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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참사가 당신을 노린다
[커버] 참사가 당신을 노린다
  • 김종길 기자
  • 승인 2004.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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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재난발생시위기관리시스템부재,‘뒷북처리’비용으로인한국가적손실심각

이런질문으로이야기를시작해보자.전남영암군대불공단은해일로인해해수면이넘쳤을때방어대책이있을까?올겨울낮평균온도가시베리아수준으로떨어진다면,아니면내년여름평균온도가섭씨45도에달한다면?게릴라성집중호우로청와대일대가물바다가된다면?

혹자는이렇게반문할지모른다.
“그럼하늘무너질까봐어떻게돌아다녀요?”하지만위질문들은실제로한반도에서의발생가능성이과학적으로입증된사례들중일부다.
위기관리는이렇듯예측가능한모든위험들을인지하고이를통제하려는접근방법이다.


위기는우리가흔히떠올리는태풍,폭우,가뭄등자연재난(과거재해라는용어는재난으로흡수됐다)과산업재해,테러,정보유출등의인적재난을통틀어부르는용어다.
현대사회의그어떤조직(국가,기업,가정)도위기로부터자유로울수없다.
하지만평소위기에대비한조직은피해를최소화하고조직을지켜나갈수있다.
컨설팅회사KPMG는한조사보고서에서는공식복구계획및훈련없이각종재난을당한기업의75%가결국파산한다고나와있고일본에서지진등각종재난시위험상황에빠졌다가구조된사람의87%는구조전문가가아닌주위사람들의도움을받은것으로나타났다.
즉평상시위기에대응하고훈련해온개인들이재난시피해저감역할을한것이다.


국가차원에서도마찬가지다.
지난해9월한반도를강타한태풍매미로우리나라는4조8천억원규모의피해를입었고복구비용은약7조원정도가소요된것으로추산된다.
같은해미국및캐나다동부를강타한허리케인이사벨도모두17억달러어치의피해를입혔다.
피해액도차이가나지만이사벨이단13명의사망자를낸반면매미는무려120여명이죽는대형참사로이어졌다.
상륙당시중심기압이나순간최대풍속모두이사벨이더강했음에도말이다.



정부안일한대처,시민은재난불감증

전문가들은이를두고‘위기관리시스템부재에따른필연적결과’라고입을모은다.
동국대학교위기관리연구센터이영재교수는“우리나라는각종위기에대한소극적대응과사후복구만있을뿐위험도평가에의한예방과대비,또는위기발생시문제해결및대처를위한상시운영계획등이부재한상황”이라고평했다.
사단법인위기관리협회정영환사무국장도“비슷한규모의재난에도결과에차이가있는것은재난발생시위기대처시스템에차이가있기때문”이라며“정확한예보에도정부의안일한대처와시민들의재난불감증,대처방안이아닌상황전달위주의정보시스템등이엄청난피해를가져왔다”고지적했다.


실제로미국의경우허리케인상륙전각종긴급구조장비와구호품을현장에배치했고지하철,버스,항공기운행을즉각중단시켰으며학생들의등교를중지시켜비상대피장소로활용하게했다.
대통령이직접캠프로피난함으로써위기상황에대한경각심을높였고또담당부서가위기발생시전결권을행사하는신속한의사결정으로순발력을발휘했다.
허리케인도달전에5개주와워싱톤시가비상사태를선포하고당일에는노스캐롤라이나와버지니아주를즉각재난지역으로선포하는등연방차원의재해지원시스템도빛을발했다.


하지만우리의대응행태는무척이나초보적이며후진적인모습이었다.
정부와지자체의태풍의위력에대한경고도,경보도존재하지않았고휴교,사전대피,피난처제공등은아예없었다.
시민들은태풍이오는데도승용차를몰고귀경길에나섰고같은지역에서똑같은피해가벌어졌다.
‘영구’대신‘긴급’을택한복구방식도문제로지적됐다.


위기관리전문가들은오스트레일리아나미국은재난으로단1명이죽어도온나라가야단법석을떠는데우리나라는적어도15명에서20명의사상자는발생해야세간의관심을끌고,중국은최소한1천명은죽어야국가가나선다는웃지못할이야기마저전한다.
재난에효율적으로대처하기위해서는정부와기업,시민간의유기적이고체계적인대응책마련이절실하다는것이다.


그렇다면유기적대응책은어떻게세울수있을까?실제로미국같은위기관리선진국은재난등을다루는문제에있어‘control’(제어,통제)이나‘command’(명령)등의용어대신‘coordination’이나‘cooperation’이라는단어를많이사용한다.
관계당사자간유기적협조관계를그만큼중시한다는의미이다.



총괄지휘체계,방재전문인력후진국수준

우리의위기관리시스템,특히현정부의재난관리체계는이유기적협조에문제점을드러내고있다.
대표적인것이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다.
과거중앙재해대책본부가소방방재청(이하방재청)신설과함께확대개편된중앙안전대책본부는국가차원에서대응해야할큰재난이발생하면행정자치부장관이본부장이돼서각부처를통솔하는것으로돼있다.
아무리위기상황이라도차관급인방재청장이장관급인타부처장관을지휘,통솔하는것은문제가있다는한국적겸양(?)덕택에재난관리전문부처장대신,하는일많은행정자치부장관이통솔을맡게된것이다.
방재청관계자는“각부처의기존재난관리방법들을업그레이드하고위기상황에서어떻게효율적으로협조할지에대한방법론을만들고있는데상위기관이각부처가자신들이청의지휘를받는것에불쾌하다는입장이어서드러내놓고진행하지못하는부분이있다”고고충을토로했다.


유기적협조와통합지휘를가로막는정부의인식오류를보여주는사례는또있다.
지난1993년말당시행정자치부소방공무원들은당시‘재난관리청’이라는이름으로재난관리기구신설이본격화되자국회앞농성등을통해눈물겨운(?)밥그릇안뺏기기투쟁을벌였다.
위기관리의일부분에불과한소방분야가위기관리담당국가기관의풀네임앞에붙게된사연이며위기관리에관한정부의낮은인식수준을보여주는사례다.


무엇보다재난이발생해도각부처가유기적으로움직일수있는체계가아니라는것이전문가들의지적이다.
일단현장조직들에대한총괄지휘체계가미흡하다.
중앙과지역재해대책본부의업무연계및보고체계는중복되면서도막상비상시에는유관기관간역할분담이나업무한계가불분명해대응에혼선을빚는다.


게다가담당공무원들이자주바뀌는데따른방재전문인력의절대부족과방재전문직기피현상,방재자원의효율적배정과관리의미비등도문제점으로지적되고있다.
한대학교수는“각부처및지자체에서파견된공무원들은자기부처의입장에서피해상황을보고하고복구예산이나타내는채널에불과하다”며“실제재난발생시에는현재처럼‘보고’중심이아닌현장지원및대응중심으로움직여야한다”고강조했다.


그래서위기관리를국가차원에서법제화하는작업은매우중요하다.
예를들면미국은모든주정부와일정규모이상의기업에게업무영속성계획(BusinessContinuityPlanning,이하BCP)을세울것을지시하고있다.
BCP는각종재난으로업무운영에문제가생기지않도록예방하고문제가생겼을경우빠른시간안에기능을회복해업무가이어지도록하는위기관리의핵심도구다.
호주빅토리아주에서는주감사원이재난관리를담당해위기관리를하지않는기업,즉BCP를도입하지않는기업에는예산배정에서제외하는강경책을쓰고있다.



2011년까지국가재난관리시스템마련키로

어쨌든우리정부도이제위기관리를해보려는모습을보여준다.
국가차원에서많은일들이진행되고있는것이다.
대표적인것이방재청의등장과권한강화다.
지난6월1일방재청의출범은‘미래형국가위기관리시스템’구축의첫걸음을내디뎠다는측면에서중차대한의미를갖고있다.
방재청은앞으로현재300여명인방재청인원을약2배이상늘리고입주해있는서울세종로정부중앙청사에서나와종로구신문로에있는흥국생명빌딩에새살림을차릴예정이다.
이미‘안전한대한민국’(SafeKorea)를주제로21대실천과제들을정하고국가재난관리에나섰으며오는12월을목표로재난발생시유관기관들의행동요령지침을만들고있다.


한편열린우리당심재덕의원의대표발의로기존자연재해대책법에대한개정안발의가이뤄져올정기국회통과후시행된다.
이개정안은각종재난유발요인을사전검토할수있도록사업승인권자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정자치부장관)및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장에게‘사전재난영향성’검토협의를받도록규정하고있으며지자체별로5년단위의중장기풍수해저감종합계획을마련하도록하고방재청장이사업비일부를지원할수있도록했다.
이밖에도많은권한과책임이재난관리기관들에게주어질것으로보인다.


기업들의움직임도활발하다.
특히오는2011년까지국가재난관리시스템을구축하는데중앙정부에서만약1조800억원의예산이책정된상황에서IT업체들의물밑수주전은이미전개된상태다.
방재청관계자는“통신시스템구축에만약4천억원의예산이잡혀있어IT,특히시스템통합(SI)업체들이촉각을곤두세우고있다”며“그들스스로도위기관리시스템을도입,활용하게될것으로보여이시장이매우커질것”이라고말했다.
금융분야에서도제일은행등많은은행들이금융BCP를도입하고있으며보험업계도재난관련보험시장에주목하고있다.
업계는현재는위기관리도입초기라시스템구축을위해IT분야위주로진행되고있지만공공기관들과기업들의위기관리가법으로의무화되면산업전분야에서막강한산업군으로떠오를것으로보고있다.


어쨌든우리의위기관리의식은나름의발전이있었다.
예를들면올해태풍의경우기상청의정확한예보와재난방송(KBS)의실시간정보전달로각개인이예상경로를미리알고대피하는것이가능했다.
방재청의한공무원은“공무원들이직접지리산에들어가등산객들에게끝까지‘나오라’고소리쳤고등산객들이이에잘따라줘서인명피해가없었다”며“재난에대한의식이많이달라진것을의미한다”고말했다.


이러한진전에도불구하고제대로된위기관리가이뤄지기위해서는더욱많은것들이필요하다.
중요한것은위기관리전문인력을확보하는일.위기관리와관련해컨설팅까지할수있는인력과조직이필요하며각단위별위기관리정도를평가할수있는도구도필요하다.
이같은일은그동안민간차원에서위기관리의개념을정리하고그툴을도입하는데앞장서왔던사단법인한국위기관리협회(회장이영재)가맡게될것으로보인다.
협회측은“오는2006년국제위기관리협회정기학술대회를서울에서개최하는것을비롯해위기관리저변확대를위한전략들을짜낼것”이라며,“우선각개인,기업,국가차원의BCP방법론을소프트웨어로만들어무상배포하고,재난관리전문가과정을개설해위기관리전문인력을키우고일할곳을만들어주는일에주력할것”이라고밝혔다.
협회는10월중순방재청산하사단법인으로등록된다.


그러나위기관리전문가들은위기관리의가장중요한주체는국가나지역사회,기업이아닌개인(가족)이라고입을모은다.
기업이나국가의위기관리역시사람의힘으로해야하기때문이다.
연세대학교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조원철교수는“위기관리는국가,지역사회나기업,개인과가족들이담당할부분이별도로존재한다.
이중위기관리의핵심은사실상개인이다.
즉위기관리의주체로서개인이재난으로부터안전할수있도록각종교육훈련과방재자원이지원돼야한다”고말했다.
정영환위기관리협회사무국장도“위기를관리하려는개인의의식이제고돼야기업과국가의경쟁력이높아질것”이라며“위기관리시장은법과제도,산업그리고무엇보다개개인의재난관리의식이한데뭉쳤을때새로운산업,새로운시장으로서태동할수있을것”이라고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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