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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커넥티드시스템즈 창립 3인방
[사람들] 커넥티드시스템즈 창립 3인방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4.08.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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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표준,SGi가 정답입니다”

“지금 타워팰리스의 홈네트워킹 시스템에서 LG전자의 인터넷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절대 아닙니다.
현재로선 서로 다른 홈네트워킹 시스템에 연결해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왜냐고요? 기술표준화가 안 돼 있기 때문에 호환이 안 되거든요.”

강성천(30) 커넥티드시스템즈 사장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국내의 홈네트워킹이나 텔레매틱스 시스템은 죽은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한번 시스템을 도입하고 나면 경쟁사의 제품을 연결하는 일이 불가능할 뿐더러, 새 기술이나 기능이 나와도 업그레이드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강성천 사장이 커넥티드시스템즈를 설립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는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서비스업체나 제조업체를 막론하고 서로 호환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에서였다.


전자통신공학을 전공한 강성천 사장이 사업을 구상하게 된 것은 대학원 재학 시절인 1999년이다.
유비쿼터스 패러다임이 고개를 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일상 생활과 네트워크가 하나 되는 세상’은 그에게 새로운 빛이었다.
문제는 표준화였다.
그런 그의 눈에 띈 것이 OSGi였다.



상이한 시스템 간 호환 위한 국제표준 기술

OSGi는 오픈 서비스 게이트웨이 이니셔티브(Open Service Gateway Initiative)란 국제 표준화 단체에서 정의하는 표준 기술로, 우리말로 풀어 설명한다면 ‘개방형 서비스 게이트웨이’쯤 될 것 같다.
지금의 홈네트워킹이나 텔레매틱스, 모바일 기기들의 가장 큰 문제점인 호환성과 확장성을 보장하기 위해 개발된 표준 기술이다.
99년에 설립된 이 단체에는 IBM과 썬마이크로스시템즈, 노키아와 삼성전자, 오라클 등 세계적인 IT 선도 기업들이 참가하고 있다.


강성천 사장은 99년에 OSGi를 처음 접하게 된 후, 이 기술이 미래의 IT 네트워크를 연동하는 표준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라 확신했다.
외국에선 이미 유명 IT 기업들이 참여해 표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변변한 번역서 한 권 나와 있지 않는 실정이었다.
그는 창업을 결심했다.
그리고 재학 시절 몸담았던 컴퓨터 동호회를 통해 만난 2명의 후배를 설득했다.
지금의 한승엽(28) 솔루션 사업팀장과 안지성(28) 솔루션 개발팀장이 그들이다.
이렇게 의기투합한 세 사람은 이듬해인 2000년 OSGi에 정식으로 가입하고 아시아 최초로 OSGi의 인증을 받은 상용화 제품을 내놓기에 이른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제품을 들고 찾아간 대기업들은 OSGi에 대한 최소한의 기술적 이해조차 없이 이들을 외면했다.
투자를 위해 찾아간 벤처캐피털은 회사 규모와 매출액만 따지며 손사래를 쳤다.
유럽에선 이미 OSGi가 유럽연합(EU)의 기술 표준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국내 시장은 OSGi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이 시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OSGi가 국제 표준으로 굳어가고 있는 기술이라면, 왜 국내에선 이상하리만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일까. 이에 대해 세 사람은 “대기업들만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국내 시장의 특성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한승엽 팀장은 이렇게 성토한다.
“CDMA는 국내 기술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런데 국내 대기업들은 홈네트워킹이나 텔레매틱스도 이와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광대역망을 기반으로 국내에서 시장을 평정하면 자연스레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생각이죠. 하지만 그건 착각입니다.
외국에선 이미 우리보다 5년 앞서 OSGi를 표준화하고 있습니다.
집안싸움을 할 때가 아니라, 하루빨리 세계 표준에 맞는 제품을 내놓을 때란 얘기죠.”

안지성 팀장도 한마디 거든다.
“국내 기업들도 텔레매틱스나 홈네트워킹 관련 제품을 유럽에 팔려면 반드시 OSGi를 지원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국내 대기업들은 자기 기술만 고집하고 있으니…. 우리 같은 조그만 기업들의 얘기엔 귀도 안 기울이는 현실에서 어떻게 미래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습니까.”


정보기기는 공짜, 서비스 파는 시대 와야

그나마 최근 들어 OSGi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강성천 사장은 귀띔한다.
국내에선 대우일렉트로닉스가 OSGi를 기반으로 홈네트워킹 시스템과 정보가전을 개발하는 일에 착수했다.
지난 7월, 커넥티드시스템즈와 손잡고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홈네트워킹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내년께 나올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제품은 LG전자의 제품과도 호환이 될 전망이다.
두 기업은 정보통신부에서 주관하는 홈네트워킹 시범 사업에 SK텔레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경쟁사’란 인식에서 벗어나, 두 제품끼리의 호환작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외국의 전력선통신 표준도 수용하면서, 국내의 몇몇 홈오토메이션 시스템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성천 사장은 설명한다.
일부이나마, 서로 다른 시스템끼리의 호환 가능성을 실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목표는 국내외 모든 제품의 호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성천 사장은 강조한다.


무엇보다 올바른 시장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세 사람의 생각이다.
“예전처럼 제품을 팔아 돈을 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컴퓨터나 가전제품은 빌려주거나 공짜로 주고, 해당 제품에 필요한 서비스를 돈을 받고 파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이미 <리니지>나 이동통신 서비스처럼 다른 분야에선 서비스를 팔고 있지 않습니까. 텔레매틱스나 홈네트워킹 시스템도 마찬가지죠. 소비자는 냉장고를 공짜로 받는 대신, 필요한 기능을 돈을 주고 네트워크를 통해 다운로드해 쓰는 겁니다.
그러려면 서로 다른 기기끼리 호환이 되고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야 하는 것이고요.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 세상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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