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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신종펀드 봇물, 리스크 줄이려면 분산투자가 정답
[머니] 신종펀드 봇물, 리스크 줄이려면 분산투자가 정답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4.06.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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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의 눈앞은 현란하다.
부동산은 물론 금, 원유, 철광 등 실물상품부터 영화, 드라마 등 문화상품까지 온갖 자산에 투자하는 다양한 금융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 수익률을 창출하는 기초자산이 다를 뿐, 이런 상품들도 운용방식은 기존 상품과 비슷하다.
결국 기초자산에 대한 전망능력이 당신의 수익률을 좌우할 것이다.


지난 4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확정된 이후 투자자들의 상품 선택 폭은 더욱 넓어졌다.
부동산펀드부터 금, 원유, 철광 등 실물상품에 투자하는 상품자산 펀드에서 영화, 드라마 등 문화상품에 투자하는 엔터테인먼트 펀드까지 온갖 자산에 투자하는 다양한 금융상품들이 이미 나왔거나 출시될 예정에 있다.


그러나 ‘뉴페이스’라는 이유만으로, 최근 해당 기초자산의 상승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현혹되어 덥석 가입해선 안 된다.
이런 상품들도 운용구조는 기존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물에 직접 투자하거나, 채권과 워런트(옵션이 딸린 증권의 일종)에 투자하거나, 현물에 투자하되 헤지를 하거나.

따라서 상품을 고를 때 첫 번째 고려사항은 ‘기초자산 전망에 대한 자신감’이다.
즉, 스스로 “이 자산의 가격은 이쪽 방향으로 대략 어느 정도 움직인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



“한국 문화를 키우자” 엔터테인먼트 펀드

신종 펀드들 중 톡톡 튀는 것은 단연 엔터테인먼트 펀드다.
5월25일, ‘올드보이’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는 ‘기적’을 일으키면서 한국 영화의 가능성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 문화산업에 투자해 투자수익도 거두고 산업 밑거름도 뿌려준다면 이 아니 좋을쏘냐.

KTB자산운용은 6월 중순 중 엔터테인먼트 펀드를 내놓는다.
이 펀드는 영화, 음반, 공연 등 문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일종의 투자조합이다.
영화는 9개월, 공연은 15개월 등 투자대상에 따라 평균 자금 회수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이 펀드의 의무가입 기간은 다소 길다 싶은 2년이다.
대신 거래소에 상장해 환금성의 제약을 피할 예정이다.
이 상품 투자자는 만기 전에라도 거래소에서 다른 사람한테 상품을 팔 수 있다.
리츠처럼 말이다.


기초자산의 특징이 펀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산업의 불투명성, 불확실성 말이다.
문화 프로젝트의 가치는 중간에 평가할 수 없다.
운용 중간엔 펀드 운용성과를 알기가 쉽지 않다.
즉 기초자산의 가치평가를 그때그때 할 수 있는 다른 펀드와 달리 매일 기준가격을 확인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회계 처리가 불투명한 업계 관행 역시 꺼림칙한 부분으로 남는다.


투자 성공률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 해 나온 한국영화 70여편 중 수익을 낼 만큼 관객 동원에 성공하는 영화는 10%도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실패 때 손실 규모도 크다.
2002년 ‘아유 레디’로 참패를 맛본 KTB네트워크는 담당자를 교체하기도 했다.
국내 영화, 공연, 음반 등 분야별 문화산업의 시장 규모도 몇백 억원에서 몇천 억원대로 아직 크다고 말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의 규모는 거래소 시가총액만 해도 360조원에 이른다.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KTB자산운용은 6개월에1번씩 보고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또 70%를 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에, 나머지 30%는 채권 및 유동성 자산에 나눠 투자하는 방식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을 줄일 계획이다.
또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도 영화 60%, 공연 20%, 음반 10%, 전시회 등 기타 분야 10%로 구성해 실패 위험을 분산시켰다.
4년여 영화 투자경력의 KTB네트워크가 자문을 맡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연 평균 15~20%의 수익률을 기대한다.
채권에도 투자하는 엔터테인먼트 펀드의 기대수익률은 8%대다.


또 하나 감안할 점이 있다.
엔터테인먼트 펀드의 수수료는 주식형에 비해 약간 더 비싸다.
주식형 펀드는 대개 보수 수수료가 투자금액의 2%이지만 엔터테인먼트 펀드는 2.7%다.
그만큼 공이 많이 드는 탓이다.



금·원자재 가격 전망에 자신 있다면 상품투자 펀드에

금, 원유, 가스 등 실물 상품에 투자하는 상품자산 펀드들도 최근 마케팅에 들어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다.
이들 펀드는 국제 금 가격, 골드만삭스 상품가격지수(GSCI), 국제원자재가격지수(CRB)에 베팅한다.
모두 최근 중국 경기 호황, 중동 정세 불안으로 가격이 높아졌던 자산들이다.


상품자산 펀드들의 매력 포인트 또 하나! 이들은 대개 주가지수연계펀드(ELF)처럼 채권투자를 통해 위험관리를 하고 워런트에 투자해 이익을 추구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원금 보존형 상품이라는 얘기다.


대한투신운용이 운용할 계획인 금 펀드는 자산의 95%를 채권에 투자해 원금을 보전하고, 나머지 5%를 금값 지수 워런트에 투자한다.
가입시점과 비교해 만기 때 금값이 10% 오르면 연환산 6% 가량 수익을 내는 구조다.


한국투신운용이 내놓을 상품자산 펀드는 골드만삭스 1차 상품 가격지수(GSCI)에 연계된 워런트와 채권에 투자한다.
GSCI는 금, 은 등 귀금속부터 원유, 천연가스 등 자원과 밀 등 농산물, 돼지 등 가축의 가격까지 포함해 산출된다.
이 모두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은 개발도상국 경제의 급부상으로 장기 상승하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품들이다.


상품자산 펀드들은 수수료, 세금 구조도 ELF와 비슷하다.
이것들은 채권형으로 분류돼 수수료는 0.75%로 낮은 편이다.
수익에 대한 세금은 배당소득세처럼 16.5%를 뗀다.
금 펀드 등 일부 상품은 1년 이상 가입하고 세금우대상품으로 들면 세율이 11.5%로 줄어든다.
다만 세금우대 한도는 모든 금융기관을 합쳐 한 사람당 4천만원(55살 이상 여자와 60살 이상 남자는 6천만원)까지로 정해져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러나 가격 방향에 대한 수익구조는 ELF와 비교할 바 없이 단순하다.
상품자산 펀드는 가입시점 대비 만기시점의 가격이 올라야만 수익을 낼 수 있다.
따라서 상품 만기가 오는 1년 뒤 금값이, 원자재지수가 지금보다 얼마나 더 오르는가 하는 것이 이 유형 펀드들의 관건이다.



리스크가 싫다면 지수연계상품, 헤지펀드에

투자전략가들은 현재 국제 자산시장의 리스크가 개인 투자자가 감내하기엔 너무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조언한다.
김종국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자산시장이 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망한다.
원자재가 상승을 이끈 중국 정부는 긴축 재정에 나서겠다고 발언했고 미국은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이런 주변 여건은 원자재가가 지금과 같은 상승세를 지속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장기 투자가 아니라면 원자재 지수상승에서 초과수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달러가치가 불안정하게 움직이면서 지금 전 세계 자산시장은 유행하는 투자자산과 투자패턴이 빠르게 뒤집히는 이행기, 과도기에 들어갔다”고 분석한다.
전 세계가 리스크 속에 있는 지금 같은 때엔 낯설고 잘 모르는 자산보다는 친숙하게 잘 아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그는 조언한다.
즉 현금, 단기 채권, ELF나 헤지펀드 등 가격 변동성을 헤지한 상품, 적립식 펀드 등 시장 변동성을 헤지한 상품의 보유 비중을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


이렇게 시장 방향성 예측이 어려울 땐 양방향으로 수익 기회를 분산시키는 전략도 써볼 만하다.
예컨대 만기 전에 수익 달성 기회가 주어지는 원금보전형 지수연계상품에 투자하면서 상승형과 하락형에 반반씩 동시에 가입하면 시장이 올라도 벌고, 떨어져도 벌 수 있다.
이머징마켓 전망이 불명확할 땐 선진시장쪽으로 포트폴리오 비중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하간 지금은 국제적 단기 투자자금들이 돌아다니며 자산가격을 휘두르는 판이다.
‘선수들’이 맹렬하게 뛰는 판에 개인이 나서기엔 위험하다.
미국 금리인상, 중동 정세, 미국 대선이라는 국제적 변수들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감내할 리스크의 수위를 낮춰두자. 기초자산이든, 투자시기든, 투자전략이든 분산하고 분할하면 리스크는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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