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3:43 (목)
[특집] 항공산업에 날개를!
[특집] 항공산업에 날개를!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3.11.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시장규모 날로 확대, 무한경쟁 돌입…국가 차원 전략 없어 뒷걸음질 우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세계 항공운송 시장규모는 대략 480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1년 예산 4배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수치다.
또한 세계 항공운송시장은 2010년까지 연평균 5%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각 국가들이 국제공항을 크게 늘리거나 첨단화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1988년 이후 15년 동안 이 지역 항공운송 시장은 연평균 8.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북미지역 성장률이 5.5%인 것에 비하면 훨씬 높다.
물론 항공운송시장의 점유율 측면에서는 아·태지역은 14% 정도로 북미지역 25%보다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수요 점유율 측면에서 보면 37%로 비중이 높다.


특히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아·태지역 항공운송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말 기존 10개의 국영항공사를 3개의 거대항공사로 통합하는 작업을 거쳤다.
업계에서는 해마다 2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발맞춰 동북아 주변국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항공운송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어떨까. 일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항공운송산업이 차세대 국가전략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건교부 항공정책과 관계자는 “주변국가의 정책에 발맞춰 항공운송시장에 대한 국가전략적 뒷받침을 통해 항공운송산업이 차세대 효자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의 항공운송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취항 이후 ‘연평균 15% 급성장’이라는 성적표를 냈다.
이는 우리나라 항공운송의 가능성을 잘 말해준다.
하나증권 주익찬 연구원은 “국가전략만 뒷받침되면 항공운송산업의 세계정상 탈환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한국 한공산업의 자랑, 인천국제공항

국내 항공운송산업의 미래를 밝게 보는 또다른 이유는 인천국제공항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개발연구원의 평가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의 경쟁력은 세계 유명 공항과 견줘봐도 손색이 없다.
우선 아시아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환승시스템과 복합공항도시, 그리고 여객기반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세계 항공운송시장의 10% 규모인 3억명의 승객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또한 지리적인 여건과 항공여객기의 24시간 운항자유화, 저렴한 공항시설료 등도 돋보인다.
아시아권에서 인구 100만명 이상 43개 도시와 비행기로 4시간 이내에 연결되는 공항 중에서는 인천국제공항이 단연 으뜸인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세계 최대 항공운송 시장인 북미지역과 최단거리에 있는 아시아권 공항이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의 경쟁력은 동북아지역에서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이는 2000년 이후 여객수송 실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0년 이후 국제선 여객수송 인원이 해마다 18% 안팎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한항공도 10%대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양 항공사를 합친 성장률은 연간 13%대다.
이 정도면 아시아권 최상위 기록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항공운송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어 더욱 전망이 밝다.
교통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아·태지역은 2020년까지 세계 항공운송시장의 43%인 연간 4천억달러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항공운송시장이 3년 후에는 1억2천만명인 세계 5위권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국이 자국의 항공운송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면서 이 시장은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은 항공운송산업을 차세대 산업으로 선정했다.
우선 국제선 운항횟수와 운항 항공사수 제한 등의 문제점을 제거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미국은 군소 항공사들을 7대 거대 항공사그룹으로 통합했으며, 한 그룹에는 반드시 한개의 메이저 항공사를 둬 이를 중심으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유럽도 항공운송시장을 빼앗기 위해 차별화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EU 회원국은 유럽내 항공운송시장을 통합해 회원국간 운송서비스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비거주 운송업자에게도 역내시장을 개방했다.
또한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 내부지점간 운항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아·태 지역 성장세 두드러져

아·태지역 국가들 전략도 만만치 않다.
일본은 90년대 후반부터 신항공운송정책을 도입했다.
먼저 비용상승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 유럽식의 재할인 또는 재할증요금 제도를 도입했다.
탄력적인 가격정책으로 국적항공사의 수익성을 개선한 것이다.
호주는 90년대 초반에 국내선과 국제선 시장분리정책을 폐지하고, 항공운송산업을 완전한 민간운영체제로 바꿔놓았다.
싱가포르와 대만 같은 국가들은 아·태지역의 항공운송시장에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공항 증설을 통한 노선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싱가포르의 창이국제공항과 대만의 타이페이국제공항은 자국에 들어오는 노선을 늘리고 그만큼 국제선 노선을 배분 받는 실리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세계 항공운송시장의 경쟁이 이렇게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전문인력의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아시아 2위의 항공여객 수송을 자랑하던 우리나라가 2001년부터 싱가포르에 밀려 3위로 내려앉은 사실은 업계와 정부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대항항공이 세계 2위의 항공화물 수송을 자랑하고 있지만 항공여객운송 분야에서는 아직도 세계 10위 밖에서 머물고 있다”며 “이는 전문인력 부족 때문”이라고 토로한다.


국가 차원의 발전전략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고속철도 건설과 관련한 오판은 한 예다.
건설교통부는 애초 고속철도가 항공산업과 연계해 물류체계에 20% 이상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2004년 4월 고속철도 개통이 다가옴에 따라 국내선이 와해될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항공진흥협회 관계자는 “이미 외환위기 때부터 항공운송산업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에 항공산업을 전담할 관료를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정부 내 항공운송 업무는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으며 업무영역도 명확하지 않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메이저 항공사들에 대응할 국가 차원의 국제경쟁력을 올리기 ‘글로벌 플랜’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지역과 글로벌 항공, 선별 육성 필요

한편에서는 양대 항공사의 불편한 관계도 항공운송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노선의 배분문제로 항상 갈등을 빗고 있다.
중국 노선을 둘러싼 소송이나 런던 노선을 둘러싼 다툼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에는 지역항공과 글로벌항공을 정책적으로 선별해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저비용 고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는 소형 항공사의 지역항공을 벤치마킹하자는 얘기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양대 항공사들은 국제선에만 전념하는 방향으로 국가적 전략차원에서 항공운송산업의 질서를 재편하는 정책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이래저래 정부의 장기적인 전략 구축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