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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인터넷 ‘맑음’, PC·반도체 ‘구름’
[포커스] 인터넷 ‘맑음’, PC·반도체 ‘구름’
  • 박종생
  • 승인 200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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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첨단기술주 3분기 실적 결산…대체로 양호한 가운데 장비업체 성장성 논란 제기 경제에서 전망치처럼 허망한 것도 없다.
한국인들은 IMF 전후 거시경제 전망과 실제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숱하게 보면서 이것을 몸으로 배웠다.
이런 현상은 개별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PC, 반도체, 인터넷 등 미국 첨단기술주 시장에서는 개별 산업의 성장 전망을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9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첨단기술주 시장의 중심인 나스닥지수가 27%(1160포인트)나 폭락했다.
PC 시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이에 따라 반도체 업체들의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관련주들의 성장 전망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고전적인 일이 돼버렸다.
이런 논란에 ‘해답’을 주는 것은 결국 해당 사업을 하는 기업들 실적이다.
미국 주식시장이 분기별 실적 발표 시즌에 일희일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마존·e베이, 실적 대폭 호전 10월 중순에서 10월 말까지 발표된 미국 첨단기술주들 실적은 어떠했을까. 우선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인터넷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호전됐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인 아마존은 3분기에 전문가들 예상보다 많은 매출증가율과 적은 손실을 기록했다.
손실은 6800만달러로 전년 동기(7900만달러)보다 1100만달러 줄어들었다.
반면 매출은 6억379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9%나 증가했다.
메릴린치 애널리스트인 헨리 블로젯은 애초 아마존의 매출을 6억달러 정도로 예상했다.
전자제품 판매 호조가 매출을 키운 것이다.
아마존 제프 베조스 회장은 “그동안 책, 비디오, 음반 중심으로 매출이 발생했는데, 이번에는 전자제품이 책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며 “올 3분기는 아마존에게 커다란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이 기간에 신규고객도 280만명이 늘어 전체 고객이 2500만명을 넘어섰다.
신규고객 숫자가 1분기에는 310만명, 2분기에는 250만명이었는데, 전문가들은 3분기에는 200만명 정도로 예상한 바 있다.
아마존의 이런 실적 호전은 주식시장에도 호재로 반영돼 10월25일 폭락장세에서도 아마존 주가는 상승하는 기록을 남겼다.
온라인 경매업체인 e베이도 전문가들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해 온라인 경매도 수익모델이 불확실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e베이의 3분기 중 순이익은 152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견주어 무려 12배나 늘어났다.
매출은 1억1340만달러로 94% 증가해 전문가들 예상(1억710만달러)보다도 많았다.
이 회사의 매출증가는 주로 핵심 사업인 경매사업에서 나온 것인데 특히 국제영업과 자동차경매 부문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e베이 주 수입원은 광고매출이 아니라 경매 수수료다.
하지만 세계 최대 온라인 서비스 업체인 AOL은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지 못했다.
AOL도 3분기 중 순이익이 3억4500만달러로 88% 증가하고, 매출(19억8천만달러)도 35%나 늘어났다.
그러나 매출이 전문가들 예측치(20억100만달러)보다 적었다.
광고와 전자상거래 매출이 6억49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견주어 80% 늘었지만 주문잔고가 증가하지 않아 향후 성장성에 의구심을 던졌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회사 실적에 대해 “실망스럽지도 않지만 환영받을 만하지도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 온라인 음반판매업체인 MP3닷컴은 매출은 급증했지만 손실폭이 늘어나 투자자들을 충분히 기쁘게 하지 못했다.
반면 B2B(기업간전자상거래) 대표주자격인 커머스원은 적자(6060만달러)는 예상보다 적고, 매출(1억1270만달러)은 예상보다 많아 희망의 길을 보여주었다.
인텔·MS, 3분기는 선방, 4분기는… 반도체, PC, 통신 부문 주요 업체들 실적도 애초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
지난 9월 3분기 매출이 예상보다 밑돌 것이라고 발표해 첨단기술주 하락에 불을 지폈던 인텔은 뚜껑을 열어본 결과 애초 발표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인텔의 3분기 중 순이익과 매출은 각각 29억달러, 87억3천만달러로 전문가들 예상치(순이익 27억달러, 매출 86억달러)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런 실적 발표로 인텔 주가는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인텔은 4분기에는 유럽의 컴퓨터칩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매출증가율이 4~8%에 그칠 것이라고 또다시 밝혀 주목을 끌었다.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칩 생산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3분기 실적도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만족시켰다.
하지만 이 회사도 4분기에는 최대 고객인 무선기기 제조업체에 대한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면서 전체 매출액이 3분기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밝히는 것을 잊지 않았다.
PC 업체들은 투자자들이 환영할 정도의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IBM과 애플의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IBM은 순이익이 11% 증가했지만, 매출은 3% 증가에 그쳤다.
이런 매출은 전문가들 기대(7%)에 훨씬 못 미친 것이어서 도이체방크와 프루덴셜증권은 곧바로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애플은 매출(18억7천만달러)이 예상치(20억달러)보다 적었으며, 4분기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컴팩은 PC서버와 기업용PC 시장의 증가로 매출(112억달러)이 예상치(108억달러)보다 많았다.
4분기에도 매출이 18%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투자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순이익과 매출이 모두 예상치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런 실적의 상당 부분은 벤처기업 투자에서 얻은 것이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견주어 소폭 감소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2000과 윈도우미는 아직 어느 정도 매출을 올릴 것인지 불확실한 상태다.
마냥 성장할 것으로만 보였던 휴대전화 시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통신 부분도 관심을 끌었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핀란드 노키아는 전문가들 예측치(10억600만유로)보다 많은 13억4천만유로의 세전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에 견주어 43% 성장했다.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50% 증가했는데, 휴대전화 부문에서만 59% 성장세를 보였다.
애초 이 회사 3분기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휴대전화 부문의 건재로 이런 우려를 씻어냈다.
노키아 조르마 오릴라 회장은 “4분기에도 기록적인 실적을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반면 스웨덴 에릭슨은 휴대전화 부문에서 3분기 중 41억크로노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전년 동기의 6억1900만크로노보다도 많아진 것이다.
불길한 징조 앞에 우울한 장비제조 업체 3분기 실적 발표시즌이 끝나갈 무렵인 10월25일에는 또하나의 논란거리가 생겼다.
광섬유 네트워크 업체인 캐나다 노텔네트웍스가 좋지 않은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네트워크 등 장비업종은 성장성이 의심받지 않았는데 이 회사가 이런 믿음에 금을 낸 것이다.
노텔은 3분기 중 순이익이 73억달러로 전문가들의 예상치(75억달러)보다 낮은데다, 매출액 증가율도 예상치(120% 증가)에 훨씬 못 미치는 90%에 그쳤다.
이날 나스닥은 노텔 여파로 또다시 5.5%(190포인트)나 폭락했다.
미국의 한 애널리스트는 “내년에 장비제조 업체들이 기업들의 설비투자 감소 영향을 받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낳았다”고 말했다.
미국 첨단기술주 시장은 올 4월 인터넷에서 거품이 터진 것을 시발로, 9월에 PC 반도체 통신으로 먹구름이 끼더니, 이제는 장비제조에까지 그 여파가 미치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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