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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도국 졸업, 10년 후에나”
2.“개도국 졸업, 10년 후에나”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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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인구·연령 등 선진국과 큰 차이…협상 과정에서 다양한 전술 구사 절실 한국은 개도국인가, 아닌가. 개도국 지위를 둘러싼 문제는 향후 농산물 개방의 속도를 결정짓는 문제인 만큼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당연히 94년 UR협상 때처럼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밝혀왔다.
개도국으로 인정을 받아야 쌀과 같이 시장개방에 민감한 농산물을 ‘특별품목’(SP)으로 지정받는 등의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UR협상 때와는 달리 한국에 불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이 개도국 지위를 인정하는 데 있어 좀 더 엄격한 조건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이 지난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거나, 1인당 GDP가 2002년에 1만달러를 넘어섰다는 식의 경제지표를 들고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내 농업전문가들은 “안될 말”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임송수 부연구위원은 “UR 이행기간에 국내 농업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며 “낙후된 농업부문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취약한 상태”라고 말한다.
국내 농업현실을 조금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개도국 지위를 졸업할 만한 징후를 전혀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OECD 회원국의 농가 인구당 농업 GDP의 평균은 2000년 기준으로 1만710달러이지만, 한국의 경우 5552달러에 그치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등이 1970년 이전에 이미 2만달러 이상을 달성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단순히 OECD 회원국이라고 동등하게 분류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농가 인구의 비중만 봐도 선진국과의 차이는 뚜렷한 편이다.
국내 농가 인구 비중이 선진국 평균인 6%에 이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총 2% 정도가 줄어야 한다.
그런데 8% 내외에서 감소추세를 보였던 다른 회원국들의 사례를 보면 보통 연간 0.2% 정도가 줄었기 때문에 약 10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아직도 갈길이 먼 셈이다.
농업 종사자의 연령구조도 선진국과는 차이가 크다.
농림부 통계에 따르면 2002년 현재 국내 농가중에서 60살 이상의 경영주들은 56.7%에 달한다.
특히 선진국과 비교하면 노령화가 해소되는 주기가 더 길게 나타나고 있어 격차가 10년 이상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임송수 부연구위원은 “EU 국가들의 경우 이미 70년대에 농업구조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나왔지만 한국은 최근에 와서야 시작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취약한 농업구조 탓에 농업 부문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농업계에선 지배적이다.
농협중앙회 조사부 이경원 조사역은 “농가 인구 1인당 국내 보조가 OECD 평균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규모는 28조원인데, 이는 지난해 한국 정부예산의 19.5%에 달하는 규모”라며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한다.
따라서 향후 벌어질 협상에서 부문별 개도국 지위 유지전략을 쓰거나 다른 개도국과 공조를 벌이는 등 다양한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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