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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머니] 리모델링 vs 재건축
[씽크머니] 리모델링 vs 재건축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3.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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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로 재건축 대안으로 급부상…수익성 뒤지지만 사업기간 짧고 공사비 저렴

“요즘 같아선 리모델링도 재건축 못지않은 알짜배기다.
”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현지 중개업자들의 이야기다.
현대 5차아파트는 오랜 기간 의견 조율을 통해 주민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지난 5월 이 아파트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시공사로 선정한 이후 8천만원 정도 가격이 치솟았다.
반면 재건축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인근 한양 7차아파트는 올 들어 가격이 오히려 떨어졌다.
현지 중개업자는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격이 다소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두 아파트 시세만 놓고 보면 리모델링 아파트는 재건축 아파트를 압도하고 있다.


최근 리모델링이 재건축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건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되면서 사업 추진 절차가 더욱 까다워졌고, 허용 연한도 최대 40년까지로 강화됐다.
특히 용적률 제한을 받게 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지난 80년대 중반 이후 지어진 복도식 아파트는 고층인 데다 가구수를 늘리기가 어려워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이 유리하다고 평가한다.


‘재건축 규제, 리모델링 촉진’이라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리모델링이 급부상하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원래 리모델링을 하려면 주민 100% 동의가 필요하지만, 정부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올 11월부터 주민의 80% 이상만 동의하면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리모델링 아파트도 시공 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안정성을 높였다.
재건축은 규제하고 리모델링은 활성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 시세 압도하기도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사업 기간이 훨씬 짧다는 장점이 있다.
재건축의 경우 복잡한 행정 절차와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아무리 빨라도 5년 이상 걸린다.
반면 리모델링은 비교적 쉽게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어 건축 기간을 포함해 2년이면 끝낼 수 있다.
비용도 재건축에 비해 저렴하다.
부동산뱅크 양해근 실장은 “통상 리모델링 비용은 평당 150만∼200만원으로, 재건축의 60~70% 선에 그친다”고 밝혔다.


리모델링은 아파트 내부를 개보수하고, 주차장 등 공용 시설을 개선하는 ‘대수선 리모델링’과 세대별 평형 확대를 동반하는 ‘증축 리모델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수선 리모델링은 입주한 지 10년 이상 된 아파트, 증축 리모델링은 20년 이상 경과한 아파트에 한해 허용된다.
최근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은 증축 리모델링이다.
아파트 평형을 늘리면 리모델링 비용을 재산가치 상승분으로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압구정동 구현대5차, 신사동 삼지, 동부이촌동 로얄, 방배동 삼호 등 서울 지역 7∼8곳 정도다.
압구정동 구현대5차 71동과 72동은 기존 35평형을 51평형으로 늘리면서 가구당 주차 대수를 1.3대 1로 변경할 계획이다.
방배동 삼호아파트는 1개동 93가구만 리모델링에 참여하고 있다.
발코니 확장을 통해 가구별 주거 면적을 8, 9평 정도 늘릴 예정이다.
이 밖에 강남구 신사동 삼지아파트는 23평형을 34평형으로 변경하고 지하 주차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최근 리모델링 시범 단지인 마포구 용강동 시범아파트는 리모델링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 준 바 있다.
용강 시범아파트는 지난 71년에 입주한 단지로, 지하 1층, 지상 5층 전체 9개동 가운데 2개동 60가구를 리모델링했다.
지난해 7월 공사를 시작해 1년 만인 올해 8월8일 입주를 시작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1평에 불과했던 발코니 면적을 5.57평으로 늘려 당초 18평이던 전용 면적이 22평으로 커졌다.
또 현관 출입구에 위치했던 화장실을 최근 경향인 평면 스타일에 맞게 방과 방 사이에 재배치했다.
현재 리모델링이 끝난 2개 동의 시세는 2억원 선으로, 리모델링 이전 시세보다 2배 이상 올랐다.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의 매매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압구정동 구현대5차 35평형이 시공사를 선정한 이후 8천만원 정도 가격이 상승한 것을 비롯해 방배동 삼호, 신사동 삼지 등도 3천만∼5천만원씩 올랐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로얄맨션 역시 대림산업을 시공사로 선정한 직후 2천만∼3천만원 가격이 상승했다.


과연 리모델링이 재건축의 뒤를 이어 ‘확고한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재건축 못지않은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 1대 1로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비교해 보면 어느 쪽이 수익성 면에서 우수한지 판가름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압구정동 구현대5차 35평형을 가지고 재건축 수익과 리모델링 수익을 비교한 바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35평형을 가진 사람이 재건축을 통해 51평형에 입주하면 약 2억4천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압구정동 현대5차 단지의 용적률이 182%이기 때문에 재건축을 해도 세대수를 늘릴 수는 없다고 가정했다.
현재 35평형 시세는 7억5천만원, 재건축 뒤 51평형의 가격은 12억원으로 예상했다.
재건축 공사비는 금융비용을 포함해 평당 400만원으로 잡았다.


한편 리모델링을 통해 35평형을 51평형으로 늘리면 가구당 예상 수익은 1억6680원으로 나타났다.
재건축을 했을 때의 70% 수준이다.
평당 공사비는 320만원으로 재건축의 80% 수준이지만, 리모델링 뒤 51평형의 예상 가격이 10억8천만원으로 재건축한 아파트의 9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건산연 윤영선 연구위원은 “리모델링은 건물의 기존 골격을 유지하기 때문에 평면 설계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재건축으로 완전히 새로 지은 아파트보다는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단순한 수치만 놓고 보면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수익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재건축은 앞서 밝혔듯이 요건이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드는 반면 리모델링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마무리할 수 있다.
윤 연구위원은 “노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주차장, 엘리베이터, 배관 등 아파트 시설에 불만을 갖기 마련”이라며 “불편함을 참으면서 불확실한 재건축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리모델링이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민 80% 동의 얻어야 사업 추진 가능

다만 리모델링도 사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있기 마련이다.
우선 공사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주변 아파트 시세가 높아야 한다.
보통 복도식 아파트는 30평형대를 기준으로 리모델링 이후 20% 정도 전용 면적이 늘어난다.
30평형을 36평형으로 리모델링할 경우 공사비가 평당 200만원이라고 가정해도 가구당 72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평당 시세가 1200만원 이상이어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그 이상 평형을 넓힐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증축 리모델링은 용적률 제한선까지 평형을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설계 구조에 따라 증축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삼성물산 리모델링사업부 한승호 과장은 “리모델링은 아파트 골조를 유지하면서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무한정 평형을 늘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35평형을 51평형으로 늘리겠다는 압구정동 구현대5차 아파트의 설계안도 서울시에서 반려된 상태이다.


또한 주민들 사이에 의견 조율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리모델링 역시 사업 진행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
실제 압구정동 한양, 미성아파트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려 사업 추진에 혼선을 빚고 있다.
김영진 사장은 “아파트 리모델링의 성공 여부는 주민 동의 80%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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