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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벤처기업 CEO 165명 설문조사
[커버] 벤처기업 CEO 165명 설문조사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3.11.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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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에 육성책 치중, 총점 63점 혹평…자금·세제 지원, 가장 큰 도움으로 꼽아

“2005년까지 벤처기업 4만개를 육성해 고용인력을 120만명으로 늘리고 매출액 비중도 국내총생산액(GDP)의 18%까지 확대하며, 특히 2002년까지 20여개의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을 나스닥에 상장시키겠습니다.
” (2000년 1월 김대중 전 대통령, ‘새천년 벤처인과의 만남’에서)

지난 97년 3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생겨난 이후 우리에게는 찬란한 벤처의 시대가 펼쳐졌다.
정부에서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벤처기업 확인제도를 만들어 ‘자랑스러운 벤처기업’임을 직접 인증해 주었다.
낯설었던 단어 ‘벤처’는 재벌기업의 대안으로서 우리 경제의 중심축으로 우뚝 솟는 듯했다.


그러나 6년의 시간이 지나고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 벤처정책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폭풍처럼 몰아쳤던 코스닥 열풍은 흔적조차 찾을 길 없고, 코스닥 존폐 위기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밤하늘의 별처럼 쏟아졌던 기업들 속에 사이비 벤처들이 부지기수로 있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벤처의 시대를 이끌던 벤처캐피털들이 잔뜩 움츠린 채 기지개를 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지난 시대의 구호는 모두 사라져버린 것인가.

해답을 찾기 위해 은 벤처기업 CEO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지난 벤처육성정책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이며, 앞으로 벤처기업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벤처기업협회 소속 165명의 CEO들은 설문지 속에 벤처의 현 상황을 담아 보내주었다.
앞으로 벤처정책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 그들의 답변 속에 실마리가 있다.



“아직도 우리는 목마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벤처기업인들은 벤처육성책이 충분치 않음을 한 목소리로 토로했다.
특히 자금문제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숙제임을 역설했다.
응답자들 가운데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에 따라 지원이나 수혜를 받은 기업은 모두 63%였다.
지원 종류는 자금지원이 73.8%로 가장 많고, 세제지원이 42.7%로 그 뒤를 따랐다.
이런 지원은 기업 운영에 큰 도움이 됐다는 답변이 63.6%나 돼, 자금·세제지원이 벤처기업에게는 실효성 높은 제도였음이 드러났다.


벤처기업 CEO들은 벤처기업 육성정책 가운데 벤처기업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제도로도 ‘기술담보 대출, 벤처기업 보증지원 등 각종 융자, 보증지원 제도’를 28.6%로 가장 많이 꼽았다.
벤처정책 전문가들이 정부 정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코스닥시장 활성화, 벤처캐피털 지원 등 벤처 투자 활성화’는 22.3%로 두번째로 많이 택했다.
개별 기업에게는 당장의 자금 문제가 가장 절실하다는 점 때문에 전문가들과는 시각차를 보였다.
그 뒤를 이은 ‘법인세 인하혜택 등 세제지원’(19.9%) 역시 자금·세제지원이라는 큰 틀로 함께 묶을 수 있는 항목이었다.



벤처기업 확인제도 84% 지속 필요

그런 탓에 벤처기업인들은 벤처기업 확인제도도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벤처기업 확인제도는 97년 제정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통해 도입된 제도로 2007년이면 종료된다.
이 제도를 통해 벤처기업 확인을 받으면 각종 자금지원, 보증지원에 유리해 대부분의 벤처기업은 벤처확인을 거쳤다.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한 존폐 논란도 많았다.
세계에서 벤처기업을 인증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으며, 이 제도에 의한 혜택도 기존의 중소기업지원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벤처기업인들은 벤처기업 확인제도에 대해 ‘꼭 필요하다’ 35.8%, ‘어느 정도 필요하다’ 49.1% 등 모두 83.9%가 앞으로도 필요하다는 답변을 보였다.
적지 않은 자금이나마 이 제도를 통해 도움을 받았고, 그 도움이 요긴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벤처기업인들이 정부의 육성책에 후한 평가를 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응답자들은 이제까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에 대해 100점 만점에 63.2점을 주었다.
낙제 점수를 턱걸이로 면한 수준이다.
이들은 벤처육성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벤처기업의 양적 증대에 관심을 기울여 창업지원에만 치중했다’를 27.3%로 가장 많이 꼽았다.
‘지원 기업을 선별하는 안목이 부족하다’(21.1%), ‘기업에게 실제로 필요한 지원책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18%)가 뒤를 이었다.
또 ‘업종마다 지원해야 할 규모가 다른데 여러 기업에게 혜택을 나눠주는 데 신경을 쓰다 보니 실질적 지원을 하지 못했다’도 16%나 있었다.


응답자들의 답변은 대체로 정부가 지원기업을 선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벤처기업인들은 정부가 벤처 발전단계에 따라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기를 원하기 마련이다.
벤처기업의 특성상 결실을 맺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런 전문적인 면면을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해, 손쉬운 창업에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벤처정책 전문가들은 “정부의 창업지원은 아직도 부족하며 계속 중점을 두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기업인들에게 창업지원이 유독 부각된 것은 그만큼 추가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정부가 벤처지원을 위한 선별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벤처기업 채권담보부증권 보증제도, 이른바 벤처 프라이머리 CBO 제도에 대한 평가에서도 드러났다.
벤처 프라이머리 CBO 제도는 원래 기술력은 있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우수 벤처기업에게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벤처기업은 이 제도를 통해 낮은 이자율의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기관인 기술신용보증기금이 100% 보증을 서면서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모든 책임을 정부가 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벤처 프라이머리 CBO는 벤처업계에서는 눈먼 돈으로 여겨졌고, 이를 따내기 위해 각종 비리와 부정이 개입하기도 했다.



프라이머리 CBO, 활용할만한 여지 충분

이에 대해 벤처기업인의 43.6%는 ‘선정과정에 객관성만 확보한다면 활용할 만한 제도’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선정과정에 특혜가 끼어들 수밖에 없고 실제로 로비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라고 답한 응답자도 22.7%나 됐다.
‘정부가 불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회생이 어려운 벤처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저해하고 시장경쟁구조를 왜곡시켰다’는 답변도 14.5%나 있었다.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벤처기업인들의 응답은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해외진출에 유력한 기업을 선발해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선택과 집중’ 논리에 대해서는 57.1%가 좋은 방법이라고 답했다.
또 앞으로 벤처기업 육성정책이 새롭게 만들어진다면 어느 부분에 가장 초점을 두어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자금’이 40.5%로 가장 높았다.
구체적인 지원 방법으로는 첨단 기술개발 자금 장기지원(11.9%), 대출·보증제도를 통한 자금지원(11.7%), 벤처 투자분위기 조성(10.7%), 고용보험과 세부담 완화 등 세제지원(9.3%), 해외진출지원(8.9%) 등의 순서로, 자금과 세제지원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지난 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로는 정부가 기업이나 지원방법을 선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강조했다.


뛰어난 기업을 ‘선택’해 ‘자금지원’과 같은 지속적인 지원을 정부보다는 ‘전문적인 곳’에서 맡아 주어야 한다는 게 2003년 가을 벤처기업인들의 의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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