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6:14 (목)
[비즈니스] e장터, “튀는 상품이 효자상품”
[비즈니스] e장터, “튀는 상품이 효자상품”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3.10.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값비싼 경비행기부터 예비군복·애완용 악어 등 이색 물품 잇따라…홍보와 수수료 수익 ‘두 마리 토끼’ 예로부터 ‘장터’는 곧 만물상이었다.
시골 장터엔 없는 물건이 없다.
값싼 생활 필수품에서 평소 보기 힘든 진귀한 물건들까지 저마다 장터 한구석을 차지하고 시끌벅적한 풍경을 연출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 ‘e장터’가 꼭 이렇다.
최근 국내 인터넷 경매서비스에 올라오는 품목들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 주변기기나 중고 생활용품 등 ‘전통적’인 물품목록에서 벗어나, 상식을 깬 이색 물품들이 최근 경매시장을 달구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온라인에도 한바탕 신명나는 장터가 벌어질 모양이다.
지난 10월13일, 이니시스의 온라인 마켓포털 온켓 www.onket.com에는 이용자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드는 이색 물건이 올라왔다.
실제 비행이 가능한 초경량 경비행기가 매물로 나온 것이다.
이 물건을 내놓은 주인공은 레저용 항공기 및 관련용품 수입 판매업체 ‘윙포유’다.
이 업체는 지난해 홈페이지 등을 통해 모두 14대의 경비행기를 판 ‘전력’도 있다.
이번 기회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온라인 경매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온켓을 통해 내놓은 비행기는 체코와 이탈리아 등에서 제작한 초경량 경비행기 3종으로, 모두 11대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경매는 10월23일까지 계속된다.
경매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즉시 물건을 구매하려면 기종에 따라 3천만~7천500만원을 내면 된다.
온켓, 비행 가능한 경비행기 11대 내놓아<./b> 이보다 조금 앞선 9월말에는 옥션 www.auction.co.kr이 일을 냈다.
퇴역을 앞둔 보잉사의 여객기 5대가 매물로 올라온 것이다.
국내의 한 무역업자가 한 항공사에서 들여온 이 비행기는 경매가 시작된 지 하루만에 동이 났다.
곧바로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 5천500만원에 이르렀지만, 경매 내용이 언론 등에 알려지면서 일부 ‘큰손’들이 몰린 덕분이다.
옥션쪽은 “실제 비행은 불가능하지만, 카페나 공장 등으로 이용하려는 사업가들이 구매했다”고 귀띔했다.
한달여 동안 이들 사이트를 달궜던 ‘비행기 경매’는 e장터의 품목들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최근에는 ‘엽기상품’도 종종 사이트에 등장한다.
옥션에는 군복을 잃어버렸거나 크기가 맞지 않아 고심하는 ‘예비군’을 대상으로 한 ‘예비군복 세트’가 최근 등장했다.
예비군 상·하의와 허리띠, 고무링과 군화를 한 세트로 묶은 ‘동원훈련용 종합세트’가 6만9천원에 올라와 있다.
직접 발명한 샤워기를 팔겠다는 ‘발명가’가 있는가 하면, 길이가 1m에 이르는 1년생 새끼악어가 올라온 적도 있다.
지난 8월 중순에는 ‘집앞 마당의 모과나무’가 500만원에 나왔다가 유찰되기도 했다.
스위치만 누르면 머리를 두 갈래로 땋아주는 기구와, 칼이나 도마 없이 김치나 야채 등을 자르는 ‘김치자르미’ 등 아이디어 상품도 눈에 띈다.
부동산도 요즘 온라인의 단골 손님으로 자리잡을 태세다.
온켓은 10월20일부터 서울 송파구의 원룸과 오피스텔을 전·월세 매물로 내놓는다.
낙찰자에게 별도의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붙지 않으므로 싼 값에 거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앞서 옥션에는 얼마전 국내 한 업체의 멕시코 공장부지와 기계 설비 일체가 일괄판매(턴키) 방식으로 678억원에 나왔다가 유찰된 적도 있다.
이밖에 최근 경제상황을 반영하듯, 문을 닫은 쇼핑몰이나 PC방과 같은 ‘생계형 매물’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값비싼 매물, 서비스 신뢰도 향상에도 한몫 중개업자인 e장터 입장에선 이런 색다른 물품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우선 사람들의 시선을 모을 만한 물품은 그 자체로 홍보 효과가 크다.
옥션의 최상기 차장은 “보잉사의 비행기가 팔려나간 지 며칠이 지난 뒤에도 구입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며 “제품이 다양해지는 건 곧 일반인에게 인터넷 경매가 확산되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켓을 운영하는 이니시스쪽도 “경비행기 경매 소식이 알려진 후 또다른 경비행기 판매업체가 물건을 등록하고 싶다고 연락하는 등 벌써부터 홍보 효과가 대단하다”고 자랑한다.
이런 값비싼 매물은 일반인이 해당 사이트를 신뢰하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비행기나 부동산처럼 값비싼 물건들이 매물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사이트의 신뢰성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드러내놓고 기뻐하지는 않지만, 값비싼 물품을 중개하고 받는 수수료도 업체 입장에선 꽤 짭짤하다.
옥션이 비행기 5대를 팔고 받은 수수료는 전체 금액의 1.5%다.
비행기 한 대당 5천500만원이었으니, 수수료만 412만5천원을 챙긴 셈이다.
온켓에 올라온 경비행기도 즉시구매가로 팔린다고 가정하면, 전체 판매금액은 5억여원에 이른다.
“이번 경매는 특색 이벤트로, 수수료는 3% 미만으로 많지 않다”는 이니시스쪽 설명대로라면, 11대의 경비행기를 모두 팔 경우 수수료는 많게는 15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번 장사 치곤 꽤 짭짤한 액수다.
당분간 이런 이색 상품들은 끊이지 않고 e장터에 올라올 전망이다.
인터넷 경매서비스 업체들은 “비행기처럼 일반 쇼핑몰에서 팔기 힘들고, 보관 장소나 판매 장소가 마땅찮은 물품들은 인터넷 경매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인터넷 경매는 해당 업체의 신뢰성만 보증되면 물품 종류에 관계없이 모두 등록이 가능하므로, 박리다매의 원칙에 맞게 다양한 사업자들이 더욱 많이 참여해 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될 성 부른’ 물품의 경우 인터넷 경매업체가 먼저 나서 해당 업체에 판매를 제안하기도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