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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재옥 소시모 회장...카드 수수료 분쟁은 예견된 일
[인터뷰] 김재옥 소시모 회장...카드 수수료 분쟁은 예견된 일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4.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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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근거 부족하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유통업체와 카드사 간의 싸움이 끝 간 데 없이 치닫고 있다.
분쟁의 발단은 지난 1일 비씨카드가 신세계 이마트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기존 1.5%에서 2.35%로 인상하면서 불거졌다.
인상안에 대한 양쪽의 입장은 그야말로 평행선을 긋고 있다.
비씨카드쪽은 “대형 가맹점일수록 수수료율이 낮아 지난해 이마트에서만 25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수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마트쪽은 “카드사가 무분별한 카드발급으로 초래된 부실을 가맹점에 떠넘기려 한다”며 수수료 인상 불가 입장을 고수해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에 반발한 이마트가 비씨카드와의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면서 사태는 초긴장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다.
또한 비씨카드와 이마트 양쪽에 업계 지원군들이 붙으면서 분쟁의 규모는 더 커지고 있다.
KB카드와 LG카드가 이마트 전 점포에 대한 수수료를 인상했고,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에 대해서도 수수료 협상이 추진 중이다.
물론 양측의 입장은 비씨카드와 이마트 사태에서 보여진 것과 동일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이마트가 KB카드와 LG카드의 수수료 인상에 대해선 계약해지로 맞서지 않아 한때 소강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었다.
그러나 이마트가 9일 KB카드사에 부당이익 반환소송을 제기하면서 수수료 분쟁은 법정으로까지 옮아간 상태다.
계약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는데도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인상한 것은 계약위반이며, 이에 따라 부당공제된 수수료 1102만3611원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KB카드는 6일자로 이마트 전 점포에 대해 수수료를 1.5%에서 2.2%로 올렸다.
사실 이번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건이 조용히 지나가진 않을 것이란 분위기는 일찌감치 감지돼 왔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카드사와 가맹점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7차례 걸쳐 간담회를 가졌다.
수수료 분쟁을 사전에 막아보자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간담회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지난 7일 김재옥 소시모 회장을 만나서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000년 비씨카드와 롯데백화점, 2001년 롯데백화점과 8개 카드사 간 분쟁에 이어 세 번째 수수료 분쟁이다.
이례적으로 사전에 장기간 양쪽 간담회를 주선해 왔는데, 어떤 취지에서 자리를 마련했나.
경기가 굉장히 좋지 않다.
무엇보다 소비 자체가 줄고 있는데 심리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소비가 가라앉는 분위기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유통사와 사전협의 없이 수수료를 인상할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합리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채 수수료율이 올라가면 유통사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불 보듯 뻔한 것 아닌가. 결국은 물가가 뛰고 소비심리는 더 위축이 될 것이다.
간담회에는 구체적으로 누가 참석했나. 카드업계와 가맹점업계에서 참석했다.
카드쪽에선 비씨카드, 삼성카드, LG카드, 국민은행 등의 관계자가 참여했고, 가맹점쪽에선 백화점협회와 체인스토어협회, 손해보험협회, 대한의사협회, 통신판매협회 등에서 참석했다.
간담회는 보통 한 번에 4~5시간씩 논의가 진행될 만큼 진지했다.
마지막 간담회에선 8개 카드사가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7차례나 되는 간담회에서 양쪽은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회수가 거듭될수록 감정이 격해지고 언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지금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씨카드가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마련한 수수료 원가현황에 대한 토론이 주를 이루었다.
카드사쪽은 기존에 너무 낮게 책정된 수수료를 원위치해야 한다면서 현재 수수료를 유지하게 되면 되레 소비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더라. 이 문제에 따라 현금서비스의 이자율도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반면 가맹점의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부실경영으로 인한 손실을 다른 곳에서 보전하려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소시모는 최근 신용카드사 수수료 인상 반대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카드사가 공개한 수수료 원가에 문제가 있다고 본 건가.
소시모는 2가지 원칙을 견지해 왔다.
첫 번째는 소비위축을 부추길 수 있는 현 시점에서 수수료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신용카드 수수료 원가자료가 인상근거로 적절치 않다는 점이다.
비씨카드쪽은 수수료율 원가로 자금원가, 회원사 판관비, 프로세싱 원가, 대손원가 등으로 4.75%를 제시해 왔다.
문제는 대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정도로 높다는 것이다.
과도한 가두캠페인 등으로 미성년자의 손에까지 카드를 쥐어줬으니 손실이 발생한 것 아닌가. 단기적 수수료 인상보다는 장기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원가분석 기준 시점이 2002년 1월에서 2003년 6월 대손 및 이자율 최고 시점으로 작성된 것이나, 8개 신용카드사 중 2개사의 것으로만 이루어진 것도 문제다.
객관성도 없고 대표성도 없지 않나. 이에 소시모는 올 상반기 실적을 포함시킨 자료를 갖고 10월 이후에 다시 따져보자고 제안한 바 있다.
국내 최대 할인점업체 이마트가 엄살이 심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일부 있다.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이익이 다소 줄어드는 것이, 물건값을 올리는 명분이 되느냐는 것이다.
할인점업계의 주장은 전체적으로 0.5%의 수수료율만 올려도 카드사들이 연간 6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이익을 가져간다는 거다.
마진을 최소화하고 박리다매를 하는 할인점으로선 어렵다는 얘기다.
여기서 소시모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미칠 피해다.
카드사의 근거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결과가 가격인상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일반 음식점, 인터넷 쇼핑몰 등 각 가맹점별로 분위기가 다를 것 같다.
백화점들은 점차 자사카드로 가는 분위기가 강해질 것 같다.
덩치가 크니까 0.1%만 올려도 부담이 크다.
하지만 정말 심각한 건 규모가 작은 자영업자들이다.
음식점중앙회 같은 곳은 하소연을 많이 하더라. 카드사가 수수료를 고무줄처럼 생각하고 업체마다 최대 5%까지 늘리기도 하는데, 힘이 약하니까 맞대응이 힘들다는 거다.
2000년에는 수수료 인상에 반대해서 카드 안받기 운동도 했다고 하더라. 인터넷 쇼핑몰도 기존 2.0~2.5%에서 2.7~3.5%까지 올리려고 한다면서 반발했다.
수수료 인상이 납품업체의 납품원가에 영향을 줘서 소비자가격을 올리는 건 물론이고 중소기업의 제품 질을 떨어뜨리게 될 거라는 거다.
특히 조그마한 음식점들은 간담회 막바지에 이미 일방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개별 통지받아 소시모로 상담사례가 빗발치기도 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금융감독원의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보나.
실제 논의과정에서도 그 부분이 많이 지적됐다.
남 의원 분석을 보면 한국의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은 2.5%인데, 미국은 2.1%, 영국은 1.6%, 프랑스는 0.81%다.
가맹점 사업분야가 전문화되지 않아서라는 지적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내 카드사들은 무분별한 카드발급이 계속 발목을 잡고 있는 거다.
미국만 해도 카드발급이 엄격하다고 하더라. 그동안 개인 재무상태가 어떤지를 꼼꼼히 파악해 보고 정말 크레딧이 있는 경우에만 발급해야 한다.
그게 정상이지 않나. 앞으로 사태해결을 위한 추가 중재가 있나. 양쪽 다 규모가 크고 사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규모가 작아서 힘이 달리는 음식점들이라면 우리가 계속 힘을 실어줘야겠지만, 이번 사태는 그런 것 같진 않다.
다만 외국에 나가보면 이런 일로 소비자 문제가 발생하는 곳은 많지 않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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