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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금호, 새 옷 입고 “공격 앞으로”
[비즈니스] 금호, 새 옷 입고 “공격 앞으로”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4.0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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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 변경·체질 강화 등 잰걸음…“투자 없고 사업계획도 답보” 시장 냉담 금호그룹이 제2의 도약을 위해 힘찬 날갯짓을 펼쳤다.
올해 1월1일부터 그룹 이름을 ‘금호아시아나그룹’ 으로 바꿔 새롭게 출발한 것이다.
그룹의 내실 경영 기반을 다지기 위해, 계열사의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와 함께 기업 체질도 부쩍 강화하고 나섰다.
재계는 다분히 공격적인 금호그룹의 새 경영전략에 대해 일단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이 공공연히 “2010년에는 금호그룹이 재계순위 5위까지 올라설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터라 내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명 변경엔 새 옷으로 갈아입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금호그룹은 지난해 12월25일 “아시아나항공이 그룹의 주력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88년 출범 때부터 아시아나라는 명칭을 사용해 왔지만 금호와 별개의 기업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많다”면서 “이미지를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자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명 변경은 그룹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등 기존 계열사 명칭은 앞으로도 그대로 사용된다.
1946년 처음 탄생한 금호그룹은 74년 금호실업 설립과 함께, 고 박인천 창업주의 아호를 따서 계열사 이름을 금호로 통일해 사용해 왔다.
그룹 이름 변경의 의미가 단순히 이미지 통합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주력 계열사의 재무구조를 건실화하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해 기업 체질을 강화시키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됐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선 금호그룹의 모태인 금호산업이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인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12월29일 우리금융그룹의 우리은행과 광주은행으로부터 2천600억원의 장기차입금을 끌어들였다.
아울러 1월 중 추가적으로 13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2~3개 금융기관과 현재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차입금 유입이 예정대로 모두 완료될 경우, 지난해 11월 말 2대 8의 비율이던 금호산업의 장단기 차입금 비중은 3대 7로 개선된다.
장기 차입 늘리고 친정인사 단행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의 이러한 자금조달 노력은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하는 첫 단추다.
그룹 전체적으로도 여유 있는 현금 흐름을 확보하게 되는 건 물론이다.
게다가 대외적으로 그룹의 재무적 신인도를 높인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와 같은 차입금 유입과 타이어사업부 매각 등 지속적인 자구노력으로 390%에 이르던 부채비율이 170%대로 축소됐다”며 “안정적인 재무구조가 그룹 전체적으로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건 이번 사명 변경의 핵심이자, 그룹의 최고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개선이다.
지난해 사스와 테러 위협 등에 따른 충격에서 차츰 벗어나면서 매출액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한 달 실적은 2002년 같은 기간보다 15% 이상 늘어났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외국인의 순매수가 늘어나면서 12월30일 2625원에 마감했다.
최근 일주일 동안 꾸준한 오름세를 보인 셈이다.
하나증권 주익찬 연구원은 “국제여객부문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다”면서 “올해 매출실적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인지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매출목표를 상향 조정하면서 고수익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각각 8%와 600% 늘어난 2조7800억원과 1600억원으로 내걸었다.
아울러 실적개선을 위한 핵심전략으로 B737-400 등 구형항공기를 대부분 반납하고, A-321-200 등 현대화된 새로운 기종의 도입을 앞당길 방침이다.
홍보팀 조영석 과장은 “항공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최첨단 기종을 도입해 고수익 노선에 투입할 것”이라며 올해는 특화된 사업전략을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올해 1월1일자로 시행된 그룹인사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박삼구 회장의 친정체제를 공고히 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이루어진 탓이다.
이번 2004년 정기인사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친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사장을 부회장으로, 핵심참모인 오세철 금호타이어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전체적으로는 가족 내부의 결속을 강화하고 핵심참모의 기용을 통해 내실 경영을 다지고자 하는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재계는 아시아나항공의 임원인사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것도 아시아나항공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한 방편이라며 눈여겨봐야 할 포석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호그룹의 발빠른 행보에 대해 모두가 낙관적인 평가만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금호그룹이 새 옷을 갈아입고 다분히 공격적인 전략을 내걸고 있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는 시각을 내비치기도 한다.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다지고 내실 경영을 표방했지만 정작 미래전략적인 투자를 늘리거나 신규사업에 진출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보는 탓이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정보팀장은 “금호의 현재 현금 흐름은 적극적인 투자를 모색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올해까지는 내부정비를 통한 안정적인 기반을 탄탄히 다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2010년 재계순위 5위 진입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동성 문제 의심의 눈초리 여전 실제로 지난해 9월2일 박 회장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레저·관광사업 진출 등 활발한 사업전개 계획’이 아직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앞선 의욕에 비해 이제껏 구체적인 사업계획조차 검토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재계 내부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이 주축이 돼 항공과 렌터카 등을 하나로 묶는 관광사업을 펼치려 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역량이 부족해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한 그룹 관계자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아니라 더 높이 뛰기 위한 움추림에 불과하다”며 “60주년을 맞이하는 2006년까지 재계 5위 자리에 충분히 올라설 것”이라는 의지를 재차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금호그룹의 유동성 문제에 대해 시장이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점은 논란거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비자금 사건의 행방이 그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시장에선 금호그룹이 다른 그룹과는 달리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적인 모양새를 취하는 것을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검찰과의 타협을 통해 그룹 재무구조의 취약성을 최대한 감추고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얘기다.
이를 뒤집어 보면, 그만큼 금호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이런 점에서 금호그룹의 변신을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는 다소 유보적이다.
“물류와 관광 등을 중심으로 하는 금호의 장기전략은 긍정적으로 내다본다”면서도 “전략이 좋지만 투자계획이 아직도 답보상태인 것은 그만큼 스스로 그룹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라는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정보팀장의 조심스런 진단은, 금호그룹의 발빠른 행보에 대해 시장이 아직은 물음표를 던지고 있음을 짐작케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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