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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인터넷은 또다른 극장이 될 것인가?
[엔터테인먼트] 인터넷은 또다른 극장이 될 것인가?
  • 이철민
  • 승인 2000.06.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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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quantumproject.com
영화 혹은 영화를 포함한 영상미디어 전체를 정의하는 여러 가지 말 가운데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만큼이나 영화가 가진 산업적 매력을 잘 표현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극장에서 상영한 영화가 비디오로 재생되고, 텔레비전으로 방영되며, 각종 상품으로 판매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수익을 낳는 현실을 제대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새롭게 출현한 미디어에 시장을 빼앗기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새로운 배급창구로 끌어들이는 놀라운 적응력을 자랑한다.
대형 영화사들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 이런 역사적 경험 때문에 인터넷이 각광받기 시작할 때부터, 많은 이들이 영화의 새로운 배급창구로서 인터넷의 가능성에 눈독을 들였다.
그런 관심은 고속 인터넷을 이용하는 이들이 증가함에 따라 낮은 대역폭에 따른 스트리밍의 한계가 조금씩 사라지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른바 ‘디지털 영화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인터넷을 통한 영화상영과, 이를 위한 영화제작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아톰필름즈닷컴’ atomfilms.com이나 ‘아이필름닷컴’ ifilm.com 따위의 인터넷 영화 서비스업체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런데 최근 들어 영화의 새로운 배급창구로서 인터넷의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다.
논란의 주체는 물론 인터넷 영화 서비스업체들과 할리우드의 영화사들이다.
전자는 후자에게 확신을 갖고 투자해주기를 바라지만, 후자는 전자를 믿지 못하고 계속해서 의문부호를 찍고 있다.
지난 5월5일 칸영화제와 자체 홈페이지 quantumproject.com를 통해 공개된 32분짜리 SF영화 <퀀텀 프로젝트>는 이 논란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제작한 ‘메타필리믹스’가 만들고 <블레이드>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스티븐 도프가 주연한 이 영화는 인터넷 영화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을 한꺼번에 확산시켰다.
우선 인터넷 영화 서비스업체들은 <퀀텀 프로젝트>의 인기가 인터넷을 통한 영화상영의 상업적 가능성을 제시하며, 장기적으론 이것이 영화의 수익구조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계기라고 떠벌렸다.
인터넷을 통해 단기적으로 수익을 올리려 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점효과를 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블레어 워치>의 ‘아티잔필름’, <존 말코비치 되기>의 ‘프로파간다필름’ 등 일부 소규모 영화사들이 인터넷 영화 서비스업체들과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내세워 대규모 스튜디오들을 설득하는 중이다.
형편없는 음질과 화질에도 돈을 낼 것인가 그러나 워너 브라더스, 폭스, 디즈니 등 대규모 스튜디오들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인터넷이 별다른 수익을 안겨주지 못할 뿐 아니라, 기존 배급체계까지 교란시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인터넷을 통해 수익을 거두지 못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경쟁에 대비해 ‘엔터테인돔닷컴’ entertaindom.com(워너 브라더스), ‘무비스닷컴’ movies.com(디즈니) 등 자사 소유의 엔터테인먼트 포털을 통해 실험적인 배급을 해보거나, 일부 인터넷 영화 서비스업체들과 물밑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논란이 이어지면서 어렴풋하게나마 결론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새로운 배급창구로서 인터넷의 미래가 단기적으로는 결정되지 못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그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심야시간대나 개봉관이 없는 지역 혹은 배급사를 구하기 힘든 나라에 영화를 동시에 배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길로 받아들여질 것은 분명해보인다.
텔레비전에 방영되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마지막 유료상영(Pay-Per-View)을 하는 것도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물론 인터넷 관객들이 형편없는 화질과 음질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돈을 내고 영화를 볼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계속 남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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