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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강석인 한국신용정보 사장
[인물] 강석인 한국신용정보 사장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4.01.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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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공모자금 CB 사업에 집중 투자...“개인신용평가 시장 석권할 것”

한국신용정보 강석인 사장은 지난 23개월 동안 정말 숨가쁘게 달려왔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한국산업은행 감사로 있던 강 사장은 2002년 3월, 민간기업이면서도 실제로는 공기업처럼 방만하게 운영되던 한국신용정보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면서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86년 만들어진 한국신용정보는 우리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형태이다 보니 임직원 모두 주인의식이 희박하고, 경영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분명하게 중심을 잡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는 판단이 들었단다.
설립 이래 한번도 손대지 않았던 낡은 회사 규정을 현실에 맞게 싹 뜯어고치고, 인사, 구매 등 경영의 투명성도 대폭 강화했다.
직접 자료를 만들어 본부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여러 차례 개혁안을 설명하기도 했다.
책임경영 체제가 뿌리내리도록 성과평가와 보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각 사업본부장과 체결했다.
경쟁사보다 한발 처져 있던 크레딧뷰로(CB) 사업에도 박차를 가해, 단기간에 161개 금융회사를 컨소시움에 끌어들이는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강 사장은 직원들과 “가슴과 가슴이 찡하게 울리는” 믿음을 나누게 된 걸 자신의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올해 강 사장은 한국신용정보의 숙원이던 기업공개(IPO)를 단행하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200억 규모로 예상되는 공모자금은 미래 주력사업인 큐레딧뷰로 사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 1월13일, 이틀 앞으로 다가온 공모주 청약으로 분주한 강 사장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 경영 측면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동안 한국신용정보에는 실제적인 주인이 없었다고 할 수 있어요. 상장을 하게 되면 소액주주부터 대주주까지 명실상부한 주인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제까지의 경영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주주 배당도 늘려야 하고, 그러자면 이윤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야죠. 또 상장을 하게 되면 모든 게 좀 더 투명해집니다.
새로운 투자를 해도 모든 걸 주주와 상의해야 하죠. 투명 경영, 이익 경영, 정도 경영에 상당한 촉진제가 될 거라고 봐요.

공모자금을 CB사업에 투자한다고 밝혔는데, 과연 CB가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만큼 여러 가지 여건이 성숙했느냐엔 아직 이견이 많습니다.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CB사업 전망은 아주 밝다고 봐요.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도 CB사업 자체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것보다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비교대상이 없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이 부족하다는 걸 우려하는 것이죠. 시장의 여건은 아주 성숙돼 있어요. 정부의 강력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신용불량자가 360만명에 육박하고 있지 않나요. 과거처럼 은행에 있는 정보나, 카드사가 갖고 있는 정보만으로 신용거래를 해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은행, 카드, 보험, 통신요금, 세금납부실적 등 모든 거래정보를 종합, 가공해 이를 바탕으로 카드를 발급할지 안 할지, 대출금리를 얼마로 정할지 결정해야죠. 바로 개인 신용정보를 관리하는 크레딧뷰로(CB)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거죠. 시장 규모를 추산해 보면, 미국의 CB시장 규모가 4조원이고, 우리나라 GDP가 미국의 22분의 1 정도 되니까, 산술적으로만 따져도 국내 CB시장은 1500억원에서 2천억원 규모로 커질 거라고 봐요. 작년엔 국내시장 규모가 150억원에 불과했죠. 앞으로 10배 정도는 성장 여력이 있는 거죠. 게다가 CB는 영업이익률이 상당히 높은 사업이에요. 처음 시스템 개발이나,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돈이 많이 들지만, 일단 하고 나면 그 다음엔 종이값 정도만 들어가죠. 미국 사례를 보면, 영업이익률이 25% 내외에요. 지금 영업이익률이 이 정도 되는 사업은 거의 없어요.

신용불량자 정보를 관리하는 은행연합회나 몇몇 은행들도 CB사업에 눈독을 들여 왔는데, 과열경쟁의 우려는 없나요?
은행이 이 사업을 주도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아요. 우선 다른 은행이 왜 그런 정보를 넘겨줘야 하느냐고 반발하지요. 은행연합회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CB사업 진출 의사를 밝혀 왔지만, 여신전문협회에서 그럼 우리도 하겠다고 나서는 게 문제였어요. 결국 정부가 최근 미국식으로, 민간 CB 육성쪽으로 가자고 방침을 정했지요. 물론 앞으로 다른 기업도 시장에 얼마든지 뛰어들 수는 있어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아주 높아요. 이 시장은 몇몇 기업이 20%, 30% 나눠 갖는 게 아니라, 서비스 질이 높으면 거기로 다 쏠리게 돼 있어요. 우린 지난 6~7년 간 개인신용정보 사업을 하며 축적한 3천만건 이상의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어요. 누구든 이름만 넣으면 모든 신용정보가 바로 튀어나오죠. 이게 안 되면 처음부터 경쟁이 불가능하죠.

신용평가 사업으로 이야기를 돌려 보죠. 최근 무디스나 스탠다드앤푸어스(S&P), 피치 같은 외국 신용평가사들이 한국 시장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데, 대응 전략이 있나요?
외국 신용평가사가 국내에 직접 들어온다면, 국내법인 형태가 되어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아직 그런 형태는 없고, 현재 무디스가 한국신용평가에 자본 참여를 하고 있어요. 투자를 받으면서 3년 후 무디스에 경영권을 넘기기로 했는데, 그게 아마 올해 말이 될 것 같아요. 피치는 한국기업평가에 20% 미만 들어와 있죠. 우리 한국신용정보도 그동안 S&P와 자본제휴를 위한 협상을 해 온 건 사실이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밝히기는 어려워요. 다만 현재로선 협상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건 없어요.

미국계 신용평가사의 편파성이 부각되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독자적인 신용평가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아시아는 아시아 나름대로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는데, 천편일률적으로 미국식 평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죠. 아시아도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아시아신용평가기관협회(ACRA)가 결성되기도 했지요. 오는 5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예정인데, 일본에선 일본 최대 신용평가사 R&I가, 한국에선 우리 한국신용정보가 대표로 참석해 연설하게 되죠.

신용평가 사업이나 정보사업 모두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데.
신용평가 사업은 채권시장과 맞물려 있지요. IMF 이후 평가사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도 이 때문이죠. 직접자금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활성화되면서, 신용평가에 대한 인식이 확 달라진 거죠. 2001년이 피크였고, 2002년엔 구조조정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기업의 요구로 평가 수수료를 인하해, 전체적으로 시장 규모가 조금 줄었어요. 그러나 올해는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연구기관이 많아요. 투자자금 조달도 그만큼 많아지고, 따라서 채권 신용평가 수요도 늘어나겠죠. 경기가 활성화되면 채권추심에도 유리해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 연체를 갚는 사람이 많아지면 수수료 수입도 증가하죠. 금융거래가 활발해져 CB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돼요. 올해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많은 기업이 신용등급을 높이려고 노력합니다.
지배구조 개선이나 회계 투명성 측면에서 한국 기업에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요?
회계기준 문제는 어느 나라에나 있지요. 미국에서도 엔론 같은 치명적인 사건이 터지지 않았습니까. IMF 이후 우리 기업도 상당히 좋아졌어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공개된 법인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오너십이 지나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바로 재벌의식인데, 10% 정도의 지분으로 몇 조 되는 자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는 기업문화적인 발상, 이런 게 빨리 사라져야 해요. 오너는 자본가로서 오너의 입장에 머물러야 하고, 그걸 운영하는 것은 전문경영인이 맡아야죠. 주주들도 자기 몫이 많든 적든, 자기 목소리를 충분히 내야죠.

고급인력 개발이 금융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갖고 있나요?
입사할 때 보면, 상당히 우수한 인재들이 들어옵니다.
이들은 재교육시키는 게 중요하죠. 외부 교육기관에도 보내고, 어학이든 회계학이든 학원에 다니면, 회사에서 비용을 전액 지불합니다.
또 유능한 인재도 적극 영입하죠. 미국 월스트리트 메릴린치에서 30년 동안 근무한 분을 최고정보책임자(CIO)로 데려왔어요. CB 관련 기술 인력도 외국 사람을 뽑을 생각입니다.
인도 사람이면 어떤가요.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죠. 요즘은 어학공부를 강조하고 있어요. 평가보고서 낼 때도 요약문을 반드시 영어로 쓰게 하죠. 앞으로 상장되면 외국 투자자 지분이 적어도 30~40% 정도는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려고 해도 어학실력이 필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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