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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깨어나는 거인, 위협 아닌 기회”
[중국]“깨어나는 거인, 위협 아닌 기회”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4.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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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형 달라스연방준비은행 연구원 “한미 경제에 미칠 영향 과장돼 있다” 지적 중국 경제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이러한 급성장이 주변 국가나 세계 경제 전반에, 실제로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8일, 미국 달라스연방준비은행 구자형 연구원은 주미상공회의소(KOCHAM)가 주최한 신년 세미나에서 “중국 위협론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중국의 경제성장이 한국에겐 오히려 기회”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구 연구원은 이날 ‘중국 경제의 성장과 한미 경제’라는 주제발표에서 중국을 ‘깨어나는 거인’(Awakening Giant)으로 평가했다.
명나라 말까지만 해도 중국은 경제력 면에서 유럽을 앞섰다.
그러나 그 후 500년 간 유럽이 산업혁명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구가한 반면, 중국은 정체와 후퇴를 거듭하다 최근 들어서야 맹렬하게 서구 경제를 따라잡고 있다.
등소평이 시장경제원리를 도입하기 시작한 1978년만 해도, 중국은 구매력으로 환산한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8분의 1,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했지만, 2001년에는 일본을 추월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가 됐다.
구 연구원은 중국이 8%대의 고성장을 계속할 경우, 미국이 앞으로 매년 3%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2015년에는 중국 경제가 미국마저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비판 모두 과민반응 중국은 현재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별 노동력 비중을 보면, 중국은 농업부문 50%, 공업부문 22%, 서비스부문 28%인 반면, 미국은 농업부문 2%, 공업부문 19%, 서비스부문 79%의 비중을 보인다.
물론 중국도 향후 공업생산에서 벗어나 미국처럼 서비스경제로 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은 20세기 초반 미국이 그랬고, 20세기 중반 이후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산업 기반을 닦고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
중국은 노동력 측면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가는 ‘이농향도’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2차 산업의 인력 충원속도가 오히려 경제발전 속도를 뛰어넘고 있으며, 해외 유학생의 증가로 산업고도화에 필요한 고급 인력도 꾸준히 공급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세계 투자자본도 꾸준히 중국으로 모여들고 있다.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중국으로 유입되는 투자자본은 거의 전무했지만, 그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지난 2003년에는 외국인 순투자 규모가 700억달러를 기록, 미국을 앞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성장과 함께 중국 내부의 소비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재봉틀, 자전거 등의 수요는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자동차, TV 등 고급 소비재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고속성장은 미국 내에서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구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미국 내 비판은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실업, 무역적자 등 3가지로 정리된다”며 “모두 과민 반응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중국의 값싼 제품이 수입돼 디플레를 가져온다는 주장은, 달러화 약세로 대외부문에서 물가상승 요인이 생기면서 설득력을 잃었다.
중국이 미국인의 직업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비난도 근거가 부족하다.
제조업부문의 고용감소는 지난 수십년 간 이어지고 있는 추세에 따른 것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일자리가 줄어드는 진짜 원인은 오히려 미국 내 투자감소와 수출 부진에서 찾아야 한다.
무역적자 역시 과장됐다.
중국 내 외국인 투자기업이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기술적 우위 유지하면 교역 유리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머지않아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경계심리가 폭넓게 퍼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도 걱정거리다.
그러나 구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 중국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으로 가장 피해를 본 것은 한국이 아니라 바로 경합관계가 두드러진 멕시코였다”고 지적한다.
구 연구원은 또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중국으로 생산 공장을 이전해, 질 좋은 제품을 만들고, 이를 다시 수출해 이윤을 남기면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게 되면 산업공동화 문제가 생기는데, 이는 노동 집약적인 산업은 중국으로 이전하되 대신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이 있는 대체 분야를 발굴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곧 따라잡는다는 강박관념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구 연구원은 “지난 20년 간 한국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대일무역 적자는 약간의 기복이 있었을 뿐 줄어들지 않았다”며 “이는 양국 간 기술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가장 많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도, 중국을 상대로 기술적인 우위를 유지해 간다면 이와 비슷한 형태의 무역구도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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