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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강남 재건축, 분양 원가의 두배
[특집] 강남 재건축, 분양 원가의 두배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4.0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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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똑같은 1천원짜리 물건을 팔았다.
한 사람은 원가가 600원이라고 하고, 다른 사람은 980원이라고 한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서울시는 2월4일 상암동 42평형 아파트를 평당 1210만2천원에 분양하면서 40%에 달하는 수익을 챙겼다고 고해성사를 했다.
자연히 민간 건설업체는 이같은 수익에 대해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한국주택협회는 같은 달 13일 서울 35평형 아파트 분양가 원가내역을 공개했다.
협회는 평당 분양가 1083만9천원에, 분양 원가는 1063만1천원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민간 아파트는 ‘간신히 남는 장사’라는 이야기다.
최근 2, 3년 동안 분양가 폭등을 지켜본 국민들 입장에선 당연히 주택협회쪽 주장보다는 서울시의 고해성사가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한국주택협회에서 “아파트 분양가엔 에누리가 없다”며 볼멘소리를 하던 날, 시민단체들은 ‘아파트 분양가 30% 내리기 운동’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아파트값을 30% 내려도 건설업체는 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소비자 시민모임(소시모)은 2002년 5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 247개 단지의 건축비와 토지비를 분석한 끝에 분양가 거품은 최소한 30%라고 결론내렸다.


이들은 정부에서 정하는 표준건축비와 공지지가를 이용해 서울 아파트 분양가의 적정성을 평가해 왔다.
건축비는 평당 350만원, 토지비는 공지지가의 120%를 적용했다.
그 결과 건설업체가 제시한 건축비는 기준가보다 178%, 대비지는 21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근거로 소시모는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적정 원가보다 200%나 높다”며 “분양가를 30% 내려도 건설업체는 최소한 10%의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건축비, 도급계약서의 두배 이상 뻥튀기

정말로 건설업체가 폭리에 가까운 이익을 챙기고 있는 걸까? 민간 건설업체의 아파트 분양 수익률을 따져보려면 우선 분양 원가를 따져봐야 한다.
분양 원가는 크게 건축비와 토지비로 나뉜다.


우선 건축비를 살펴보자. 평당 분양가격이 2천만원에 육박하는 강남지역에 아파트를 지으면 평당 건축비가 얼마나 들까? 건설업체가 구청에 보고하는 자료를 살펴보면 평당 건축비는 236만6천원부터(2003년 10차, 강동구) 1257만3천원까지(2003년 7차, 서초구)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선 “호텔을 지을 때도 평당 300만원이면 가능하다”며 “아파트를 지을 때 평당 건축비가 1천만원 가까이 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실제 건축비는 시공업체가 재건축 혹은 재개발 조합에 제시하는 ‘도급 공사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4차 동시분양에서 선보인 강남 도곡동 재건축 단지를 예로 들어보자. 이 단지는 평당 1800만원이 넘는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해당 건설업체는 강남구에 평당 건축비가 804만5천원이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와 맺은 ‘공사도급계약서’를 보면 평당 공사비는 249만8천원이었다.
평당 공사비에는 철거비용과 아파트 및 부대시설을 짓는 데 필요한 비용뿐만 아니라 모델하우스 운영비, 광고비, 홍보비 등 분양 경비도 포함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주비에 대한 이자와 조합운영비, 인허가 비용, 민원처리비 등 나머지 사업비용을 모두 합한다고 해도 평당 350만원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차 동시분양에서 선보인 서초구 ㅎ재건축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건설업체는 평당 건축비를 848만4천원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재건축 단지 조합장은 “아파트 공사와 이주, 일반분양에 필요한 일체 경비를 시공사가 제공하는 것을 조건으로 평당 369만9천만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구청에 신고한 건축비와 재건축 조합과 맺은 계약서상의 금액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ㅎ건설업체 분양사업팀 담당자는 “구청에 분양 신청할 때는 분양가에 맞춰 건축비와 토지비를 적절히 나눠서 신고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다음으로 토지비용을 살펴봐야 한다.
역시 건설업체가 지자체에 신고하는 가격과 주변 시세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2003년 12차 동시분양에선 같은 강남구 역삼동에서도 신고 가격이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ㅇ업체는 대지비를 평당 1731만원에 신고한 데 비해 ㄷ업체는 평당 3662만원으로 신고했다.



도곡주공 재건축 마진율 최고 51% 추정

건축비와는 달리 토지비용을 계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같은 땅이라도 누가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토지 역시 지역별로 거래되는 시세가 있다”고 말한다.
강남지역 토지를 거래하는 이들은 “서울 강남에서 입지조건이 좋은 주거지역은 평당 2천만원 안팎에 거래된다”고 밝혔다.
신유헌 리더스E&C 상무는 “강남 도곡주공 재건축 아파트 부지는 평당 1500만원 안팎”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인 김지홍 부동산007 소장 역시 “도곡주공 재건축 부지는 평당 1500만원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남구 도곡주공 재건축 단지는 토지비가 평당가 2748만2천원인 것으로 신고했다.


도곡주공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를 살펴보면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수익률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앞서 밝혔듯이 도곡주공 재건축 아파트의 평당 건축비는 350만원 안팎이다.
땅값이 평당 1500만원이라고 가정하고, 용적률이 273%인 점을 감안하면 평당 토지비는 대략 550만원이다.
따라서 도곡주공 아파트 평당 분양 원가는 900만원이다.
이에 반해 도곡주공 재건축 아파트 평균 평당 분양가는 1806만원에 달했다.
분양가의 51%가 고스란히 수익으로 잡힌 셈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땅값을 평당 2천만원으로 계산하더라도 마진율은 40%에 달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올 상반기 분양하는 강남구 ㄱ재건축 아파트의 마진율을 계산해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온다.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는 이주비 대여에 따른 금융비용을 제외하고 평당 268만원에 계약했다.
김진수 바른재건축실천연합(재건련) 대표는 “나머지 비용을 모두 합해도 재건축 사업 평당 건축비가 350만원을 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토지 전문가들이 본 ㄱ재건축 아파트의 사업부지 땅값은 평당 2천만원이다.
평당 분양 원가는 건축비와 토지비를 합해 1090만원인 셈이다.
40평형대 평당 분양가가 1999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마진율은 45.5%에 달한다.


물론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모두 건설업체가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도급제 사업이면 건설업체는 공사에 따른 수익을 챙기고 나머지 수익은 대부분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
예컨대 조합원들은 낡은 18평형 아파트에 살다가 약간의 추가 부담금을 내고 33평형 새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이다.
따라서 건설업계에선 “재건축 혹은 재개발 사업은 분양가를 높여도 조합원들에게 유리하지 시공업체에겐 이득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분제 사업을 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1천세대 아파트를 새로 짓는 재건축 사업장에서 조합원들이 약간의 추가부담금을 내고 700세대에 입주한다고 가정해 보자. 나머지 건설업체는 나머지 300세대를 분양해 공사비와 마진을 동시에 챙기는 것이다.
이때는 분양가가 오르면 조합원보다는 시공업체가 큰돈을 벌게 된다.
김진수 재건련 회장은 “조합의 사업능력이 떨어지고, 사업성이 높은 지역에선 지분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나아가 건설업체가 직접 벌이는 사업의 경우 수익의 대부분을 해당 업체가 가져간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공공택지에선 분양가의 30%가 수익

아울러 민간업체가 공공택지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면 분양가의 30%를 남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에 분양한 용인 동백지구에선 30평형대 아파트가 675만~723만원에 분양됐다.
토지공사에선 당시 건설업체에게 아파트 용지를 평당 340만~350만원에 공급했다.
용적률이 180%라는 점을 감안하면 택지원가는 190만~200만원선이다.
여기에 건축비와 분양 경비를 합하면 분양 원가는 500만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마진율은 26~31% 수준이다.


이 정도 수익을 남길 정도라면 아파트 분양은 분명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다.
그동안 주택경기 호황을 틈타 건설업체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한 건설담당 애널리스트는 “2002년과 2003년에 분양한 아파트는 2006년까지 건설업체에게 막대한 이익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를 분양한 뒤에는 3년 동안 중도금과 입주금이 들어오면서 수익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벌어들인 이익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나아가 그는 “대형 건설업체의 경우 상당한 재건축이나 재개발 수주물량을 쌓아두고 있고, 앞으로 신도시 등 공공택지 주택건설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택사업은 향후 4~5년 동안 더 많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점에서 분양 원가를 공개하면 건설업체가 어려움을 겪게 되고 주택 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건설업계의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건설업체가 거두어들인 이익이 검은 돈으로 둔갑했다는 사실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 됐다.
앞으로 분양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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