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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탈북자,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커버] 탈북자,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4.08.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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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의대상아닌통일시대대비한자산으로바라봐야

“아무리가난해도어려운사람을그냥쫓아보내지않는게한국정서아닌가요.탈북자들은막다른골목에몰린사람들인데우리가받아주지않으면어디로가겠어요?”경기구리시에서무역회사에다니는박모(42)씨는북한이탈주민을수용하는데큰불만은없다.
4천만원가까이지급된다는정착금도당연히줘야한다고믿는다.
그러나자신의현재처지를생각하면,그리마음이편한것만은아니다.
박씨는다니던회사의미수금이늘면서월급이200만원에서120만원으로쪼그라들었다.
몇년전병원비로돌려쓴현금서비스2천만원은아직도빚으로남아있다.
누군가도움을주지않는다면,조만간꼼짝없이신용불량자가될수밖에없는상황이다.


남대문시장에서30년째청바지소매점을하는서동기(61)씨는좀더직설적으로불만을쏟아낸다.
“내집먼저단속하고남을도와야하는것아닌가요.서울역지하도에가면요즘도점심얻어먹으러줄을서는노숙자가300명이넘는데,이들은나몰라라하면서북한사람들‘왕창’받아들이는게말이됩니까.그사람들자기만살겠다고나온사람들아니에요?.”서씨의매장은요즘매일적자다.
매상이지난해에비해30%이상줄어세를내고나면남는것이없다.
점원을따로두는것은엄두도못낸다.
서씨는한국에가면떼돈을벌것처럼생각하는북한이탈주민의인식이큰문제라고생각한다.
그가볼때,한국에와서성공할수있는사람은10명중1명에불과하다.
“우리도일자리가없어난리아닌가요?”


북한이탈주민을바라보는이중적시각

고려대윤인진교수는이런최근분위기에걱정이앞선다.
윤교수는“지난7월27일과28일이틀동안정부가특별전세기까지띄우며요란스럽게,468명의북한이탈주민을데려왔는데과연그게최선의방법이었는지의문”이라고아쉬워한다.
대상자들을좀더분산시켜입국시키거나,일반항공기를이용해‘조용히’처리하는게더바람직했다는생각이다.
그는“요즘지하철이나버스에서탈북자를노골적으로비판하는이야기를들을때마다가슴이쿵쾅거린리고식은땀이난다는탈북자들이적지않다”고전한다.


윤교수가지난2002년전국8개대학1005명을대상으로실시한설문조사는북한이탈주민에대한우리사회의이중적인인식을잘보여준다.
응답자의52.7%가‘북한이탈주민이늘어나면세금부담이증가할것’이라고답했다.
반면북한이탈주민의증가가실업이나일탈같은사회문제로이어질것이냐는질문에는‘그렇지않다’는응답이36.3%로가장많았다.
이는대부분북한이탈주민문제를경제적부담의문제로보고있다는것을방증한다.
흥미로운것은,많은사람들이북한이탈주민이통일이후남북한통합에기여할것(48%)이라고보면서도,중국등에머물고있는북한이탈주민을국내로데려와야한다는데는유보적인태도(중립41.9%)를보인다는것이다.
윤교수는이를“북한이탈주민의수용이라는추상적인명제에는동의하면서도,세금부담처럼구체적이고실질적인사안에대해서는우려하고있다는것을뜻한다”고해석한다.
윤교수는대량입국사건이후북한이탈주민에대한이러한인식이부정적인방향으로강화됐을가능성이높다고말한다.


이번대량입국은최근북한이탈주민의국내입국증가추세를고려한다해도상당히이례적인‘사건’이다.
1994년이전까지만해도북한을탈출해넘어온‘귀순동포’의수는한해8~9명에불과했다.
그러던것이94년이후북한의경제상황이악화되면서급증하기시작해지난해에만1281명의북한이탈주민이한국땅을밟았다.
올해는이번대량입국을제외해도상반기에만이미760명이국내에들어왔다.
전문가들이국내입국자수가앞으로도꾸준히증가할것이라는데는동의하지만,이번경우와같은대량입국사태가본격화할것인지에는의견이엇갈린다.
박성애북한이탈주민후원회상담팀장은“이번경우는동남아시아의특정국가에누적돼있던인원을한꺼번에데려오기위한특별조처의성격을갖고있다”며“모두시간을두고순차적으로국내에들어올사람들이었다”고설명한다.
북한이탈주민문제에질적변화가발생한것은아니라는것이다.
그는북한주민이대량탈북을하고,이들이곧바로국내에입국하는‘극적인’상황이실제벌어질가능성은거의없다고단언한다.
윤인진교수의분석도크게다르지않다.
윤교수는“휴전선이나해상을통하지않는한,대량탈북과대량입국은불가능하다”며“만약그런상황이벌어지면국가재난상태로다른차원의대책이동원돼야하는데,북한의붕괴를전제하지않는한그렇게될가능성은희박하다”고말한다.
그는또“대량입국사건에정부나베트남모두큰부담을느끼고있다”며“이번과같은일이자주생기기는현실적으로쉽지않다”고덧붙인다.



중국체류이탈주민10만명어디로?

그러나윤여상북한인권정보센터소장은분석은다르다.
현재10만명으로추산되는중국체류북한이탈주민들이앞으로어떤선택을하느냐에따라국내입국자수가폭발적으로늘어날수있다는것이다.
이번대량입국사태가이들의한국행선택에어떤형태로든영향을미칠가능성도있다.
현재중국에‘불법체류’하고있는북한이탈주민의정확한숫자는파악되지않고있다.
외교통상부는2만~3만명,비정부단체들은30만명으로추산한다.
그러나대체로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이추정하는10만명이실제에가장가까운것으로보고있다.
중국을거쳐동남아시아에체류하고있는북한이탈주민은현재5천명선으로파악된다.
이들의경우대부분한국행이유력하다.


북한이탈주민이입국을원할경우,정부가이를거부하고돌려보내는것은원칙적으로불가능하다.
윤여상소장은“이번처럼전세기를띄워적극적으로데려오느냐마느냐는다른문제지만,우리정부가북한이탈주민의수용자체를거부하는것은법적,제도적으로나명분상으로생각할수없다”고말한다.
북한이탈주민이오면받아들일수있는준비가되어있든그렇지않든그대로수용할수밖에없다는것이다.
정부역시제3국을통해들어오는북한이탈주민의전원수용원칙을분명하게지키고있다.
윤소장은“이번대량입국이우리정부나시민사회의대응능력을평가해볼수있는좋은계기가될수있을것”이라고지적한다.


향후북한이탈주민의국내입국규모를가늠하는데결정적인변수는,중국에머물고있는10만명의성격이다.
이들은중국에서는불법체류자신분이기때문에정확한실태파악이쉽지않은상태다.
이우영영남대북한대학원교수는“중국체류자대부분은중국에서돈을벌어다시북한으로돌아가려는사람들”이라며“한국을희망하는비율이아직은낮은편”이라고말한다.
그는최근북한과중국국경의감시가엄격해져북한이탈주민의수도크게늘어나지않을것으로예상한다.
박성애팀장도“막연하게돈을벌어고향으로돌아갈생각으로중국에건너왔다발이묶인사람들이많다”고분석한다.
반면윤여상소장은다른의견을내놓는다.
그는“처음부터한국에가기위해국경을넘는사람이적은것은분명하지만,중국에오래체류하다보면어쩔수없이한국행을선택할수밖에없게된다”고말한다.
중국생활에익숙해지면북한으로다시돌아가도적응이어렵고,장기체류자의경우북한에서도엄격하게처벌한다는것이다.
윤소장은중국에있는북한이탈주민10만명가운데70~80%는안정된신분을찾아,어떤식으로든한국으로오게될것이라고예상한다.


일부에서는새로운대안으로북한이탈주민의난민지위인정을제시한다.
북한이탈주민이합법적으로중국에머물수있는길을터놓자는것이다.
그럴경우,이들을굳이한국으로데려와야할부담이없어진다.
그러나이방안의실현가능성은전적으로중국의태도에달려있다.
난민지위인정은중국이결정할사항이기때문이다.
이우영교수는“중국이난민지위를인정할경우,대량탈북사태를유발할수있고,이것은북한체제의붕괴로이어질수있다”며“북중관계의특수성을고려하면,실현가능성이거의없다”고못박는다.
북한이탈주민의난민지위인정은중국정부가가장두려워하는소수민족문제를자극할가능성도많다.


때문에북한이탈주민정책은국내입국자들의정착지원체계를재정비하는데초점이맞추어질수밖에없다.
국내입국자수자체는사실상우리의통제권밖에있는변수이기때문이다.
윤여상소장은“입국예상규모에맞춰적정한인력과시스템을유지하는것이가장중요하다”고강조한다.
그러나현행정착지원체계는북한이탈주민의‘자립’보다는‘보호’나‘구호’에치중하고있다는점에서한계가있다.
입국자수가한해수십명에불과할때만들어진낡은체계가상당부분그대로유지되고있는것이다.
박성애팀장은“북한이탈주민이갖는의미가그동안크게바뀌었다”며“예전에는체제우월성을상징하는귀순용사였지만,지금은자활이필요한생활보호대상자에가깝다”고말한다.
또한박팀장은“과도한지원은오히려자립의지를저해하고,일반저소득층과의형평성논란을불러올수있다”며“지원제도를새롭게짤필요가있다”고지적한다.
지난7월23일,통일부도‘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제도개선방안’을내놓았다.
정착금을줄이는대신직업훈련이나자격취득,취업장려금을신설해자립의욕을고취한다는것이기본줄기다.


그러나북한이탈주민의국내정착과사회적응은사회적인지원과관심없이는제대로이루어지기어렵다.
이우영교수는“정부의정책에는한계가있을수밖에없다”며“북한이탈주민지원을위한사회적인공감대가필요하다”고지적한다.
이교수는대표적인사례로북한이탈주민적응교육기관인‘하나원’문제를든다.
그는“하나원은이스라엘의주민정착프로그램을모델로한것인데,이스라엘은교육시설이일반마을에들어가있는반면,우리는뚝떨어진외진시골에있다”며“강의나교육프로그램이중요한것이아니라,함께생활하며느끼는것자체가훨씬중요한교육이될수있다”고강조한다.
이는사회적인동의가없으면불가능한일이다.
그는“하나원같은시설을서울에만든다고하면주민들이다들고일어날것”이라고꼬집는다.



새로운정착지원체계마련시급

윤인진교수는북한이탈주민에대한좀더근본적이고장기적인접근을강조한다.
윤교수는“북한이탈주민을지금처럼우리사회의새로운소외계층으로방치하는것은우리에게주어진기회를놓치는것”이라고말한다.
북한이탈주민문제를풀어가는과정은통일이후수천만명단위에서이루어질사회,문화적통합을준비하는‘예비과정’이라는것이다.
남북한통일비용은연구자에따라편차가크지만,통일이후10년동안최소2천억달러에서최고3조5500억달러가들어갈것으로추정된다.
이는우리가앞으로어떤준비를하느냐에따라크게달라질수있는수치다.
윤교수는“북한이탈주민에재정지원을하고관심을갖는것은단순한복지차원의지출이아니라,남북통일과통합과정에서발생할수있는더큰비용을줄일수있는효과적인투자”라고강조한다.
이는북한이탈주민에대한관심이‘인천공항까지의관심’으로끝나서는안된다는것을뜻한다.
정말관심이필요한것은그들이우리사회에발을디디는바로그순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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