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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심리학] 파랑새 증후군
[비즈니스심리학] 파랑새 증후군
  • 우종민/ 서울백병원 신경정신
  • 승인 2004.07.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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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개씨는 한 중소기업의 자재과에 다니는 사원이다.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지만, 마음은 이미 회사를 떠난 지 오래다.
아니 처음부터 마음을 붙인 적도 없었다.
그는 집안의 기대를 듬뿍 받고 자라난 외동아들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집안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고시를 준비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결국 고시를 포기하고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때는 IMF로 경기가 나쁠 때라 자신이 원하는 대기업으로 갈 수는 없었다.
원하지 않는 직장에 입사를 한 그에게 가장 힘든 것은, 자신에게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다.
현실은 항상 불만스럽다.
항상 우울하고 때로는 다 때려치우고 죽고 싶은 마음도 든다.
자격증 시험 준비를 멈추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여전히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씨와 같은 사람들은 과거의 기준으로만 현실을 본다.
부모님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컸고, 자신도 뭔가 큰 일을 하게 될 줄 알았다.
같이 공부하던 동기들은 다들 잘 나가는 것 같은데, 자신만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든다.
더욱 큰 문제는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도 비관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를 일명 ‘파랑새 증후군’이라고 한다.
동화 <파랑새>의 주인공처럼 미래의 행복만을 몽상하면서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정열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다.
유례없는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취업한 20대 직장인들의 상당수는 취업 후 자신의 주변이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뚜렷한 현실적 대안 없이 직장을 그만두곤 한다.
더 좋은 대안을 위해 그만두는 것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냥 막연히 꿈만 꾸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의학적 용어는 아니지만, ‘피터팬 신드롬’, ‘모라토리엄 인간’과도 공통된 일면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덩치만 컸지 정신적 성장은 멈춰버린 어린아이와도 같다.
예컨대 어린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면 남의 것부터 먼저 살펴보며 제 것과 비교한다.
남의 떡이 커보이기 때문이다.
파랑새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그들은 현재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좋은 대우를 받는 것에만 관심을 둔다.
어른이 됐는데도 어린아이처럼 참을성이 없기 때문에, 즉각적인 만족이나 보상에만 집착한다.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가. 우선 부모의 과보호를 받으면서 자라난 사람은 가족의 높은 기대를 한몸에 받은 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과보호로 인해 자율성(autonomy)이 제대로 길러지지 못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낳게 된다.
자신의 판단대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진 적이 없는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현실이 조금만 힘들어져도 인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는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누군가 도움을 주겠지라는 식의 책임감의 결여로 이어진다.
가정 환경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IMF 외환위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를 만들었다.
고용불안과 취업 기회의 축소, 극소수의 성공 사례는 어쩌면 파랑새 증후군을 더 부추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파랑새 증후군을 치료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물론 적성에도 맞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수도 없는 직장을 죽자 살자 다닐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에는 분명한 목표와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무조건 직장을 갈아치우기 전에, 자신이 디디고 있는 곳을 발판으로 삼아 미래를 일구어내겠다는 긍정적 사고방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높은 기대는 버리는 게 좋다.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역설적 사실을 가슴에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인생의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자신, 그리고 주변의 자연과 타인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지나버린 과거의 모습에 허우적대다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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