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6:14 (목)
2. 외풍보다 허약한 산업체질이 문제
2. 외풍보다 허약한 산업체질이 문제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4.05.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주력 산업 경쟁력 분석…핵심 부품 및 기반산업 해외의존도 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이 국내총생산(GDP)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태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35달러를 넘어서면 GDP는 3.67%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973~85년, 79~80년 1, 2차 오일 쇼크 당시의 거시변수 변화를 분석해 보니 그렇더라는 것이다.
GDP뿐 아니라 소비는 1.22%, 투자 2.45%, 실질임금 2.14%, 고용 3.06%, 경상수지 17.36%의 마이너스 효과가 예측된다.
이와 함께 소비자물가는 1.53%포인트, 이자율은 7.96%포인트가 올라 소비와 투자위축도 부를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산업전문가들은 이런 대외여건의 악화에만 관심을 돌려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정작 ‘위기의 시간표’를 앞당기는 것은 취약한 산업 경쟁력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인당 GDP의 최근 5년간(1997~2002년) 연 평균 증가율에서 한국은 0.68%가 감소했다.
반면 중국과 영국은 같은 기간 동안 5.62%가 올랐다.
하병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출성취도에서는 1998~2002년 사이에 한국 수출물량이 연 평균 12.9%나 증가했지만, 달러화 금액으로는 3.6% 증가에 그쳤다”고 분석한다.
가격을 무기로 수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질적 경쟁력을 키운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장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기술력이 떨어져 핵심 부품 및 기반 산업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편이며 제품도 대부분 범용, 소형분야에 치중돼 있다”고 지적한다.
아직까지는 주력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꽤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DRAM을 제외하면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하병기 연구위원은 “반도체마저도 비메모리분야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부침이 심하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앞으로는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으로 GDP를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환위기를 통해 이미 자본투입형 성장전략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의 장석인 주력기간산업실장은 “새로운 성장 산업을 창출해 내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주력 산업들도 빠르게 변하는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얼마나 신속하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전략도 나온다.
주요 산업군의 취약점을 중심으로 각 산업에 닥쳐 있는 위기요인들을 정리해 봤다.
자동차 자동차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세계 5위 수준이며, 오는 2010년경부터 시장개방과 그에 따른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먼저 중국은 2010년까지 완성차와 부품을 합쳐 최대 1천억달러 수준으로 수출을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200억달러대이므로 목표대로 된다면 엄청난 수준이다.
GM과 포드 등 선진국 업체들의 적극적인 글로벌 소싱으로 인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여기에다 내년에 한일 FTA 협상이 완료되면, 5년 유예기간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2010년부터는 일본의 자동차가 엄청나게 쏟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나 유럽도 관세인하 압력을 넣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30%나 될 만큼 큰 파급력을 갖고 있어 한국 시장을 점령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예측도 나온다.
갈수록 신기술 개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도 위협요인 중의 하나다.
예컨대 선진 자동차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 전기자동차, 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자동차의 조기 개발 및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경쟁사에 자사 시스템을 공급해 시장표준을 선점하려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범용기술은 선진국의 85~90%, 미래형 자동차는 30~40% 수준에 그친다.
아울러 부품설계기술이 취약하다는 점은 완성차의 경쟁력 향상에 큰 제약요인이다.
최근 들어선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이 늘면서, 현재 전체 부품공급의 3분의 1이 넘는 8조원어치를 외국 업체가 전담하는 추세다.
조선 조선쪽에선 이미 과점화 추세가 정착돼, 생산성과 기술, 원가 경쟁력을 갖춘 소수 기업에 의해 주도되는 분위기다.
주도권은 미국, 영국, 일본에서 일본,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향후 중국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조선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9.3%로 1위지만, 2015년 이후로는 정상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조선소의 도크를 계속 확충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을 중심으로 제품 차별화에 성공했지만, 향후 고부가가치화를 따라가기에는 우수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현장에서 이 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인력들은 70~80년대에 주로 활약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수시장이 지나치게 작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내수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20%에서 5% 이하로 감소했다.
전자 미국과 일본이 아직까지도 최대의 전자제품 생산국으로 자리 잡고는 있지만, 점차 이들의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98년 미국과 일본이 각각 30.1%, 18.6%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였지만, 2002년에는 26.5%, 15.7%로 떨어진 것이다.
반면 중국과 한국은 98년에 각각 4.7%, 3.7%에서 2002년 각각 10.1%, 5.5%로 올라섰다.
기술력 비교에선 일본이 100이라고 할 때, 한국은 일본의 약 94%, 중국은 79% 수준이다.
산업연구원의 ‘전자산업의 세계판도 변화와 한국의 선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에는 중국이 전자산업 전반의 기술력에서 한국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이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에서 현재로선 중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시장 규모, 산업 인프라, 노동비용, 산업정책, 글로벌 네트워크 등의 측면에서 보면 중국이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보다도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 기반 구축, 외국 R&D센터의 국내 유치,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 R&D센터 설립, 전자부품의 모듈화 개발 등이 과제로 대두된다.
반도체쪽에선 취약 부문으로 꼽히는 비메모리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반도체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공동개발하는 협력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컨대 도요타자동차 내에는 반도체설계팀이 따로 있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인력이 자동차의 구동원리도 파악하고 있어야 기술발전도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철강·기계 철강·기계쪽은 대중국 수출비중이 상당한 편이다.
철강의 경우 전체 수출물량의 40%가 중국으로 들어간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따라서 중국변수의 영향이 어느 산업보다도 절대적이다.
특히 2008년 북경올림픽, 2010년 상하이 만국박람회까지 중국 내에서 대대적인 내부설비 교체가 완료되면 한국의 수출에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계쪽은 미국, 일본, 독일 등 3대 전통적 기계산업 강국이 세계 시장의 40%를 지배한다.
한국은 전 세계 생산의 2.1%, 수출의 2.0%를 차지해 교역기준으로 세계 15위다.
전문가들은 주력 산업 중에서 상대적으로 중국과의 격차를 상당기간 유지할 수 있는 분야로 기계를 지목한다.
자동차가 5년 후에 격차가 거의 줄어든다고 본다면, 기계의 경우 8년 가량은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거꾸로 보면 그만큼 한국도 선진국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얘기가 된다.
자본투자를 위주로 한 장치산업의 경우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도 있지만, 기계쪽은 설비만 들여온다고 산업성장이 곧바로 뒤따르진 않는다.
다만 2010년 이후가 되면 어차피 어려워진다.
동북아로 볼 때 일본이 첨단기계류 분야로 특화되고 한국과 중국은 경쟁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석유화학 국내 무역수지 흑자의 45%를 차지하며, 에틸렌 생산능력은 세계 4위 수준이다.
이렇듯 외형상으로는 한국의 대표적인 주력 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범용 제품 위주의 생산과 설비투자 부진으로 인해 성장 잠재력은 한계에 부딪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부가가치 창출과정에서 기술 경쟁력은 선진국의 50~60%에 불과하다.
아울러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생산능력에 비해 업체수가 많아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가 있다.
최근 새롭게 지어지는 중동이나 아시아 지역의 기업들보다도 규모가 작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선진국의 메이저 기업들은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미 전면적인 사업철수와 대형화, 제휴 등을 활발히 펴고 있는 실정이다.
2005년 이후가 되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관측이다.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중국이 설비투자를 늘려 자급률을 올릴 경우 수출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지역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존 석유화학 설비투자는 석유화학의 경기 사이클과 맞물려 있었지만 현재 중동지역의 설비투자는 경기와 무관하게 자체적인 투자 동기에 따라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이오·환경 지난 2000년 현재 한국의 바이오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8%(14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산업으로 정착되는 초기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가 유망한 편이다.
기술 경쟁력이 어느 산업보다 중요한데, 정부가 연구예산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국이 개인적 역량은 우수한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2001년에 미국이 신기술분야 중에서 IT에 2.0%, 바이오에 25.9%를 투자한 데 비해, 한국은 IT.DP 9.1%, 바이오에 7.7%를 투자했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주목해야 할 성장 산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라는 주문인 것이다.
경제성장의 부산물인 오염에서 출발한 환경산업도 2020년에 GDP비중이 4.0%, 세계 시장 점유율 7.5%를 바라보는 미래형 산업이다.
환경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 것이냐는 정부의 환경규제 속도와 깊은 연관이 있다.
예컨대 자동차의 배기가스 규제가 엄격해질수록 환경산업의 성장속도는 빨라진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이미 전략적 육성에 나선 상태다.
일본은 93년부터 2020년까지 총 1조5500억엔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비즈니스 서비스 비즈니스 서비스산업에는 IT 서비스, 엔지니어링, 인력 파견, 법무, 회계, 컨설팅, 광고, 디자인, R&D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보면 된다.
OECD 국가들의 비즈니스 서비스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 95년 1100억달러에서 90년대 후반에 연 평균 10%씩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비즈니스 서비스는 시스템통합(SI), IT컨설팅 등 IT 서비스부문이 전체 매출액의 39%에 이른다.
법무, 회계, 인력파견 등 전통적 업종의 매출비중은 24.7%인 데 반해, 전체 고용에서 43%를 차지하고 있어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비즈니스 서비스산업이 안고 있는 장해요인으로 가장 크게 지목되는 것은 바로 기업의 마인드다.
기업들이 아웃소싱에 대한 전략적 사고가 부족한데다,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 전형적인 갑을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적 재산권 보호와 상업화 지원도 향후 과제로 꼽힌다.
*도움말 주신 분 : 산업연구원 - 장석인 주력기간산업실장(총괄), 이항구 자동차·조선팀장, 주대영 반도체·전자산업팀장, 김주한 철강·화학·섬유패션팀장, 박광순 기계·부품소재팀장, 안기철 신기술산업팀장(환경), 홍성인 부연구위원(조선), 이경숙 부연구위원(가전), 박정수 부연구위원(통신기기), 최윤희 연구위원(바이오), 황윤진 전문연구원(석유화학) 등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