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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시리즈/남북경협 지상강좌시리즈 ②] “개성공단은 마지막 기회”
[특별기획 시리즈/남북경협 지상강좌시리즈 ②] “개성공단은 마지막 기회”
  • 김보근/ 한겨레통일문화재단
  • 승인 2004.07.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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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제이테크중국에빼앗긴중저가기술생산경쟁력만회계기로활용

‘개성공단입주업체는사무관리를위해펜티엄컴퓨터를가지고갈수있을까?’

우스워보이는질문이다.
도대체컴퓨터도없이어떻게기업관리·운영을한단말인가.하지만현재개성공단시범단지에입주하는업체들에게는심각한문제다.
왜냐하면단순히현행법률과관행에따르면,북한으로는386컴퓨터를반출하는것조차불허되고있다.
그런데개성공단이가동되려면펜티엄컴퓨터가아니라첨단기계설비가들어가야한다.


이에따라현재도기계설비반출을적극허용하자는통일부와,최대수출국인미국과의관계등을우려해소극성을보이는산자부가각각‘다른목소리’를내고있는상황이다.
현재미국이북한을테러지원국으로규정해각종경제제재를하고있는상황에서첨단장비를북에보내면미국과각종마찰이생길것이라는게산자부의우려다.


“현재불투명한요소들이일부있지만궁극적으로는잘될겁니다.


지난6월5일14개입주업체중하나로선정된에스제이테크유창근(47)사장은그러나자신감이넘쳐있었다.
경기도부천에자리잡고있는에스제이테크는반도체관련제품과유공압패킹을생산하고있는중견기업이다.
생산품중반도체관련제품으로는고성능IC칩을옮기는용기가있고,유공압패킹으로는항공기실린더등에들어가는특수재질제품이있다.
1978년에설립된뒤현재는독자기술을갖추고연80억원의매출을올리고있다.


현재14개사로구성돼있는‘개성공단입주업체협의회’총무를맡고있는유사장은이런자신감의근거로‘성공해야한다’는의지와‘성공해야만한다’는당위성을꼽는다.
우선‘성공해야한다’는의지의주체는개성공단입주업체뿐아니라남북당국도모두해당된다.



“이참에첨단설비대북반출문제풀어야”

유사장은“우리정부관계자가‘개성공단을남한내공단처럼생각하라’고밝힌바있다”며“그말은곧남한정부가그만큼개성공단이제대로생산여건을갖추는데최선을다할것이라는취지로생각한다”고말했다.
이에따라그는미국과의관계에대해서도“정부가이제는인식전환을해야한다”고강조한다.
그는“미국에대해눈치만볼것이아니라개성공단운영이우리국민의생존과평화와직결되는문제라는점을적극적으로미국에알리고설득해야할때”라고덧붙였다.


정부가이렇게의지를가지고대미관계를풀어나간다면그동안남북경협에서숙제로남아있던△첨단설비의대북반출문제는물론이고△대북투자자금이투자가아닌손실로처리되고있는억울한관행도잘풀릴것이라는게유사장의전망이다.


그는입주업체로선정된뒤지난6월14일토지개발공사와입주계약을체결하고2차례나개성을방문했다.
그는이때“북한관계자로부터‘왜이렇게공단가동이늦느냐’는재촉을여러번들었다”며“북한이우리보다훨씬개성공단성공의지를강하게가지고있는것같다”고북쪽의의지를높게평가했다.


그러나유사장이개성공단을바라보는태도는“성공해야한다”는바람을넘어“성공해야만한다”는당위쪽에더욱무게가가있는듯하다.
무엇보다그는개성공단을“우리민족에게주어진마지막기회”라고까지평가한다.


“에스제이테크도이전에중국에서합작사업을벌이기도했지만지금은포기한상태입니다.
무엇보다중국의기술추격속도가너무놀라워저가생산물은물론중저가기술생산물까지모두경쟁력을잃었기때문입니다.
개성공단이없을때는최신기술개발만이우리나라의살길이라고생각했습니다.



올해말입주…노동자선발등일정빡빡

그는그러나개성공단이‘최신기술개발’과함께잃어버린‘중저가기술생산’이라는길도다시찾게해줄‘돌파구’가될수있다고생각하고있다.
그동안한국경제의나아갈길이‘1차선’에국한됐다면개성공단과함께‘2차선’으로넓어진셈이다.


“개성공단북한노동자의임금은현재57.5달러(한화약6만9천원)로매우낮은수준입니다.
여기에다말이통하는고급인력이라는점이더할수없는장점이라고생각합니다.


이런조건에서는어느정도기술수준이요구되는중저가혹은그이상의상품도중국과경쟁력을견줄수있을것이라고유사장은내다봤다.
이렇게되면놀라운성장속도를보이며국내중소기업을진공청소기로흡입했다가,기술이전을받은뒤다시내뿜어버리는현재중국과의관계설정도새로이할수있다는것이다.


유사장은“현재남북한당국과입주업체들은올해말입주를목표로열심히뛰고있다”고밝힌다.
앞으로개성공단일정은분양받은터에맞춰입주업체들이공장설계도를작성하고,설계도에따라건물을짓고,설비를이전하고,노동자를선발하고,선발된노동자를교육하고,실제생산에들어가는등빡빡하며,이에따라풀어가야할일도많다.


그러나유사장은“남북사이에짙게드리웠던장벽을걷어내는마음으로사업을하고있으며실제개성공단은장벽을걷어내는데크게일조할것”이라고밝힌다.
그‘장벽’은남북한경협에걸림돌로작용했던각종규제와제한이기도하고,남북한국민마음속에남아있는적대감과거리감이기도하다.
그런점에서“성공해야만하는당위성을안고”개성을찾은14개의입주업체는사업가이기이전에“남북한사이의민간외교관”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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