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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칼럼]한-칠레 FTA, 한시가 급하다
[리드칼럼]한-칠레 FTA, 한시가 급하다
  • 안호영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
  • 승인 2003.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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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5위, 휴대전화 2위, VCR 2위, 전자레인지 3위, 컬러TV 3위.”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들이 칠레시장에서 올 1∼4월중 거둔 시장점유율 순위 성적표이다.
지구 반대편의 머나먼 나라에서 ‘Made in Korea’ 제품이 2∼5등을 하고 있다니, 일견 자랑스럽고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나면,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1억3천만달러 규모를 수출한 자동차의 경우를 보자.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유럽연합(EU)산은 지난 2월1일부터,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시장공동체(Mercosur)산은 2002년 11월부터 칠레시장에 무관세 수입됨에 따라 우리나라 자동차의 칠레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2위에서 올해 1∼4월에는 5위로 하락했다.
이는 올 연말 미국-칠레 FTA가 발효되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휴대전화, VCR, 전자레인지, 컬러TV 등 우리의 다른 주력 수출품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칠레가 약 30여개 국가와 FTA를 체결하는 것에 주목하고, 바로 위에 예시한 것과 같은 수출시장 상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우리나라는 약 3년간의 협상 끝에 지난해 10월 칠레와 FTA를 체결하고, 지난 7월8일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은 농업에 대한 피해를 우려하는 농민단체의 압력에 떠밀려, 국회에서 아무런 진전 없이 표류하고 있다.
일부 농민단체에서는 칠레가 ‘농업대국’이며, 따라서 한-칠레 FTA는 우리 농업을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나, 칠레 농업의 실상을 알고 보면 이러한 우려는 상당부분 과장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농업대국이라는 칠레가 세계 농산물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6∼0.7%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대부분이 사과, 배, 포도 등 과수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정부는 한-칠레 FTA에 따라 예상되는 과수분야에 대한 피해를 2단계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최소화하고 있다.
첫째, 한-칠레 FTA 협상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칠레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 사과, 배, 성수기 포도(5~10월 수입)를 자유화 대상에서 제외했다.
칠레가 약 30개국가와 FTA를 체결했지만, 사과, 배, 성수기 포도를 제외한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둘째, 한-칠레 FTA 체결에 따른 보완대책으로 8천억원 규모의 특별기금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FTA 이행 특별법’이 마련되어, 지난 7월23일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되었다.
또한 이와 함께 농특세 연장, 부채경감특별법, 농어촌복지지원특별법 등 종합적인 농촌대책도 마련중에 있어 FTA 추진에 따른 농업인들의 우려는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칠레측은 지난 8월26일 하원에서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에서 한국을 지켜보자며 비준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한-칠레 FTA의 발효 여부는 오직 우리측의 비준 여부에 달려 있다.
민감한 과수가 협정에서 제외되었고,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보완대책이 마련되어 있는데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칠레시장의 잠식을 방치하는 것은 어떠한 경제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GDP 대비 무역의존도가 70%에 달하고 세계 12대 무역대국인 우리나라는 FTA가 확산일로에 있는 현상황에서 FTA를 활용하여야 할 필요성이 어느 나라보다도 크다.
따라서 FTA는 이제 우리에게는 “불가피한 선택”이 되었으며, 이를 위해 그 시금석인 한-칠레 FTA가 조속히 비준·발효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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