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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김인호 동북아협력포럼 대표
[사람들] 김인호 동북아협력포럼 대표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3.10.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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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한국 고속철로 이어야”

그만한 시장경제주의자도 아마 없을 것이다.
환난 직전 공직을 떠난 뒤 김인호(61) 전 경제수석은 “IMF는 한국이 시장경제, 글로벌 스탠더드대로 경제를 운용하지 않아 일어났다”고 힘주어 말하곤 했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시장경제연구원 운영위원장을 지내면서 그런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애써 온 그가 이번엔 동북아협력포럼의 대표로서 9월23일 첫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 주제는 ‘대륙간 고속철과 한국’. 이 자리에서 그는 유럽 대륙과 한국을 ‘고속철’로 잇자는 주장을 펼쳤다.
“기존 철도를 보강해 유럽과 동북아의 연계를 강화하자는 아이디어는 오래 전부터 나왔습니다.
요즘 들어선 고속철도로 대륙을 연결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하면 배로 가는 것보다 운송시간을 5분의 1로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 운송시간이 줄어들면 경제성은 높아진다.


최근 독자개발한 고속철이 시험주행에 성공해 한국은 세계 다섯 번째 고속철도 기술보유 국가가 됐다.
내년부터는 경부고속철도 운행이 시작된다.
이 모두 그가 보기에는 고무적인 첫걸음이다.
“세계 최대 경제권이 어딥니까? 미국, 유럽 아닙니까? 미국은 해운, 항공밖에는 교역방법이 없어요. 땅덩이가 우리와 연결되어 있는 유럽은 달라요.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까지 해운, 항공에만 의존했어요. 고속철로 연결되면 우리나라 물건이 유럽뿐 아니라 러시아, 몽골 등 중간 지역의 경제개발국에도 더 많이 갈 수 있게 됩니다.
북한이란 장애물이 만만치 않긴 하지만 주변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나오면 북한도 언젠가 바뀔 겁니다.


이런 꿈을 말하는 사람이 그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꿈은 구체적으로 꾸는 사람이 이뤄낸다.
그가 동북아협력포럼에서 하고 싶은 것은 아주 구체적인 플랜을 만드는 일이다.
“판이 차려지면 공부를 제일 많이 해놓은 사람이 분위기를 주도해 나갑니다.
대륙간 철도 연결은 주변국들이 모두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에 언제든 논의가 본격화될 겁니다.
이 주제와 관련한 연구검토 과제가 수십, 수백가지가 넘어요. 기차 바퀴를 어떻게 통일하느냐는 기술적 문제부터, 국가 주권을 어떻게 양보받을 것인가 하는 고도의 국제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그런 논의를 시작하면 할 말이 없지 않겠어요?” 동북아협력포럼을 통해 그는 관련 과제를 연구해 국내외에 공론화시키고 협력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 플랜에 대해 그는 우선 국내외 기업과 자본이 빠져 나가지 않고 더 들어올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나라부터 세울 것, 대륙간 철도 연결을 통해 동북아 안팎에 배후시장을 키울 것을 주문한다.
이런 주문은 그의 시장경제론과 맞닿아 보인다.
‘수요를 따르라. 그러면 길이 있나니.’ 나라별, 시장별로 제각기 엇갈리는 수요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한데 모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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