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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미국 경제회복,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이슈추적] 미국 경제회복,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 권태호/ <한겨레> 경제부
  • 승인 2004.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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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0일(현지시간)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은행들이 고금리 환경에도 잘 대응할 수 있어 금리가 오르더라도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디플레이션 위협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며, 경제가 분명한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확실한 변화가 나타났으며 긍정적인 신호” 따위의 말을 쏟아냈다.


늘 노스님 선문답처럼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식의 ‘화두’만 툭 던지는 그린스펀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미 상원 은행위원회의 발언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분명한 어조였다.
그래서인지 시장은 이를 금리인상을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날 주가와 채권값은 급락했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는 17.73포인트(1.56%) 떨어졌는데, 이는 낙폭 기준으로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에 나타난 최대치다.


그린스펀은 다음날인 21일 미 의회 합동 경제위원회 증언에서는 “미국 경제는 강한 확장세에 진입하고 고용시장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페더럴펀드 목표금리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언젠가는’(at some point) 인상되어야 한다”며 ‘금리인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이 아직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하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여 안전판을 마련하긴 했다.



경제성장 이은 금리 인상은 당연

미국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4.5%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여왔다.
미국의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엄청난 속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이 계속 미뤄졌던 것은 노동시장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실물경제의 회복은 곧바로 고용 창출로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실물경제와 고용이 따로 놀았다.
이는 생산성 향상 덕택에 고용주가 기존의 노동력만으로도 보다 많이 생산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컵에 물이 가득 차면 넘치게 되듯 생산이 계속돼 생산성 향상으로만 이를 지탱할 수 없는 단계가 되면 고용은 늘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억제됐던 고용 증대가 소비 증대로 곧바로 이어져 경기가 비약적인 활황세를 띨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3월 고용지표에 따르면, 새로운 일자리가 월 60만개나 새로 생겨났다.
이는 이전 월 평균 16만개의 4배에 이르는 것이다.
이것은 ‘고용 없는 경제회복’이 이제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란 얘기다.
3월 중 비농업부문 취업자수는 30만8천명이나 늘어났다.
이는 2000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의 통계치는 이미 인플레 초입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보인다.
3월 중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월의 0.1%에서 0.5%로 오름세가 크게 확대됐다.
3월 중 소비자물가도 전월 대비 0.5% 올라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3월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1.8% 증가해 지난해 3월(2.2%)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3월 중 경기선행지수는 고용 개선, 주택경기 호조 등으로 전월 대비 0.3% 상승한 115.3(1996년=100)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4.4% 올라 84년 4월(4.6%) 이후 월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8월 이후, 0.75%포인트 상승론

미국의 연준위원들은 그린스펀 의장을 포함해 모두 12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현 수준을 유지하자는 비둘기파와 금리인상을 요구하는 매파, 중도파 등 3등분 구조를 보이고 있다.
비둘기파에 속하는 도날드 콘 연준이사는 ‘확실한 증거’(convincing evidence)가 나타날 때까진 참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로버트 패리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는 “인플레이션율이 1~2%일 경우, 페더럴펀드 목표금리는 3.5% 수준이어야 한다”며 “상당폭(significant)의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펴고 있다.
현재로선 중도파인 로저 퍼거슨 연준 부의장과 잭 귄 애틀랜타 총재 등이 비둘기파쪽에 기울어져 있어 당장 금리인상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진 않는다.
그러나 매파의 의견이 워낙 강하고, 중도파도 “경기회복세가 더욱 빨라질 경우 금리는 정상 수준(normal level)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금리인상은 결국 시간문제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JP모건, 도이치뱅크, UBS워버그 등 투자은행들은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가 8월부터라는 데에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연말 최종 금리 전망은 JP모건은 2%, 도이치뱅크는 1.5%, UBS월버그는 1.75% 등으로 조금씩 차이가 났다.


당초 그린스펀의 발언 직후만 해도 미국의 금리인상이 곧바로 단행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빨라야 8월’이라는 쪽으로 늦춰지고 있다.
게다가 금리인상 폭도 0.5~1%포인트의 소폭 점진적 인상(baby step)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4월29일 미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로 인해 더욱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미 상무부는 이날 1분기 GDP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4.2%라고 잠정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4.1%)에 이어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입증하긴 했지만, 당초 5% 정도의 성장을 기대했던 금융시장 예측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높은 수준을 유지해 온 주택투자 증가세가 주춤한 것도 경기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했다.
성장률이 시장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자, 달러화는 이날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지난 1분기 물가인상률이 2.5%로 이전 분기보다 1%포인트 높은 점을 들어 아직 금리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역시 고용이다.
여기에 테러 위협도 상존하고 있다.
이경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월 평균 20만명의 신규고용이 3~6개월 가량 계속 증가해야 경기 활황으로 볼 수 있는데 미국은 3월에만 이를 초과 달성했을 뿐, 4월에는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런 면에서 아직 경기과열로 보기는 힘든 시점”이라고 말했다.


4월 셋째주 신규실업수당 청구자수는 35만5천명으로 전주에 비해 9천명 가량 줄어들었다.
내셔널시티사의 리차드 디카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신규고용 창출이 견실한(at a healthy clip)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는 당초 예상인 2만명보다 부진한 것이어서 그린스펀 발언 직후 4.4%에서 4.45%로 치솟았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다시 4.38%로 하락했다.


결국 미국 실물경제 회복세는 아직까지는 여전히 노동력 증대보다는 노동 생산성 증가에 기인한다고 봐야 하며, 노동시장 회복세는 초기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본격적인 노동시장 회복세로 접어들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며, 금리인상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시장 참가자들의 대략적인 시각이다.
미국 금리인상은 한국의 악재? 그동안 미국통화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는 2003년6월25일 이래 1% 수준을 유지해 왔다.
이런 초저금리 정책기조가 이제 막을 내리고 고금리기조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데에 세계 금융시장의 우려가 쏠려 있다.
우선 미국 금리인상은 미국 주가하락과 함께 과열된 부동산 거품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지난해 4분기 주택가격이 15.5% 올랐다.
이는 10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저금리와 주식시장에 대한 실망감으로 갈 곳 없는 돈이 부동산으로 몰린 것이다.
미국 부동산시장은 이미 2000년 이후 23%나 올랐다.
로스앤젤레스는 64%, 웨스트팜 비치는 74%가 상승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미국 경제와 크게 연동된 우리나라의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콜금리 기준치는 지난해 5월 이후 3.75%에서 1년 가까이 꼼짝 않고 있다.
부동산 열기도 냉각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역시 주식시장이다.
미국 금리인상은 미국의 주가는 물론 우리나라의 주가하락에 직격탄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이런 우려는 더욱 크다.
금리상승시 기업의 자금조달 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이를 ‘악재’로 판단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대금을 회수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이 올라 미국시장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수출과 내수가 불균형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하락은 우리나라 내수회복에 또 한번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상승이 이미 널리 알려진 탓에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서서히 진행돼 그 강도가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희망 섞인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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