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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칼럼] 문화산업은 미래 황금밭
[리드칼럼] 문화산업은 미래 황금밭
  • 정지영·영화인대책위 공동집행
  • 승인 2003.1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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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경제 관료들과 보수언론들이 스크린쿼터제를 지키고자 하는 영화인들을 집단이기주의자로 내몰고 있다.
한국경제를 살리는 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인들은 집단이기주의자이고, 스크린쿼터제는 집단이기주의의 산물인가. 이들이 스크린쿼터제와 이를 사수하려는 영화인들을 집단이기주의로 내모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면 한미투자협정(BIT)을 체결해야 하는데, 스크린쿼터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한미자유무역지대(FTA)를 체결하기 위해 먼저 BIT를 체결해야 한다는 논리로 확대되고 있다.
둘째로 미국이 우리 상품을 연간 330억달러나 수입하는 최대 무역국인데, 2억 달러에 불과한 영화수입 때문에 BIT 체결이 늦춰지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은, 한국영화가 시장점유율이 40% 이상인 상황에서 스크린쿼터제를 유지하려 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하나씩 따져 보자. 먼저 40억달러에 이른다는 BIT의 경제적 효과는 이미 허구에 지나지 않았음이 증명됐다.
BIT를 체결한 국가들은 하나같이 국민소득 평균 2천달러 이하의 저개발국가들이기 때문에 2만달러 시대로 달려가는 우리가 실익을 얻을 계약이 아니다.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들 뿐만 아니라 정부와 재계에서조차 협약체결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또한 BIT가 선행돼야만 FTA가 체결될 수 있다는 논리도 미-캐나다, 미-호주 등 BIT를 거치지 않고 FTA를 체결한 국가들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미국의 일방적인 억지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미 국제무역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미국의 대한수출은 54%, 한국의 대미수출은 21% 증가한다고 한다.
이 수치를 230억달러 수입, 328억달러 수출의 실적을 보인 2002년 대미무역수지에 적용해 보면 대미 수입은 345억달러, 수출은 398억달러가 된다.
즉 대미 무역흑자폭이 98억달러에서 53억달러로 감소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GDP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손실을 의미한다.
반면 2003년 문화산업의 규모와 최근 몇 년 간의 성장률, GDP 성장률 등을 감안해 볼 때 스크린쿼터 축소라는 우를 범하지 않는 한 우리 영화산업과 문화산업은 향후 5∼10년 이내에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는 경제의 주력 기관차로 부상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문화산업의 중요성으로 인해 지난 3월13일 미국의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체들과 무역단체들은 ‘자유 무역을 위한 엔터테인먼트산업 연대’(EIC)를 구성하고, 미의회, 미상무부, 미무역대표부 등과 함께 자국의 문화산업을 확장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문화산업은 이미 미국 GDP의 5%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고, 영화산업은 항공산업 등을 제치고 미국 제1의 산업이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의 일부 경제관료들은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미래의 황금밭을 포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한국영화가 미래 우리 경제의 견인차로 부상할 수 있는 분기점이자 기회임에도 낡은 경제모델의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10월 190개 유네스코 회원국들은 스크린쿼터제와 같은 자국의 문화정책을 영구히 보장하는 ‘문화협약’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은 최근 ‘문화는 국제무역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조항을 아예 EU 헌법초안에 못박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을 제외하고 자국의 문화정책을 보존하고 증진시키려고 하는 전 세계 수많은 국가들은 모두 집단이기주의자들인 것인가. 이제 과연 누가 집단이기주의인지 분명해진다.
집단이기주의는 ‘스크린쿼터제’가 아니라 낡은 경제 모델을 가지고 신경제모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일부 경제관료들과 국제사회의 흐름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미국 영화 및 시청각분야 업체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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