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19 (목)
[북한경제돋보기] 공채 발행·평양시 정비, 10대 뉴스에
[북한경제돋보기] 공채 발행·평양시 정비, 10대 뉴스에
  • 이용인/ <한겨레> 기자
  • 승인 2004.01.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2003년의 가장 인상적인 사건을 무엇으로 꼽고 있을까.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최근 평양 시민들과 ‘언론출판일군’ 등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2003년 평양 10대 뉴스’를 뽑았다고 발표했다.
예상대로 10대 뉴스의 대부분은 정치·군사적 문제들이 차지했다.
다소 길지만 10대 뉴스를 순서대로 살펴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재추대’, ‘공화국창건 55돌’, ‘북미 핵공방전’, ‘남북교류 활성화’, ‘전승(한국전쟁) 50돌’이 5위권 안에 들었다.
이어 ‘일본에 과거청산 촉구’, ‘만경봉-92호 운항재개투쟁’,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인민생활공채 발행’, ‘평양 시내 보수, 개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경제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것은 ‘인민생활공채 발행’이라고 할 수 있다.
2003년 5월부터 발행한 ‘복권식’ 인민생활공채는 10년 만기 상환 채권으로 500원, 1천원, 5천원 등 모두 3종류가 발행됐다.
북한 당국은 ‘모범 공채 애국자’를 선정하는 등 공채판매 성과에 사활을 걸었다.
따라서 평양 시민들이 공채발행을 뉴스로 꼽은 것은 그만큼 북한 당국이 공채 판매를 독려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애초 인민공채는 2003년 7월 말까지 3달 동안만 판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도 계속 판매가 진행돼 최소한 11월 말까지 판매가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이 11월29일자에서 “인민생활공채 구매사업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더욱 활기 있게 벌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애초 목표로 잡았던 400억∼500억원치를 모두 팔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판매 기간을 연장한 것에 비춰 보면 목표액에 미달했다고 추론할 수도 있다.
물론 이참에 묻혀 있는 민간 재원을 좀 더 끄집어내기 위해 판매를 연장했을 수도 있다.
공채의 사용처를 보면 북한은 주로 예성강·어랑천 발전소 등 발전시설 건설 및 대형발전소 현대화, 평양시를 비롯한 주요 도시정비, 혁명사적지 확장 등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민주조선은 밝히고 있다.
총련 기관지 월간 조국도 2004년 신년호에서 북한 재정성 관리의 말을 인용해 “발전소 건설과 평양 도시정비, 토지정리, 철도운수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공채 발행으로 모집한 자금은 전력문제 해결과 평양 도시정비에 집중적으로 투자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평양 시민들이,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평양의 보수·개건’을 10대 뉴스로 꼽은 것도 무리는 아닐 성싶다.
아울러 평양의 보수·개건 사업을 단순한 ‘도시 리모델링’만으로 볼 수는 없다.
물론 50년 만에 이뤄진 대대적인 평양시 정비작업은 북한 정권수립 55주년에 맞춰 진행된 ‘정치적 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또한 대개는 낡은 주택단지 재건축 및 공공건물 보수, 도로 재포장 등 ‘외관 고치기’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가 유통시설 정비였음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로동신문'등에 따르면 평양 종합시장 건설과 주요 거리의 상업시설 정비 등 유통시설 확충도 주요 정비 사업이었다.
‘7·1 경제관리 개선 조처’의 흐름이 도시정비 사업에도 그대로 관통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