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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치 변수는 곧 경제 변수
2. 정치 변수는 곧 경제 변수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4.0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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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 경기 향방에 큰 영향…리스크 줄이려면 각종 지표 점검해야 ‘선거’라는 경제 외적 요인을 리스크로 보건, 보지 않건 간에, 설문에 응답한 투자전략헤드, 경제학자들의 생각 밑바탕에 깔린 전제는 비슷하다.
‘선거가 끝나야 경제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진다.
’ 선거가 끝나 경제정책의 방향이 잡히기 전까지는 기업 등 각국의 시장참여자가 불안한 마음을 거두기는 어렵다.
2004년은 지구촌 선거의 해라 불릴 정도로 선거가 많다.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을 2004년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꼽은 하나은행 경제연구소 배현기 이사는 “지금은 총선 같은 경제 외적 요인이 경제 요인을 압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설비 가동율이 높아져 설비투자 필요성이 커졌는데도 설비투자 증가율이 높아지지 않는 현상은, 각종 경제정책들이 국회에 계류돼 미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기업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선거를 큰 리스크로 보지 않는다고 응답한 삼성증권 김종국 리서치센터장도 선거 이후 정치구도만큼은 중요한 경제적 변수라고 강조한다.
그는 “주5일제 시행, 자유무역협정(FTA) 등 사회갈등을 일으키는 변수가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가 갈등조정 능력과 비전을 보여 줘야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내수 관련 지표를 눈여겨봐라 씨티은행 오석태 부장은 “선거는 겉으로는 정치문제로 보이나 속으로는 경제문제”라며 “선거 자체보다 왜 사람들이 선거에 신경을 쓰는가를 보라”고 말한다.
특히 미국이 그렇다.
오 부장은 “부시 행정부에 재정대책이 없다”고 지적한다.
지금 상태에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여부는 곧바로 미국의 재정적자 대책 여부와 연결된다.
지난해엔 시장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에만 반응해 달러 약세를 가져왔지만 만약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미국 국채값 폭락, 즉 금리 급등을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따라서 환율에서, 선거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과 파급력을 가늠하려면 경제지표와 시장지표에 나타난 변화를 우선 점검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전략부장은 “미국에 유입되는 간접 투자자금과 환율의 추이를 눈여겨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엔 이것이 줄어들면서 환율이 떨어졌다.
홍 부장은 “유례 없는 경상수지 적자가 3년이나 유지됐지만 아시아 자금이 유입되면서 파장을 상쇄시키고 있다”며 “미국 경기가 소비 증가에 힘입어 뜨긴 했지만 미국인들이 자기 경제규모 이상 소비하는 행태를 바꾸지 않으면 조만간 쌍둥이 적자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구조의 모순은 계절의 순환처럼 여지없이 찾아오는 경기확장을 막을 수도 있다.
사정은 한국 경제도 다르지 않다.
미국 경제의 구조적 결함이 외국인 투자자금을 자국 소비의 자양분으로 끌어쓰면서 비롯됐다면, 한국 경제의 그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 미래소비를 끌어다쓰면서 시작됐다.
신용확대책 말이다.
정책입안력이 떨어진 국회와 미래소비력까지 소진해 버린 가계 탓에 한국 경제는 수출 증가→설비투자 증가→고용 증가→소비 증가의 선순환에 올라서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다.
한국 내수 회복의 최초 신호는 어디서 올까?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실장은 경기후행지표 중 설비투자 증가율과 고용지표를 주목한다.
신한은행 황민 미래전략팀장은 은행의 가계대출, 즉 가계여신을 주시한다.
이는 모두 내수 소비를 이끄는 요인들이다.
삼성증권 김종국 센터장은 국내총생상(GDP) 중 내수의 기여도를, 하나은행경제연구소 배현기 이사는 도소매판매 즉 소비동향을 눈여겨볼 예정이란다.
설비투자 증가율과 고용지표, 소비동향은 통계청에서, 가계신용과 GDP는 한국은행에서 발표한다.
최근 정부 관계 기관이 내놓은 지표 전망은 나쁘지 않다.
한국은행 김명기 경제예측팀 부국장은 “지난해 3, 4분기에 경기가 바닥을 찍고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며 “올 하반기엔 체감경기 호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전의 경기회복기 수준만큼은 아니더라도 설비투자나 고용도 수치상 성장을 보일 것이란다.
환율과 관련해선 미국 내에서도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이 미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견이 제기되고 있는 터라 큰 변동이 올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정책력·갈등조정력이 필요할 때 올해도 수출 경기가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보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 거시경제팀장은 중국 경제성장률과 국내 내수 경기를 걱정한다.
그동안 중국 경제가 투자 증가세에 힘입어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투자과열 신호가 나타난 현재로선 과거 성장세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 수출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하반기까지 내수가 올라오지 않으면 정말 문제가 커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내수 위축을 불러온 가계신용에 대해선 “지난해에 가계신용이 상당 정도 조정되었으므로 올 하반기 이후엔 조정이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상반기에 내수 진작에 나선다.
재정경제부 임종룡 종합정책과장은 “상반기 중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저금리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노사관계 선진화를 제도화하는 법을 6월 중 입법해 국내 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가 한국 GDP 60%를 차지하는 만큼 상반기엔 부족분을 메워 주고 하반기엔 투자 활성화와 고용 증진으로 펀더멘털 강화에 나서겠다는 이야기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각종 경제 전망은 경제학자에 대한 오래된 농담을 떠올리게 한다.
경제학자가 무인도에 표류하게 됐다.
다행히 통조림도 함께 떠밀려 왔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 경제학자는 말한다.
“오프너가 있다고 가정하면….” 한국 정부가 정책력과 갈등조정력을 되찾을 것인가, 또는 미국 정부가 모순된 경제정책에서 벗어날 것인가 하는 것은 미래 경제의 ‘오프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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