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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대안에너지, 불씨는 있는데 땔감이 없다
[특집] 대안에너지, 불씨는 있는데 땔감이 없다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4.08.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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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업 활성화 대책, 불확실성 탓에 민간 참여·수요 이끌기엔 역부족 최근 일부에서 신행정수도를 ‘환경생태 도시’로 꾸미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모든 정부청사 건물에 태양광 모듈을 얹고, 풍력 발전기를 돌려 대안에너지 붐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연방의회 건물 지붕을 뚫어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도록 유리 돔을 설치한 베를린 ‘태양 정부청사 구역’은 대안에너지 강국 독일의 상징이다.
반면, 우리는 아직도 초보 수준을 맴돌고 있다.
전체 에너지 사용량에서 태양력, 풍력, 바이오 등 대안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4%에 불과하다.
그나마 쓰레기 소각장 매립가스를 제외하면 비중은 0.5%로 더 떨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래 유망 산업으로 꼽히는 대안에너지산업도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환경생태 도시 건설 같은 획기적인 처방 요구가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과연 우리나라 대안에너지산업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에너지를 대체하는 대안에너지의 종류는 다양하다.
산업자원부는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매스, 풍력, 소수력, 지역, 해양에너지, 폐기물에너지 등 8개 재생에너지와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발전, 수소에너지 등 3개 신에너지를 구분해 놓고 있다.
대안에너지산업은 대개 정부 지원과 함께 성장한다.
화석에너지에 비해 생산단가가 높아 초기 시장 형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굳이 더 비싼 대안에너지를 선택해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환경보존이라는 ‘시민의식’에 기대는 것은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대안에너지 기술로 생산한 전기를 정부에서 더 비싼 값에 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02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은 kWh당 716.4원에 사주고 있다.
풍력발전의 기준 가격은 107.66원. kWh당 50원인 일반 전력에 비해 상당히 높은 가격이다.
게다가 기준 가격은 앞으로 15년간 고정된다.
물론 2006년 10월까지 기준 가격을 한 차례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붙어 있기는 하다.
어쨌든 기업들이 대안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 사업에 뛰어들게 하는 ‘유인책’인 셈이다.
이런 식으로 시장이 형성돼 일단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되면, 그 다음에는 발전단가가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
올부터 태양광발전기 주택보급사업 본격화 한양대 한양종합기술연구원에 입주해 있는 에스에너지는 태양광발전 시스템업체다.
태양광발전은 태양전지와 이를 결합한 모듈, 여기에다 인버터 등을 추가하는 시스템 분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에스에너지는 태양전지만 빼고 다한다.
에스에너지는 충남 천안에 자체 모듈 생산공장을 갖고있다.
업계에서 에스에너지처럼 모듈 생산을 기반으로 시스템사업을 하는 곳은 LG산전뿐이고, 그 밖에 모듈을 외부에서 받아 시공하는 업체는 2~3곳 더 있다.
에스에너지의 모태는 삼성전자다.
홍성민(44) 사장은 “태양광발전 시스템사업을 추진하던 동료 6명이 전문기업으로 키우자고 의기투합해 2001년 분사했다”고 말한다.
현재 직원은 15명으로 늘어난 상태. 천안 모듈 생산공장에도 4~6명이 근무한다.
전체 인원이 10명이 채 안 되는 다른 태양광업체에 비하면 대기업 축에 든다.
정부는 올해부터 태양광발전기 주택보급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올해 300가구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 1만가구에 태양광발전기를 보급한다는 목표다.
에스에너지가 수주한 것은 올해 물량 300가구 가운데 108가구. 홍 사장은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사업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지적하다.
태양광발전 시스템사업은 대부분 정부예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순수 민간 수요가 거의 없는 탓이다.
그렇다 보니 사업실적이 정부의 예산집행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2001년 분사 첫해 매출액이 10억원. 2002년에는 매출액이 다소 증가했으나, 2003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정부가 책정된 예산 상당부분을 올해로 이월시켰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정부예산이 대폭 늘어 80억~90억원 매출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업들 정부나 지자체 발주공사에 의존 현재 태양광 발전 시스템 설치 단가는 kW당 1180만원. 전기 요금이 월 2만원 정도 나오는 가정에 적합한 2kW 태양광발전기 설치비용이 2360만원이다.
이 가운데 70%를 정부가 보조한다.
708만원만 실제 본인 부담이다.
홍 사장은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는 가구가 1년에 1만가구 정도는 돼야, 코스트가 떨어져 적정한 수익이 나온다”며 “아직은 이윤폭이 낮은 편”이라고 말한다.
지난해까지 주택사업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었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일반 건물 설치작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에너지관리공단, 창원시청, 광주시청, 조선대학, 삼척동굴엑스포 행사장, 대구 신천하수처리장 등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에스에너지의 손을 거쳤다.
박쥐를 형상화한 삼척동굴엑스포 행사장의 발전 시스템은 영국 BP에서 주는 그해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홍 사장은 “예전에는 바둑판 모양의 단순한 형태였지만, 이제는 책모양이나 파도모양을 형상화하는 등 미적 디자인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태양광발전 시스템은 건축물을 예술적인 분위기로 꾸미는 데도 활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태양광발전의 ‘건자재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단순히 기존 건축물에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얹는 데서 나아가, 이제는 기본 설계와 시공단계에서부터 건축 요소의 하나로 고려되기 시작한 것이다.
태양광은 건물의 유휴공간을 줄이고, 건축비용을 낮추는 데도 효과적이다.
풍력발전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유니슨이 '바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 유니슨 기술연구소 김두훈(44) 소장은 “유니슨은 84년 소음방진 전문기업으로 출발했다"며 "신규 사업분야를 찾다가 풍력발전의 잠재력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한다.
유니슨은 민간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첫 프로젝트로 선택했다.
대부분의 풍력발전회사가 외국 발전기를 수입, 정부공사에 납품하던 상황에서 보면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다.
김 소장은 “외부 투자를 유치해 발전단지를 만든다고 하니, 왜 쓸데없는 일을 하느냐는 게 다른 업체들의 반응이었다”고 전한다.
현재 전국에서 돌아가고 있는 대형 풍력발전기는 거의 모두가 지방자치단체 소유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역에너지사업’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풍력발전기를 세우면 중앙정부가 공사비의 70%를 지원한다.
30%만 부담하면 자기 지역에 풍력발전소를 ‘따올 수’ 있는 것이다.
생산전력을 팔면 상당한 수익도 챙길 수 있다.
풍력발전의 기준 가격은 kWh당 107.66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타당성 검토도 없이 풍력발전단지 조성계획을 내놓기 시작했다.
물론 상당수는 발표뿐이다.
풍력자원이 약해 무산된 것도 여러 곳이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남부발전이 지난 3월 제주 한경에 자체적으로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했지만 사업성에는 회의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국내 풍력발전시장은 효성과 STX, 한국 화이바가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발주 사업에 의존한다.
효성은 제주 행원과 대관령, 포항 발전단지에 풍력발전기를 납품했고, STX는 제주 행원과 새만금 단지에 납품했다.
한국 화이바는 몇 년 전 전남 무안에 풍력발전기 3기를 설치했다.
김 소장은 “대안에너지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이 발전 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02년 11월, 유니슨은 마침내 49기의 풍력발전기가 들어가는 대관령풍력발전단지 건설공사에 착공했다.
총 사업비가 1500억~16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독일 라마이어와 강원도, 평창군, 그리고 몇몇 일본 기업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러나 풀어야 할 난제가 잇따랐다.
우선 자금조달이 큰 문제였다.
전체 사업비의 4분의 3이 넘는 자금을 더 끌어와야 했다.
국내 은행 가운데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선뜻 나서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담보대출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해외 차입은 높은 금융비용이 문제다.
정부정책의 불확실성도 금융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 소장은 “발전차액지원제도의 기준 가격은 2006년 10월까지 한 차례 조정될 수 있다는 관련법 단서조항을 금융기관들이 불안해한다”며 “정부가 기준 가격을 내리지 않겠다거나, 발전소가 문을 닫아도 직접 인수해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준다면 문제가 한결 쉬워질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송전탑 부지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전기 판매를 위해서는 풍력발전단지와 변전소를 잇는 송전탑 건설이 필수적이다.
그러자면 농촌진흥청 소유지를 통과해야 하는데, 농촌진흥청이 이를 허용해 줄 법적 근거가 없다며 아직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6월18일 공사에 들어간 영덕풍력발전단지 건설사업이 대관령보다 오히려 추진속도가 빠르다.
이곳은 송전탑이 사유지를 지나 특별한 문제가 없는 상태다.
예정대로 된다면 내년 2월 완공된다.
유니슨은 제주 난산과 울진, 해남에도 풍력발전단지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에코청와대 프로젝트가 대안이다 ” 풍력발전단지가 하나 둘 늘어나지만, 아직도 외국산 풍력발전기가 모두 그 자리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 가동되고 있는 풍력발전기의 대부분이 덴마크 베스타스 제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강용혁 신재생에너지연구부장은 “국내 기술개발이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정부가 보급 목표를 정하고 이를 무조건 밀어붙이면, 자칫 외국 업체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산 풍력발전기 완성품을 개발하는 곳은 유니슨과 효성 2곳. 이들은 최근 각각 750kW급 풍력발전기 국산화에 성공하고, 연이어 2000kW(2MW)급 개발에 들어갔다.
김 소장은 “풍력발전 기술개발은 80년대부터 시작돼 부품별로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지만, 미리 시스템을 정해놓고 하지 않아 제품화하려면 모두 다시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연구개발 지원을 나눠주기식으로 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풍력발전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구성. 야외에서 비바람과 폭풍을 견디며 20년 이상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이런 부분은 경험을 쌓지 않으면 결코 외국 제품을 따라갈 수 없다”며 “750kW 발전기가 실제 운영에 들어가면 기술 격차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근 ‘에코청와대 프로젝트’를 놓고 시민단체와 청와대가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청와대에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설치해 대통령이 대안에너지 사용의 모범을 보이라는 것이 시민단체의 요구. 청와대는 대안에너지 설비를 설치하지 않아도 위법은 아니라는 궁색한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했다.
에너지대안센터 대표인 이필렬 방송통신대 교수는 “선진국에 비해 대안에너지분야의 기술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D램처럼 마음만 먹으며 우리도 충준히 할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정부가 대안에너지의 필요성을 정말 제대로 인식하고 있느냐”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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