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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씨티그룹 “하이닉스는 밥이다?”
[비즈니스] 씨티그룹 “하이닉스는 밥이다?”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4.06.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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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담보채권 집중 사들여…알짜기업 인수·차익 실현 ‘일석이조’ 효과 한미은행 인수. 하이닉스 비메모리분야 인수. 올 초부터 불기 시작한 씨티열풍은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른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하이닉스 채권도 씨티은행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금융계에선 씨티은행이 골드만삭스를 통해 하이닉스 무담보채권을 평균 30% 할인된 가격에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이는 올 초만 해도 5400억원을 제시하며 하이닉스 비메모리부문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던 씨티그룹 계열사 씨티벤처캐피탈이 최근 인수가격을 돌연 9543억원으로 높인 것과 무관하지 않으리란 얘기다.
이런 주장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일단 “하이닉스 채권을 사들인다는 것은 소문에 불과하다”며 극구 부인하고 나섰다.
주채권은행인 한국외환은행 관계자 역시 “씨티은행이 무담보채권을 집중매수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입증하기는 힘들다”고 물러선다 하지만 한 외국계 채권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이 모를 리 없다”며 “내부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귀뜸한다.
실제로 금융계에선 씨티벤처캐피탈의 비메모리부문 인수와 씨티은행의 하이닉스 채권 매입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하이닉스가 비메모리분야를 1조원 가까운 금액에 매각할 경우, 하이닉스는 자금을 확보하게 돼 생존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된다.
이 때 씨티은행이 무담보채권에 대해 CBO(채권현금매입)를 주장하면, 이를 통해 차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CBO 비율. 씨티은행 입장에서는 평균 30% 할인된 가격으로 하이닉스 채권을 매입했으니 CBO 비율을 30% 이상으로 가져가야 한다.
참고로 SK네트웍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해외채권단은 CBO비율을 43%로 잡고 인센티브 명목으로 채권액의 5%를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통해 보장받은 바 있다.
한편 씨티그룹이 하이닉스 비메모리 반도체분야를 인수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부르자, 하이닉스의 주가는 폭등했다.
이에 대해 정창원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하이닉스 비메모리부문의 매각액 가운데 5700억원이 현금으로 하이닉스에 유입될 전망”이라며 “하이닉스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더해 씨티은행은 하이닉스 무담보채권을 매각할 경우 추가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 씨티그룹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씨티은행의 하이닉스 무담보채권 매입은 아직 그 실체가 명확히 들어난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 대개 당사자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우회적인 방법을 쓰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채권단들도 일절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를 둘러싼 씨티그룹의 공격적인 행보를 고려하면, 하이닉스 채권을 통한 차익실현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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