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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수 900 투자전략 '이길 패를 잡아라'
[특집] 지수 900 투자전략 '이길 패를 잡아라'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4.03.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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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주가지수가 900을 넘었다고 흥분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지수는 870대로 내려앉았다.
“곧 지수 1000을 넘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투자전략가의 얼굴은 흙빛이 됐고, “지수 900을 넘기 어렵다”고 했다가 물먹었던 투자전략가의 얼굴엔 혈색이 돌아왔다.
펀드매니저들이 종목을 애써 골라 담은 주식고편입 펀드의 수익률은 종합주가지수를 무조건 쫓아가는 인덱스 펀드만도 못하다.
날고 뛰는 펀드매니저들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떤 종목을 골라담을지, 어떤 종목으로 갈아탈지 맞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따라 오르내리는 한국 증시에서 수익을 내려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외국인이 어떤 패를 잡고 있는가.’


종합주가지수가 3월4일 907을 찍고 다시 890선으로 내려앉은 3월9일, 한 대기업 간부 최아무개씨가 슬쩍 묻는다.
“이제 어느 종목들을 사야 하우?” 그는 지난해 들고 있던 1억원의 투자자금 중 벌써 7천만원을 잃었다.
1년 사이 종합주가지수는 540대에서 870대로 60% 남짓 올랐다.
그냥 지수 투자만 했어도 6천만원은 벌 수 있는 장이었다.


“내내 코스닥 종목을 매매하다가 안 될 것 같아 연말에 삼성전기를 샀어요. 그런데 주가가 또 떨어져서 팔았는데, 그러고 나니까 주가가 오르더라고.” 지난해 말 3만원대던 삼성전기 주가는 올해 1월 한때 4만7천원까지 올랐더랬다.


그는 “누님한테 주택자금으로 쓰겠다며 빌린 돈이라 올해 안에는 3천만원을 꼭 1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1년 안에 그가 3천만원으로 1억원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2월까지 남은 투자기간은 10개월. 3천만원으로 1억원을 만들려면 연환산 수익률 280%를 올려야 한다.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지난해의 한국타이어 같은 종목만 잡는다면 말이다.
지난해 3월10일 2500원이던 한국타이어의 3월10일 종가는 1만250원이었다.
지난해 3월에 사 요즘에 팔았다면 310%의 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타이어를 산들 그 정도 수익을 낸다는 보장은 없다.
한국타이어같이 오를 종목을 새로 고른다면 모를까.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5월부터 미쉐린, 캐피탈그룹, 모건스탠리, 슈로더 등 외국의 장기투자 자금들이 지분을 대량 매입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그동안 외국인 지분율은 33%에서 50%로 늘었다.


한국 시장에 상장된 종목은 1500여개에 이른다.
앞으로 매기가 어느 종목으로 쏠릴까.

그것을 분석하려면 우선 지금 시장에서 매기를 좌지우지하는 자들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김세중 동원증권 책임연구원은 “앞으로도 당분간 매기를 좌우하는 건 외국인”이라고 말한다.
한국 중산층의 자산은 부동산에 묶여 있고, 서민층은 번 돈으로 카드빚을 갚기에도 급급하다.
한국의 투자심리가 살아나려면 내수부터 풀려야 한다.
내수가 풀리려면 가계부채와 신용불량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MSCI와 FTSE 편입종목을 주목하라

결국 이야기는 외국인으로 돌아간다.
외국인 투자자가 보는 한국 종목은 많게는 190여개, 적게는 40여개 정도 된다.
김성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외국 증권사 한 곳이 커버하는 한국 종목은 많아야 40~50개”라고 말한다.


글로벌 펀드에 자료를 제공하는 외국 증권사들이 분석 종목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유동성이다.
글로벌 펀드들이 종목을 사기 전에 우선 잘 팔 수 있는지부터 점검해 보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글로벌 펀드들은 시가총액의 85~90%를 차지하는 종목들 안에서 편입 종목을 고른다”고 말한다.


그럴 때 해외 주요 펀드 운용자들이 참고하는 대표적인 지수가 MSCI와 FTSE다.
MSCI코리아에 포함된 한국 종목은 59개, FTSE 전세계(All-World)와 스몰캡(Small Cap)지수 등 FTSE쪽에 포함된 한국 종목은 194개다.
두 지수에 공통으로 들어간 종목은 58개다.
삼성전자 우선주만 제외하면 MSCI 전 종목이 FTSE에도 들어가 있다.


어차피 한국인의 투자심리가 호전될 때까지는 외국인들이 증시를 주도할 수밖에 없는 터. 이들이 들여다보는 종목으로 관심 범위를 좁히면 승률을 높일 수 있다.
1500개 중에 하나는 0.066%지만 58개 중 하나는 1.72% 아닌가. 연 300%의 수익률을 기록한 한국타이어도 MSCI와 FTSE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종목이다.
MSCI와 FTSE에 공통편입된 종목들의 1년간 평균 주가상승률은 79.5%로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61%보다 18.5%포인트 높다.


외국인들이 종목을 고르는 기준은 한국의 기관투자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익 증가세와 수익의 지속성 말이다.
JP모건의 이승훈 상무는 외국인 투자자가 주로 보는 지표로 매출액 증가율과 당기순이익 증가율, 자기자본 이익률(ROE)을 꼽는다.
모두 기업이 영업활동을 잘할 때 높아지는 지표들이다.
한국타이어의 실적을 보자. 2001년 이래 당기순이익은 303억원, 695억원, 1008억원으로 늘었고 ROE는 3.2%, 7.2%, 9.8%로 늘었다.
이런 기업은 한국의 기관투자자들도 선호한다.


문제는 가진 정보량이 적고 정보 취득 속도도 느린 개인투자자가 과연 외국인 매기가 쏠릴 종목을 제때, 제대로 골라낼 수 있는가 하는 데에 있다.
투자의 프로, 펀드매니저들한테도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올해 들어 펀드매니저들이 일 삼아 종목을 골라담은 주식고편입 펀드의 수익률은 전체 시장을 벤치마크하는 인덱스 펀드에도 미치지 못했다.
펀드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3월10일까지 인덱스 펀드는 연초 대비 10.1%, 주식고편입 펀드는 연초 대비 6.1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펀드매니저들도 외국인의 매기가 쏠릴 종목을 골라내는 데에 성공적이지 못한 셈이다.


장세를 맞출 수 있다면 어떨까? 최근 투자전략가들의 컨센서스는 “더 오른다”로 몰리고 있다.
한 일간지가 3월 초 국내외 증권사 임원 11명에게 “한국 증시가 올해 안에 1000을 돌파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8명이 깰 것이라고, 3명이 깨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수가 1000을 넘을 것이라는 쪽은 한국 기업의 이익이 늘어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9.3배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외환위기 때 PER이 10.5였으니 지금의 한국 종목은 그때보다 저평가되어 있다는 뜻이다.
강력한 수출 증가세와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감, 지난해부터 20조원을 쏟아부은 외국인의 자금력도 1000 돌파의 근거로 제시됐다.
반대로 미국 증시 약세, 한국 관련 펀드들의 포트폴리오 한도 초과 같은 요인은 주가하락의 요인으로 지적됐다.


어느 쪽이 맞는 이야기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그러나 주식 투자 수익은 예측에 대한 대가로 올리는 것이다.
예측이 맞으면 벌고 틀리면 잃는다.
예측에 대한 리스크가 곧 돈인 셈이다.



예측은 리스크, 리스크는 곧 돈

종목을 고르는 수고, 장세를 예측하는 노고를 빼고 그냥 무작정 한국 증시에 투자할 때, 기대수익률은 9%이다.
국민연금 중장기투자정책위원회가 과거 주가상승률과 경제변수, 자산시장의 상관관계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산출한 수치다.
다시 말해 한국 주식시장에 10년, 20년씩 길게 투자하면 투자수익률이 9%에 수렴할 것이라는 뜻이다.


한상언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킹 재테크팀장의 계산. 연 9%의 수익률로 3천만원을 1억원으로 만드는 데엔 14년이 걸린다.
1억원을 만드는 기간을 줄이려면 2가지 방법밖에 없다.
기대수익률을 높이든가, 투자자금을 늘리든가. 종잣돈 3천만원으로 시작해 월 100만원씩 투자자금을 보태면 연 9% 수익률로도 4년 만에 1억원을 만들 수 있다.
대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반면 기대수익률을 280%로 높이면 10개월 안에 1억원을 쥘 수 있다.
대신 종목을 고르는 리스크, 장세를 전망하는 리스크, 즉 돈을 잃을 리스크는 부담해야 한다.


리스크를 줄이면서 기대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장세를 전망하는 리스크를 줄이려면 적립식 투자전략을 사용해 투자시기를 분산하면 된다.
종목을 고르는 리스크를 줄이려면 애초에 투자종목이 분산된 상품을 사면 된다.
인덱스 펀드나 지수를 활용한 각종 상품이 그것이다.
자, 승률과 수익률,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자.
MSCI, FTSE가 한국 증시를 선진국 지수에 넣는다면?
최근 들어 한국 증시의 선진국 지수 편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 증시의 지위 변화를 논의해 온 MSCI와 FTSE의 견해가 늦어도 상반기 중엔 드러나기 때문이다.
3월26일, FTSE그룹의 자회사 FTSE아시아태평양의 폴 후프 사장은 한국 증권거래소에 이에 대한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MSCI의 논의 결과는 연례회의가 끝나는 5~6월쯤 밝혀질 전망이다.
한국 증시의 시장 지위가 바뀌면 펀드 운용자들은 6개월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한국 종목을 이머징 펀드에서 빼고 선진국 펀드에 넣는 교체매매를 벌이게 된다.
이때 대략 37억∼50억달러의 자금이 한국 증시에 순유입될 전망이라는 데에 시장 컨센서스가 모이고 있다.
자금 유출론도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이 선진국 지수로 포함되면 편입 비중이 되레 줄어 20억달러의 순유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두 지수에서 한국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머징마켓펀드(EMF)에선 19%에 이르지만 전세계 지수에선 1~2%밖에 되지 않는다.
MSCI지수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 펀드가, FTSE지수는 주로 유럽펀드가 참고한다.
MSCI지수는 미국의 모건스탠리가, FTSE지수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가 제공한다.
업계에선 MSCI지수는 3조~3조5천억달러, FTSE지수는 2조5천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추정한다.
두 지수는 모두 1년에 4차례 조정을 한다.
MSCI지수는 2, 5, 8, 12월에, FTSE지수는 3, 6, 9, 12월에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한다.
특정 국가를 선진국 지수에 포함시키는 등 굵직한 논의가 펼쳐지는 회의는 연례회의로, MSCI는 5월에, FTSE는 3월에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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