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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 국제화 본격 시동
[중국] 위안화 국제화 본격 시동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4.0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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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은행 2월 말부터 취급 업무 시작…고도 경제성장 힘입어 역외 유통 급증 위안화의 국제화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지난 2월9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홍콩 내 위안화 거래 결제은행으로 중국은행의 홍콩 자회사인 BOC홍콩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홍콩 은행들은 2월 말부터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예금, 외환, 송금, 신용카드 등 4가지 부문에서 위안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중국 경제의 비약적인 성장과 함께 위안화는 이미 홍콩, 마카오 등 인근 아시아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지만, 본토 이외 지역에 있는 은행에 위안화 취급 업무가 공식 허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처를 통해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키우려는 노력의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보고 있다.
위안화 이미 주변 아시아국가서 통용 물론 중국의 허약한 금융 시스템과 경직된 외환제도를 고려하면 위안화의 국제화는 사실상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과제다.
중국은 무역에 필요한 위안화의 경상거래는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지만 자본거래는 지금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자본 수출보다는 자본 수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경제체질이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자본 수출을 통해 국제 시장에서 위안화가 대규모로 유통되지 않고서는 위안화의 국제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위안화의 국제적인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투자의 유입으로 역외시장에서 위안화에 대한 신뢰는 거의 절대적이다.
2003년 말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전년 대비 40.8% 증가한 4033억달러를 기록했다.
한해 동안 무려 1169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안정적인 위안화 환율 역시 이러한 신뢰를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통화안정을 유지해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각국의 상품수지 적자문제 해결과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위안화 절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위안화 환율은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위안화의 역외 유통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역내 무역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2년 40% 이상 늘어났다.
한해 160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 해외여행자의 위안화 사용 규모도 만만치 않다.
중국 인민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홍콩을 제외한 위안화의 해외 유통량은 36억달러에 달한다.
홍콩지역에서 유통 중인 위안화도 대략 51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홍콩과 마카오에서는 대중교통 수단과 소규모 상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위안화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대만 금융권에서도 중국 투자와 교역의 증가에 따라 위안화 업무의 취급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일본은 여행객의 위안화 환전수요 증가로 주요 공항에 별도의 위안화 환전소를 설치했다.
비교적 경제가 낙후된 몽골 역시 최근 중국과의 교역 증가로 위안화의 유통량이 증가해 수도인 울란바토르 시내에서는 위안화 사용에 문제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홍콩과 마카오에서는 위안화가 실질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만큼 법정화폐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외환제도 변경 신호탄 해석도 이런 상황에서 2월 말부터 은행들이 위안화 서비스를 시작하면, 홍콩지역 내 위안화 유통 규모는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지역금융센터로서 홍콩의 역할이 강화되는 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홍콩에서도 위안화 거래의 전면적인 자유화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여전히 많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자본이동에 대한 통제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일국양제’는 홍콩에 대해 50년 동안 독립적인 통화주권을 보장하고 있다.
오랫동안 국제화폐로 인정받아 온 홍콩 달러를 퇴출시키는 일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편 상당수 전문가들은 홍콩 은행에 위안화 업무를 허용한 이번 조처가 중국 본토의 통화정책을 전환하기 위한 전단계 수순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미 장기적으로는 금융자본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현재의 조정환율제를 자유변동환율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변화의 속도가 문제일 뿐이다.
홍콩에서 위안화 환율과 금리가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결정되면, 중국이 향후 금리규제를 풀고 환율 자유화를 추진하는 데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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