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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Economy21> 필진이 추천하는 각 분야 양서 7선
[특집] <Economy21> 필진이 추천하는 각 분야 양서 7선
  • 이코노미21
  • 승인 2004.09.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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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 고려대 교수/'푸뚜앙떼리요르' 필자

돈벌이 패러다임에서 선과 악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조안 엘리자베스 록 지음, 조응주 옮김, 민들레 펴냄

지금 경제가 대단히 나쁘다고들 한다.
심하게는 몇 년 전 IMF 상황 때보다 더 못하다 한다.
돈이 돌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돈벌이’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조세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려 한다.


일시적으로 약간은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돈벌이 패러다임 아래서는 갈수록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 본다.
물론 극소수의 부자와 기득권층에게는 갈수록 ‘천국’ 같은 세상이 오겠지만 대부분의 민초들에게는 ‘악몽’ 같은 세상이 도래한다.
그 이유는 돈벌이 패러다임이 기본적으로 분열과 경쟁, 파괴와 남용의 원리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그 어떤 논리를 들이대며 반박을 한다 해도 이것은 누구도 속일 수 없는 객관적 구조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조안 엘리자베스 록의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라는 책이 상당히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 책은 돈벌이 패러다임과는 달리 공감과 연대, 공존과 겸손의 원리에 대해 근거 있게 말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는 바퀴벌레, 거미, 모기, 파리, 구더기, 사마귀 따위의 곤충이나 벌레에 대해 편견과 선입견으로 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과 선입견은, 지은이에 따르면, 우리 스스로 자신 속 깊이 억눌러놓은 나쁜 이미지를 다른 대상에 투사한 결과이다.
특히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인간이 어떤 다른 존재보다 우월하다는 편견을 심어놓았다.
그러다 보니 인간은 ‘하찮은’ 벌레나 짐승이 가진 특성과는 다른 존재라는 강박증에 사로잡힌다.
상대적으로 벌레나 짐승에겐 추하고 무섭고 나쁜 이미지를 주입한다.
바퀴벌레에게는 병원균을 옮긴다는 이미지를, 거미에게는 악마의 이미지를, 모기에게는 흡혈귀의 이미지를, 파리와 구더기에게는 똥의 이미지를, 사마귀에게는 죽임의 이미지를 덮어씌우는 것이다.
사실은 그런 것이 인간 자신 안에 있는데도 말이다.


이것은 마치 돈벌이 경제 패러다임에서 자본이 노동자나 노조에게 덮어씌우는 이미지와 같다.
그러나 사실은 자본이야말로 끊임없이 생명체의 피를 빨아야만 지탱 가능한 흡혈귀가 아니던가. 자본이야말로 온갖 더러운 쓰레기를 만드는 주인공이 아닌가. 자본이야말로 사람들 사이에 분열과 경쟁을 부채질하고 차별과 억압을 일삼는 주체가 아니던가.

조안 엘리자베스 록은 우리에게 벌레를 있는 그대로 보고 ‘친구’가 되어보라고 권한다.
친구가 되려면 공감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며칠 전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도중에 학생들이 당황한 눈빛으로 나에게 “선생님, 팔 아래쪽에 거미가 붙었어요.”라고 일러주었다.
학생들은 약간 무서워하며, 왜 거미가 하필 선생한테 붙었는가 하며 안타까워하는 기색이었다.
내가 가만히 찾아보니 거미 한 마리가 소매 안쪽으로 붙어 기어가고 있었다.
팔을 조용히 아래로 내리며 “잘 가거라” 하고 인사했다.
학생들이 신기한 눈으로 날 보았다.
나는 학생들에게 “저 거미는 신이 보낸 것인지도 몰라요”라며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를 소개했다.
이 책을 읽고 벌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 사이엔 삶의 방식에서 엄청난 차이가 날 것이라며….




김범중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김범중의 시장읽기' 필자
탐욕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

전염성 탐욕, 프랭크 파트노이 지음, 이명재 외 옮김, 필맥 펴냄


재무관리학에 ‘효율적 시장가설’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 중 ‘준강형’의 효율적 시장가설이라는 말은, 알 수 있는 모든 정보가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초과수익을 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알 듯 말 듯한 용어 설명을 어느 금융학 교수의 일화로 설명하면 이렇다.
길거리에 20달러짜리가 떨어져 있다.
하지만 금융학 교수는 그걸 줍지 않는다.
그 20달러짜리가 진짜였다면 누군가가 벌써 그것을 주워갔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길가에 떨어져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월 스트리트에서 공돈을 벌어줄 기회가 기다려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시장은 실제 그렇지 않다’는 것이고 이를 이용한 수많은 유명 트레이더들이 있었다.
영국의 베어링처럼 한 사람의 잘못된 거래가 회사를 파산으로까지 몰고 간 적도 있고 8천만달러의 거액 손실을 회사, 회계법인 그리고 감독기구까지 눈감아주는 일도 있었다.


금융감독기구는 금융기관을 감시하고, 금융기관은 기업을 감시한다.
하지만 잘못된 규제나 엉성한 규율은 시장을 탐욕에 감염되게 한다.
죄형법정주의처럼 잘못된 일을 법전에 명시한다는 것은, 그 법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아이러니를 수반한다.
탐욕은 또 쉽게 전염되고 또다시 벌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는 언뜻 보아 넘길 수 있는 미천한 것으로 여겨진다.
고객을 속이고 단점을 숨기는 일들이 태연스럽게 나타난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 아무리 많은 연봉을 받더라도 옆사람이 더 많이 받는다면 자신과 시장을 갉아먹는 일일지라도 어렵지 않게 시도하게 된다.
1980년 후반부터 2002년 엔론과 월드콤 사태에 이르기까지 기만과 위험의 금융활극은 거칠 것 없이 펼쳐진다.
90년 초에 나타났던 파생상품 거래와 이에 따른 부작용은 우리도 2003년도에 겪게 된다.
이 책에는 많은 예시가 포함되어 있다.
주식시장에서 현물거래에만 관심을 둔 이에게는 다소 어렵고 생소하겠지만 선물이나 옵션 또는 이자율 상품에 대한 약간의 이해만 있으면 책을 읽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탐욕 바이러스가 발생되고 증식을 시작한다.
그리고 빠르게 확산된다.
이 확산의 시기에 우리의 외환위기가 있었고 이후 2002년부터 채권시장에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한다.
금융시장의 다이내믹함은 마치 스펙타클 영화를 보는 듯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추석기간 속의 시끌벅적한 동네 잔치에서도 소란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흡인력이 있는 책이다.






홍윤선 웹스테이지 대표/'푸뚜앙떼리요르' 필자자
인생에서 중요한 것과 급한 것

목적이 이끄는 삶, 릭 워렌 지음, 고성삼 옮김, 디모데 펴냄


요즘과 같은 시대에 ‘인생의 목적’을 대화 주제로 삼다가는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
혼란과 불안정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인지라 우리 모두는 지금의 삶을 이어가기에도 벅차다.
직장에서는 매 순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가정에 돌아와도 완전한 평안과는 거리가 멀다.
장래는 불투명해 보이고 늘 무거운 짐만 잔뜩 짊어지고 가는 자신의 모습조차 돌아볼 겨를이 없다.
‘인생의 목적’ 운운하는 것은 여유로운 사람들의 사치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잠시 숨 돌릴 틈이 생겼을 때, 하늘을 쳐다보면 왠지 모르게 서글퍼진다.
나의 왜소함을 자각하는 동시에 문득 나의 존재에 대한 자문(自問)이 고개를 든다.
나는 누구일까? 내가 이토록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순간 깜짝 놀라, “에라, 내가 한가하게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하고 스스로를 부정하고 다시 현실의 바쁜 삶으로 되돌아간다.
그렇다.
우리는 때때로 삶의 목적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 바쁜 삶을 구실로 도망가곤 한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보다는 가장 시급한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는지 모른다.


<목적이 이끄는 삶>은 삶의 근본 문제를 다루는 책이다.
또한 기독교적 가치관에 따른 인생의 목적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종교적이지 않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인생의 목적에 대한 질문 자체가 내면세계의 영역을 뜻하지 않는가? 이 책은 이 문제에 대해서 매우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면서도 적용 가능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이 책의 저자인 릭 워렌은 인생의 목적을 아는 것에 대해 이같이 말한다.
“삶의 의미가 있다면 인간은 거의 모든 것을 견딜 수 있지만, 반대로 삶의 의미가 없으면 그 어떤 것도 참을 수 없다”, “소망은 목적을 갖는 데서부터 온다”, “바쁘게 사는 것은 관계를 맺는 데 큰 적이다.
우리는 삶을 영위하고, 일을 하며, 계산서를 지불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삶의 목표인 것처럼 도취되어 버리지만 그것이 삶의 목적은 아니다.
삶의 목적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삶에서 사랑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목적이 이끄는 삶>은 미국에서도 최근 2년간 3천만부 가까이 팔린 출판계의 블록버스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상반기에만 소리 없이 25만권 가까이 팔렸다.
대체로 기독교인들이 많이 읽지만, 책의 보석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도 종종 찾는다.


이 책은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불안정해 보이는 지금, 오히려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심을 잃지 않는 비결이 아닐까?.




김혜현 부동산114 부장/'내집 마련 포인트' 필자
피자에서 치즈를 빼지 마라


마케팅 슈퍼스타, 제프리 J. 폭스 지음, 정준희 옮김, 더난출판 펴냄


‘도대체 어떤 책을 소개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가까운 곳에서 찾기로 하고, 가장 최근에 읽은 마케팅 슈퍼스타를 택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서점에는 소위 ‘처세’로 분류되는 책들이 넘쳐나고 일부는 베스트셀러로 손꼽히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10억 만들기’로 대표되는 부자 열풍이 불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부동산시장 역시 재테크를 통한 자산 불리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자가 되기 위한 ‘과정’에 대한 치밀한 준비와 노력을 빼놓을 수가 없다.


마케팅 슈퍼스타는 ‘매출 올리기’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과정들을 거침 없이 소개하고 있는 글이다.
필자인 제프리 폭스는 평범한 세일즈맨이나 마케터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진정한 슈퍼마케터가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한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마케팅 슈퍼스타’란 불경기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해서 매출을 증대시키고,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이다.


최근 국내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지고, 소비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경영전략도 비용절감을 통한 소위 ‘버티기 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매출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가장 쉽고 당장의 효과도 뚜렷하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고객 상실로 이어지는 비용의 삭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객을 상실하게 하는 비용절감은 ‘피자에서 치즈를 빼는 결과’라는 것이다.
불황기에는 한두 기업이 침체되어 가는 시장을 살릴 수는 없어도, 남들이 숨죽이고 있을 때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에 따른 구체적인 방법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다.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4%대로 둔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황기식 마케팅 방법으로는 불황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불황이라서 당연히 우리의 매출도 떨어졌다’가 아닌, 불황기에도 금전등록기가 찰캉 소리를 낼 수 있는 진정한 마케팅 슈퍼스타가 되는 데 이 책이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남수중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베세토 칼럼' 필자
대륙에 대한 환상과 몰이해 그만!


중국시장 마케팅, 김익수 지음, 박영사 펴냄


중국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서 중국 경제와 시장에 관한 분석서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중국 경제 관련 서적이 더러 있으나, 객관적인 분석보다는 주관적인 견해를 강요하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아 중국에 대한 그릇된 환상과 몰이해를 조장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 편견을 여지없이 깬 책이 <중국시장 마케팅>이다.
이 책은 중국 시장 진출의 전략적 중요성과 현재의 경제상황 소개부터 시작하여 중국 내수시장의 구조적 특징과 리스크, 중국의 국내 마케팅 조사, 내수시장의 진입장벽과 진입전략, 중국인의 소비 심리, 구체적인 중국 시장 마케팅 전략까지 분석하고 있다.


또한 중국 시장의 특징과 마케팅 관련 사례를 정리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차이나 포커스’는 중국 경제와 시장의 특징을 적절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제후경제 시스템하의 중복투자', '중국의 강제인증제도', '호화생활 즐기는 베이징의 부자들', '대형화, 디지털화 추세 속의 컬러TV' 등 주요 '차이나 포커스'는 중국 시장의 현장감을 담아내고 있다.


실제 기업들이 범한 시행착오를 정리한 ‘사례’들은 중국 진출을 모색하거나 이미 진출한 기업들의 경영전략 수립에 더없이 좋은 참고 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일본 혼다 자동차의 실패 경험’, ‘세탁기의 농촌 판매에 성공한 하이얼’, ‘쿠시스의 지저귀 시장 개척’, ‘삼성전자의 핸드폰 판매 차별화 전략’, ‘중국정부의 리눅스 표준채택과 MS의 소스코드 공개’ 등의 사례는 이론적 내용을 보완하고 현장의 경험을 전달하는 좋은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성공과 실패 사례들만을 참고해도 기업 진출 및 영업전략을 수립하기 수월하다는 것도 대중 진출을 준비하는 독자들을 만족시키는 부분이다.


다만 대학 교재용으로 서술된 측면도 있고, 저자의 다른 책 <중국 투자론>의 후속편 격인 책의 성격상 다소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중국 시장 연구서를 처음 접근하는 일반인들에게는 사전의 ‘내공 연마’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이수광 소설가/'부자열전' 필자
행복한 삶, 자연에 물어봐!


자연에서 배우는 행복의 기술, 린다&리처드 에어 지음, 문채원 옮김, 흐름출판 펴냄


<자연에서 배우는 행복의 기술>은 9가지의 자연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상징적으로 이야기한다.
우리가 자연 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거위’를 통해 성실을 생각하게 만들고 ‘게’를 통해 칭찬의 즐거움을 알려준다.
‘기적을 만드는 칭찬-게의 법칙’을 읽다 보면 나 자신도 모르게 아들 녀석에게 슬그머니 칭찬을 해주고 싶어진다.
게는 옆으로 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자녀들 중에도 앞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고 옆으로 가려는 아이들이 있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보살핌과 관심, 그리고 칭찬이다.
옆으로 가는 ‘게의 법칙’에서는 이러한 아이들과 가족들을 어떻게 행복한 가정으로 이끌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고래의 법칙'에서는 조화로운 삶을 제시한다.
흑고래의 노래는 서로에게 위험이 있을 때 알리는 신호로 사용되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놀 때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기묘한 것은 한 마리의 고래가 노래를 부를 때 다른 고래들이 경청을 한다는 사실이다.
사람과 사람도 대화를 할 때 경청을 하지 않으면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식이 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단란한 가족이 될 수 없다.


‘거위는 배우자에게 성실한 파트너이다.
거위는 또 새끼들에게 성실한 부모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위는 다른 어떤 동물보다 가족을 사랑한다.
’ '거위의 법칙'에 있는 이야기다.
저자는 거위를 비유해 가족의 사랑과 가족에 대한 성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교통사고를 당한 에밀리라는 여인이 가족의 사랑으로 상처와 고통을 치유해 가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배경이 ‘사랑하는 내 딸아, 너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란다’라고 아빠가 사랑이 넘치는 말을 해주었기 때문이라는 대목은 잔잔한 감동이 있다.


이처럼 <자연에서 배우는 행복의 기술>은 거위, 게, 고래, 거북, 코끼리, 삼나무, 곰, 개구리, 벼룩 등 9개의 자연을 통해 우리 가족의 삶이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추석은 고향을 떠났던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와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우리에게 가장 즐거운 명절이다.
우리는 추석에 음식을 나누면서 가족들의 정도 함께 나눈다.





양웅 한양사이버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광고이야기' 필자
같은 듯 다른 광고와 시의 세계


바닷가 우체국, 안도현 지음, 문학동네 펴냄


광고라고 하면 으레 거부감부터 앞서는 게 사실이다.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리고, 아침 신문을 넘기다가도 광고 면은 훌쩍 건너뛰기 마련이다.
그래도 그나마 거부감이 덜한 매체가 바로 라디오다.
그림 중심의 영상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광고도 그림 위주로 바뀌어가고 있다.
광고언어인 카피가 없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그림이 없는 매체가 바로 라디오다.
언어만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언어도 그림이 될 때가 있다.
광고를 듣는 동안 그림이 풍경처럼 떠오르는 것이다.


안도현의 시집 <바닷가 우체국>이 그렇다.
지극히 상업적인 광고를 순수예술의 정점에 있는 시와 비교한다는 게 좀 거북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언어가 전해줄 수 있는 가치 중의 하나가 바로 ‘심상’(心象)이라는 점에서 둘은 통한다고 하겠다.


‘눈보라 속에 발갛게 몸 달군 포장마차 한 마리’(숭어회 한 접시), ‘시골 이발관 주인은/ 하늘의 구름을 불러모아 비누 거품을 만들겠지’(이발관 그림을 그리다), ‘밤 깊었는데,// 가기 싫은 심부름 가는 듯,// 깜박, 깜박,’(반딧불). 시인이 풀어놓은 언어는 펜이 아니라 붓을 들고 그려낸 한 폭의 수채화처럼 맑고 투명하다.


그뿐인가. 우리네 삶과 일상에 대한 시인의 혜안은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연 노스님의 화두인 양 그 울림이 깊고도 높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양철 지붕에 대하여), ‘사랑은 열망의 반대쪽에 있는 그림자 같은 것’(바닷가 우체국), ‘세상보다 더 좋은 교과서를 나는 알지 못한다’(책).

그리고 시인이 시집 가득 그려놓은 고향은 오래되고 낡은 것이 아니다.
촌스러움은 더더욱 아니다.
그곳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소중한 일상을 깨워 우리를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귀향길 막히는 도로에서 자동차 뒷자리에 앉은 철부지 아들이 소리 내어 읽는다면 함께 듣고 있는 가족의 모습 또한 아름답게 그려진 한 폭의 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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