거든요. 도대체 환불이 이렇게 늦어지는 이유가 뭡니까?”
돈은 그 다음날 바로 통장에 입금됐다.
의자 주문을 낸 지 15일째, 물건이 오지 않아 환불을 요청한 지 4일 만에 김씨는 선불로 낸 의자값 30여만원을 돌려받았다.
그나마 수차례 전화해 여러명의 ‘담당자’를 거친 끝에 겨우 얻어낸 성과였다.

도저히 못 먹을 쇼핑몰과 택배 ‘따로국밥’ 김씨가 한솔CS클럽 www.csclub.com에 의자와 매트를 주문한 것은 5월7일이었다.
배달에 3, 4일 걸린다던 의자는 11일이 지난 18일까지도 도착하지 않았다.
전자상점쪽은 택배기사가 집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그러나 옥션 www.auction.co.kr, 나산클래프, 용산컴퓨터쇼핑몰, 인터파크 www.interpark.com, 알짜마트 www.alzzamart.com 등 다른 전자상점에 주문한 물건들은 빠르면 사흘, 늦어야 너댓새 뒤에 도착했다.
또 같은 한솔CS클럽이라도 부산의 부모님과 ‘미래’의 장인장모에게 보내라고 주문한 물건은 4일 만에 제대로 배달됐다.
김씨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품 주문 확인은 전자우편과 게시판, 전화통화를 통해 수없이 하지 않았는가. 집 주변 약도도 분명히 보냈는데…. 김씨가 고심 끝에 찾은 원인은 주문 따로 배송 따로의 서비스 체제. 소비자가 인터넷으로 주문을 내고 돈을 지불하면 전자상점은 이를 확인해 제조업체에 주문을 전달한다.
제조업체는 택배회사에 주문품의 배달을 맡긴다.
이 과정에서 정보 누락이 생긴다.
상세정보일수록 더욱 그렇다.
김씨가 한솔CS클럽에 약도를 그려보내면서 구두로 설명한 정보 역시 전자상점과 제조업체를 거쳐 택배회사에 도달했을 땐 줄거리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았다.
사정이 이러니 배달이 되지 않는 데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따져물어야 하는지도 모호했다.
김씨가 주문 5일째 쇼핑몰 게시판에 올린 질문에 대해 전자상점쪽은 즉시 “곧 도착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담당자 바꿔드릴게요”라는 말을 서너차례 들으며 어렵사리 연결된 담당자는 “곧 조치하겠습니다”라고 친절하게 답변하곤 했다.
그런데도 의자는 결국 오지 않았다.
‘ 쇼핑몰은 제대로 주문했는데 제조업체에서 문제가 생긴 건가? 제조업체는 제대로 알려줬는데 택배회사가 처리하지 않고 있는 건가?’ 김씨는 자신의 항의가 제대로 전달되기나 하는 것인지, 의자는 어디만큼 와 있는 것인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 되었다.
김씨는 결국 주문 취소를 내고 인터파크에서 의자를 구입했다.
비록 마우스패드용 받침대가 빠져 다시 배달받기는 했지만 그는 20여일 동안 의자 대용으로 쓰던 씽크대 부품조각과 플라스틱 배달박스를 벗어난 게 기쁘기만 했다.
김씨가 이용한 다른 전자상점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주문과 제조와 발송을 따로 운영하기 때문에 주문을 낼 때마다 택배회사에 집의 위치를 다시 설명해야 했다.
게다가 소비자는 주문한 물건을 구체적으로 언제 받을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회사가 처리해주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
‘7일 이내 배달됩니다’ ‘사정에 따라 더 걸릴 수 있습니다’라는 몇마디 말로, 회사는 모든 의무에서 빠져나간다.
소비자는 물건을 보지 않은 채 물건값을 선불로 치루는 데 비해 쇼핑몰쪽은 어떤 부담도 없다.
또 회사는 소비자가 구매의사를 밝히는 즉시 돈을 받는 데 비해 소비자는 환불의사를 밝힌 뒤 사흘에서 일주일이 지나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전자상거래가 생활로 정착하려면 아직 멀었어.” 우리의 전자상점은 아직 학자들이 꿈꾸는 고객 중심 시장이 아니었다.
적어도 김씨가 직접 겪어본 바로는 그랬다.
김씨가 가상체험을 끝내고도 이용하고 싶은 전자상점은 다섯손가락 안에 꼽혔다.
“온라인 너머 소비자에게 다가가라” 그러나 이러저러한 불편을 겪어본 김씨는 ‘오히려 이렇게 전자상점을 운영하면 잘 되겠다’ 는 확신이 생겼다.
우선 아주 기본적인 서비스부터 확실히 제공해 소비자를 기쁘게 한다.
소비자는 포인트나 적립금 같은 인센티브보다 주문한 물건이 제때 제대로 도착하는 것을 더 원한다.
언제 올지 모를 물건을 기다리는 것만큼 큰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이다.
주문이 들어온 뒤 되도록 빨리 물건을 언제 어떻게 전달할지를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그 약속을 철저히 지킨다면 자연히 높은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배송은 아웃소싱이나 하청업체에 맡기지 않고 체인망을 이용한다.
단골 확보를 위해서다.
사이버 공간에서 고객들은 더 싸고 좋은 서비스를 찾아 이 상점에서 저 상점으로 아주 빠르게 움직인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사는 공간이나 욕구는 그렇게 빠르게 바뀌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과 상황을 잘 아는 전자상점과 이용 때마다 설명을 요구하는 상점이 있다면 어디를 이용할까. 김씨가 특정 전자상점만을 이용하지는 않겠다는 결심에도 불구하고 알짜마트의 단골이 되어버린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교문동 알짜마트 주인은 김씨의 주문이 들어오면 반드시 전자메일을 체크해 더 필요로 하는 물품이 없는가 살펴본다.
몇차례 거래 뒤 김씨가 전화를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상황임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또 모든 직원이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인터넷 사용환경을 제공한다.
인터넷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면 소비자가 전화 등을 이용하지 않고 전자우편, 게시판 등 인터넷서비스만으로 모든 주문절차를 끝낼 수 있다.
전화 한통으로 자장면 배달이 끝나는 것처럼…. ‘그래, 디지털 도구는 아날로그와 비슷할수록 성공할 거야.’ 김씨의 머릿속에는 무수한 사업기획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남은 1년 5개월 동안 연구할 과제가 많다.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시장은?
한국 전자상거래시장 규모에 대한 의견은 집계기관마다 차이가 크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급성장하리란 데에는 이견이 없다.
가령 전자상거래연구조합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시장 규모를 2천억원이라고 보고 올해 세배 가량 성장해 59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앤더슨컨설팅은 지난해 전자상거래시장이 800억원이었다면서 2003년엔 2조6천억원대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샐러먼 스미스 바니사는 올해 1억6천만달러(1760억원)에서 2005년 230억달러(25조3천억원)로 급신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전자상점 수는 1년 전보다 세배 이상 증가한 2천여개에 달할 것으로 관련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VSLAB의 가상공간 생활체험 프로젝트
과연 사람은 인터넷만으로 기본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 ‘가상공간 체험활동 프로젝트’(VSLAB)를 진행중인 라스21(대표 임갑철)은 이 연구가 기존의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단지 피험자의 생존력을 측정했던 ‘이벤트성 게임’과 비교하지 말라는 것이다.
라스21측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의 인터넷 인프라를 가늠하고 전자상거래 등 디지털경제활동의 전망을 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실험환경도 기존의 서바이벌 게임과는 다르다.
지난 5월1일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한 첫번째 파이오니아 김태호씨는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건평 30평, 대지 500평짜리 전원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하루 2시간, 반경 5㎞ 안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오프라인 상거래만 하지 않는다면 이웃과 약간의 대화도 허용된다.
또 매주 일요일엔 친지나 친구 등 외부인과 만날 수 있다.
7월1일 약혼녀 송선경(25)씨와 가상공간에서 아바타 결혼식을 올린 후엔 두 사람이 2001년 11월까지 함께 생활하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의 또하나의 목적은 인터넷에 사람의 ‘온기’를 이식한다는 것. 김씨는 지난 5월8일부터 봉천동의 열린공부방 학생 돕기를 위한 릴레이 기증운동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마련된 돈으로 김씨는 컴퓨터를 장만해 18명의 학생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홈페이지 www.vslab.org에서 동영상과 채팅으로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는 부산 동의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대신전자·니드시스템·정광사를 거쳐 라스21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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