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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승용차 물밑 눈치싸움, 본 게임 ‘물음표’
디젤승용차 물밑 눈치싸움, 본 게임 ‘물음표’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4.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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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내년상반기출시…국내업체일단관망,수입차업계도소극적

최근에이르기까지디젤승용차는말그대로뜨거운감자였다.
2005년부터디젤승용차판매를허용한다는정부발표가나오면서배기가스기준을유로3기준에맞추느냐,유로4기준에맞추느냐를두고국내자동차회사들간에한바탕뜨거운신경전이벌어진것이다.
현대·기아차는유로3기준을고집한반면,GM대우,쌍용,르노삼성자동차는유로4기준으로맞섰다.
결과는현대·기아차의판정승.2005년까지는한시적으로유로3기준에맞춰디젤승용차가판매되지만,2006년부터는더욱강화된유로4기준을따르기로결정이났다.
이로써유로3기준에맞춰이미유럽시장에디젤승용차를판매하고있는현대·기아차는땅짚고헤엄치기로국내디젤승용차시장에무혈입성하게된셈이다.
여태껏디젤승용차를만들지않는경쟁사들로서는배가아플노릇.

결론이이런식으로내려지게된데는나름대로이유가있다.
아무래도시장점유율70%인현대·기아차의손을정부가들어주지않을수없었기때문이다.
이를두고하태은르노삼성홍보팀차장은“현대차가유럽시장에팔고남은차를국내에팔수있도록시장을열어줬다”고비난한다.
반면,현대자동차관계자는“유럽과국내의운전환경이많이다르기때문에국내여건에맞는차량을다시개발해판매할예정이지,재고소진을위한것은아니다”라고반박한다.


유로3충족하는현대차,초기시장무혈입성

어쨌든적어도2005년상반기까지현대·기아차외에는디젤승용차를출시할수있는여력이되는회사가없을듯하다.
르노삼성자동차관계자는“유로3기준이한시적으로1년밖에채택되지않을텐데,유로3엔진을수입해차량에장착할수없는노릇”이라며“아예2005년은포기하고2006년에대비할것”이라는입장을밝혔다.
어차피디젤엔진을르노에서들여와승용차를만들기까지최소한1년여의시간이필요하다는문제도있고,이참에현대·기아차가내놓은디젤승용차가어느정도시장에서받아들여지는지를지켜보겠다는뜻도담겨있다.


쌍용자동차의입장역시르노삼성자동차와별반다르지않다.
쌍용자동차관계자는“디젤승용차를출시한다해도차종이체어맨정도에그치기때문에차라리시간을두고개발할참”이라고말했다.
내부적으로는디젤승용차에대해논의를하고있지만어차피유로3기준의디젤승용차를개발해봐야1년이지나다시유로4기준의승용차를개발해야하기때문에당장출시를꺼리고있는것.“현재까지는특별한안이없다”는게쌍용차관계자의공식입장이다.

사정은GM대우역시마찬가지다.
GM이라는든든한우방을둔GM대우는마음만먹으면당장이라도GM의엔진을얹을수있지만서두르겠다는의지를그다지내비치지않는다.


그동안GM대우는2005년에한시적으로유로3기준에맞춰디젤승용차를출시할수있도록한결정에대해가장적극적으로반대한것으로알려져있다.
사실“시장상황을봐서기존차량에디젤엔진을그대로얹으면된다”는게GM대우의입장이다.
일단라세티에디젤엔진을얹어2006년에판매한다는복안을마련해둔상태다.
물론이때도유로4기준에의한엔진을장착할예정.이를위해GM대우는2005년4월완공예정으로4750억원의돈을투자해군산에디젤엔진공장을건설하고있다.
이공장에서는유로4기준을만족시키는1.5및2.0리터급디젤엔진을생산할것으로알려진다.


하지만디젤엔진생산은2006년3월에야가능하므로GM대우역시2005년은포기하고2006년부터타사와본격적인경쟁체제로돌입할것으로보인다.
특히GM대우가생산할디젤엔진은배기가스에포함된미립자를크게줄여주는DPF(디젤미립자저감장치)를적용하고있어유럽진출을위한사전포석의의미도담고있다.


그렇다면업계를주도하고있는현대·기아차의입장은어떨까?현대차는유럽에판매하고있는아반떼XD(2.0디젤),라비타(수출명메트릭스)를내년초부터국내시장에판매할예정이다.
우선이들두모델로2만5천대규모의판매를기대하고있는데,시장반응이나쁘지않을경우2006년초에는싼타페엔진을장착한쏘나타모델도국내에선보일것으로알려져있다.


현대차가출시하는디젤승용차에들어갈클릭1.5리터CRDi디젤엔진은최대출력80ps/4천rpm,최대토크18.6kg/2천rpm의엔진으로,연비와마력이기존엔진에비해각각15%,24%향상돼경쟁차종인폭스바겐의동급디젤엔진보다소음및배기가스저감에우수한성능을발휘한다.
기아차도쎄라토에디젤엔진을장착해조만간디젤승용차를출시할예정이다.
기아차가지난5월말부터유럽에수출하기시작한쎄라토2.0디젤모델은6~7월2개월간6500대판매된것으로알려져있다.


일단현대차는경쟁업체들이현대차만을바라보는입장이기때문에2005년초부터유로3기준을충족하는디젤승용차를선보이며초기시장선점에나서겠다는계산을내린것으로알려진다.
이에대해강철구한국자동차공업협회이사는“현대차의초기시장선점효과는클것”이라내다봤다.


한불모터스,유로4기준디젤차내년1월출시

한편,대부분의국내업체들이일단관망세를보이는것과는달리,푸조를수입판매하는한불모터스는디젤차수입에상당한열의를보여눈길을끈다.
당장2005년1월부터국내시장엔중형세단푸조407이선보일예정이다.
특히푸조는르노자동차와더불어유럽지역에서디젤엔지기술이가장앞서있는것으로알려져있어디젤승용차출시에자신감이묻어나온다.


송승철한불모터스사장은“환경단체가디젤승용차출시를두고많은이야기를하는데,푸조승용차는아예유로4기준에맞춰디젤승용차를출시할것”이라고밝힌다.
현대·기아차가유로3기준으로디젤승용차를출시하는것에대해푸조는아예유로4기준의디젤승용차를내세워맞불을놓겠다는얘기다.
게다가독일의경우미세먼지를걸러내는필터를장착할의무가없기때문에2009년까지독일자동차에는필터가장착되지않는것과는달리“푸조는필터를장착해환경문제에대한논란을미연에방지했다”고송사장은전한다.


이처럼한불모터스가디젤승용차국내출시에유독적극적인것은국내시장을선점하겠다는의도도담고있지만,이미2002년기준으로프랑스에서디젤승용차의시장점유율이63%를넘어섰기때문에디젤승용차를들여오기유리한환경이라는점도작용했다.
특히송사장은유럽과한국의지형적인유사성을예로들며,“유럽이나한국이나석유가나오는것이아니기에일단디젤승용차가들여오면시장은확대될것”이라고강한자신감을내비쳤다.


그럼에도대부분의수입자동차업체들의움직임은더딘편이다.
이들역시일단현대차가디젤승용차를출시한후국내시장반응을지켜보겠다는속내를감추지않는다.
아우디코리아관계자는“현재로서는아무계획이없다”며“내년하반기에나수입할지모르겠다”며시큰둥한반응을보였다.
김영은BMW코리아이사역시“규제는풀린다해도디젤승용차에대한편견이남아있기때문에일단은관망할것”이라고밝혔다.
언젠가디젤승용차를수입하기는하겠지만시점은최대한미루겠다는얘기다.


게다가BMW는디젤승용차를수입할경우일단3시리즈나5시리즈가아닌7시리즈로승부를걸참이다.
3시리즈나5시리즈디젤승용차의경우운전중에는휘발유차량과거의차이를느낄수없지만정지중에는차이가느껴질수있기에,이참에아예최고급모델로디젤승용차의부정적인이미지를없애겠다는계산이깔려있는것이다.


벤츠코리아는디젤승용차수입에특히소극적인편이다.
벤츠코리아관계자는“고급차수요자들이디젤승용차에별로관심이없다고판단한다”며“적극적으로모델을들여오지않을것”이라고설명한다.
이런분위기라면벤츠역시최소한내년하반기까지는디젤승용차를출시하지않을가능성이높다.
이관계자에따르면“일단E클래스로모델은결정했지만시기는내년초에다른브랜드의움직임을보고결정할것”이라며조심스런입장을내비쳤다.


경유와휘발유가격차줄어시장위축우려

이밖에도국내사들이나수입자동차회사들사이에디젤자동차의인기가그다지높지않은데는또다른이유가있다.
우선경유와휘발유의가격차이가급속도로줄어든다는것을꼽을수있다.
조세연구원은최근디젤승용차시판에맞춰경유소비자가격을2006년7월까지휘발유가격대비85%까지끌어올려야한다는보고서를내놨다.
휘발유가격이1400원정도에머물경우를가정하면경유가격을1190원까지끌어올려야한다는얘기다.
대략내년7월에휘발유:경유:LPG의가격을100:75:50으로조정한뒤2006년7월100:85:50으로상향조정하는방안과,내년7월에100:75:50으로조정한후2007년7월까지3년에걸쳐단계적으로조정한다는방안이검토되는중이다.
이경우경유를쓰는레저용차량의시장점유율이37.7%에서적게는16.5%까지줄어들것으로보이는데,이는디젤승용차시장에도큰영향을미칠게분명하다.


일단경유와휘발유의가격이비슷해지면소비자들은디젤승용차에대한편견으로인해디젤승용차구입을꺼릴것이라고업계는내다보고있다.
자동차업계관계자는에너지세제개편으로유가가상승하면고객들의자동차구매심리가위축돼,차종에상관없이자동차시장이위축될것이라고우려했다.


이제디젤승용차출시가3개월도채남지않은상황에서디젤승용차에대한논란은잠시소강상태로접어들었다.
‘2005년은탐색기,2006년은본격적인출시’라는기본구도하에각자동차업체들의물밑작업은더욱치열해질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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