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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트렌드 읽기-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서평]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트렌드 읽기-대한민국 소비트렌드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4.10.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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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소비트렌드읽기’는이처럼천변만화하는소비시장에서믿고의지할수있는나침반을찾아내려는힘겨운노력이라고할수있다.
따라서트렌드읽기는변화속에서도지속되는것,혹은변화의구조를전제한다.
LG경제연구원책임연구원으로오랫동안시장트렌드와기업전략을연구해온저자역시마찬가지다.
과잉생산과완전경쟁이라는새로운조건속에서트렌드읽기는이제기업의성패를좌우한다.
트렌드에제대로올라탄기업은손쉽게살아남고그렇지못한기업은도태된다.


변화를뒤쫓지말고한발앞서예측하라

그러나트렌드를읽는다는것은쉬운일이아니다.
트렌드는그자체에이미변화한다는뜻을내포하고있다.
트렌드읽기가때로무익한일로느껴지는것도이때문이다.
트렌드를좇다보면어느새그트렌드는지나가버린뒤가된다.
그래서중요한것은흐름을현상적으로뒤따라가는것이아니라,그‘동학’을밝혀내는작업이다.
그래야변화를한발앞서예측할수있다.
그러나아쉽게도이제까지한국소비시장의변화를종합적으로분석하려는시도는드물었다.
외국의이론과사례를번역소개하거나,특정주제에대한현상스케치가대부분을차지했다.
이런점에서한국소비시장의최근트렌드를구조적인관점에서설명하려는저자의시도는충분히새롭다.


이책이던지는메시지가운데가장주목할만한것은우선‘트렌드의유행’에관한부분이다.
예전에도히트상품과유행은있었다.
1980년대만해도여성용부츠나,보리음료맥콜,나이키운동화를쉽게떠올릴수가있다.
그러나최근의‘트렌드’는특정제품이아니라소비패턴과선호의유행이라는점에서이들과구별된다.
이를테면‘웰빙’은특정상품과만관계된것이아니다.
또한트렌드는최근들어수적으로도홍수를이루고있다.
웰빙,디지털노마드,루키즘(Lookism),코쿤(Cocoon),에고노믹스(Egonomics)등새로운소비트렌드를가리키는알쏭달쏭한신조어가몇년전부터줄을잇고있다.
물론이들은소비자를끌어들이기위해기업이조작해낸광고,마케팅개념으로폄훼되기도한다.
그러나저자는오히려‘트렌드’가유행하게된원인을따져묻는다.


‘소비의동질화’는기업에위기이자기회

수많은신종‘트렌드’가등장하고,기업들이전례없이트렌드읽기에골몰하는배경에는소비의동질화라는새로운현실이놓여있다.
소비자들이동질적인하나의단위로함께움직이기시작한것이다.
이제는좋아하는제품이나서비스의특성이소비자별로크게차이가나지않는다.
전국민의4분의1인1천만명이상이관람했다는영화<실미도>와<태극기휘날리며>의성공은단순히뛰어난작품성이나상업성만으로는제대로설명될수없다.
단일민족으로5천년을살아왔고,좁은국토에많은인구가밀집해생활패턴이유사할수밖에없다는나이브한해석역시마찬가지로일면적이다.
소비의동질화는원인이라기보다는결과다.
멀티플렉스라는새로운개념의상영관이없었다면1천만명이넘는관객동원이가능했을까.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등국내3대멀티플레스가국내영화산업에서차지하는비중은이미엄청나다.


이들3개사의관객점유율은48%에달한다.
이들은이전보다훨씬많은관객들을대규모로끌어들인다.
이뿐이아니다.
인터넷예매의보편화,이동통신사와신용카드사가제공하는다양한제휴서비스로인한실제관람비용의절감역시무시할수없는요인이다.
그러나소비동질화의결정적인동인은정보화라고할수있다.
인터넷과휴대폰은모든장벽을무력화시킨다.
이제거의모든소비자들이다양한경로를통해,순식간에제품정보를공유한다.
자연히제품에대한평가나선호가한쪽으로수렴되는현상이나타난다.
영화의경우,개봉이전부터인터넷영화사이트를통해예고편이공개된다.
시사회이후에는다양한영화평이인터넷이곳저곳에올라오기도한다.
이를통해소비자들은서로닮아간다.
물론이는영화에만국한된현상이아니다.


소비의동질화는기업에게는기회인동시에위기로다가온다.
동질화된소비집단에선택된제품은대박을터뜨릴가능성이이전보다훨씬높아지지만그렇지못할경우결과는더참담해질수있다.
이른바양극화다.
여기서신세대소비자의파워라는또하나의키워드가등장한다.
신세대소비자는‘눈덩이를굴리는레버리지’다.
한번굴러가기시작한눈덩어리는삽시간에거대한규모로불어나게된다.
출발점은신세대소비자들이온라인을통해적극적으로생산해내는정보다.


저자는다양한각도에서신세대소비자의파워를분석한다.
소득으로만본다면이들이소비시장에서막강한파워를행사한다는것은미스터리다.
그러나이들은자신의주머니가아니라부모나할아버지,할머니,삼촌등여러주머니에서소비한다.
연령상아직은미래를위해따로소득의일부를떼어놓을필요도없다.
가처분소득의비중이높다는뜻이다.
또한신세대소비자들은실질적인구매결정자다.
인터넷을활용해획득한제품정보로부모의제품선택에결정적인영향을미친다.
신세대소비자의파워를제대로파악하려면‘누가지출하는가’에서‘누구를위해지출하는가’와‘누가의사결정자인가’로질문의방향을바꾸어야한다.


이밖에도저자는한국소비시장의구조를읽는12개의코드를추려낸다.
정보화,대출형소비,인구구조의변화,유통구조의지각변동등이미잘알려진내용이많지만,저자는이들을하나의구조속에서읽어내기위해상당한노력을기울인다.
실버비즈니스의가능성,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의효용성,대량맞춤생산시대의도래,저가시장과귀족마케팅붐,로하스의가능성등에대한해석도독특하다.


물론트렌드읽기가성공의보증수표는아니다.
하지만기업이트렌드를무시하고성공할수있는가능성은점점줄어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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