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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중의 시장 읽기] 누렁이처럼 경제 발목 잡는 정치
[김범중의 시장 읽기] 누렁이처럼 경제 발목 잡는 정치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 승인 200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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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7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열렸다.
콜금리는 동결됐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콜금리는 인하도 어렵고 인상도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콜금리 인하는 가계의 부채 부담을 줄여주고 또 일부 투자를 유인할 수 있겠지만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고 소비자물가의 상승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실익이 없다”고 평가했다.
최근 내수부진을 이유로 콜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한 구체적인 반론이다.
콜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연저점까지 접근했던 시중금리는 결국 반등했다.
이날 한은 총재가 내수부진에 대해 밝힌 의견이 흥미롭다.
그는 우선 내수경기가 3분기부터 플러스로 돌아서고 4분기에는 증가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민간소비 위축은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을 감안할 때 사실 상반기 중 등장한 수많은 이슈들은 심리 위축을 야기할 만했다.
이라크 전쟁, 수많은 테러, 고유가에다 대통령 탄핵, 17대 국회의원 선거와 이라크에서의 한국인 피살사건 등 반년에 걸쳐 일어난 일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우울한 사건들이 벌어졌다.
여기에 4년에 한 번 돌아온다는 윤달 효과도 4월 중순까지 경기에 영향을 끼쳤다.
아무래도 윤달에는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에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 소비재 수요가 줄어들기 쉽다.
모건 스탠리의 인기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는 한은 총재와는 다른 데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 역시 한국의 내수부진이 기본적으로 심리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지만 이러한 비관적 경기관을 낳은 원인은 경제주류와 정치, 사회 지도층 간의 대화 부족에 있다고 설명한다.
경제주류는 과거 군사정권과의 유착으로부터 번영을 누린 세력을, 정치·사회 지도층들은 독재에 항거하던 세력을 지칭한다.
이들 간의 대화 부족이 결국 경제주류들의 방향감각 상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중국 등 저렴한 생산요소의 구입이 가능한 곳으로 제조업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산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경기활력을 떨어뜨렸다.
사실상 그는 현재의 경제지표들이 극단적 비관론을 유발할 만큼 악화된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피력한 것이다.
한은 총재나 앤디 시에의 얘기 모두 “경제는 심리”라는 가설을 인용하고 있지만 분석의 잣대는 상이하다.
한은 총재의 평가가 맞다면 지금의 경기냉각은 일시적일 것이고 앤디 시에의 평가가 맞다면 상당 기간 해소하기 어렵다.
개인적 견해는 이렇다.
한은 총재의 언급처럼 상반기 내수부진에 영향을 끼쳤던 요인들이 해소되면 하반기에는 자율 반등을 유인할 수 있다.
이것이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경제 주류의 방향감 상실에 따른 투자기피는 경기활력의 회복을 제한할 것이다.
따라서 경기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 경제주체 간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
일본 닛케이 주가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하락한 이유도 집권여당의 부진 예상과 이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성에 기인한다는 평가가 있다.
경제에 있어서 정치는 집에 돌아가라고 쫓아도 꼬리를 흔들며 자꾸 따라오던 그 옛날 누렁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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