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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의 경제포커스] ‘분배=좌파’ 주장은 경제논리 빠진 정략
[김광수의 경제포커스] ‘분배=좌파’ 주장은 경제논리 빠진 정략
  •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
  • 승인 2004.10.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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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국감에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성향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 것 같다.
야당을 중심으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성장보다는 분배위주의 좌파경제라는 공방이 그것이다.
특히, 내수침체가 심화된 올해에는 경기부양책을 둘러싸고 이른바 성장과 분배 논쟁이 첨예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의 대부분은 성장과 분배에 대한 올바른 경제학적 개념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편향에 따라 감정적 또는 소모적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참여정부의 실세로 불리는 사람조차도 지난해 10·29 부동산종합대책은 참여정부의 대표적 분배정책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을 정도이니 일반 사람들이 성장과 분배에 대한 올바른 경제학적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10·29 부동산종합대책은 분배정책이 아니라 투기로 인해 교란된 부동산시장의 실패를 시정하기 위한 친시장경제 정책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10·29 조치는 분배 아닌 친시장경제 정책

먼저, 정치권이나 언론 등에서 분배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구체적으로 분배의 개념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지 분명하지가 않다.
추측컨대, 분배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아마도 이 용어를 경제학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기보다는 막연하게 ‘분배=좌파’라는 이데올로기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즉, 이들이 주장하는 분배라는 용어는 시장경제를 전제로 한 경제학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그저 단순히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정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분배란 영어로 ‘Distribution’인데, 분배란 시장경제 용어라기보다는 계획경제 용어라고 보아야 한다.
분배란 달리 말하면 배분 또는 배급을 의미한다.
따라서 배급은 국가가 모든 경제적 자원을 통제하고 계획적으로 사용처를 결정하는 국가독점경제, 즉 공산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을 대신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참여정부가 성장보다는 분배 위주의 좌파경제를 추구한다고 비판할 때에는 참여정부가 계획경제를 추구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사실 필자가 아는 한 시장경제를 전제로 한 근대경제학에서 분배라는 용어는 찾아볼 수 없으며 그에 관한 이론도 찾아볼 수 없다.
근대경제학의 양대 산맥인 미시경제학은 자유시장(독점, 과점, 경쟁시장 등) 체제 하에서 수요와 공급을 바탕으로 균형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다루는 이론인 반면, 거시경제학은 경제 내의 가용자원인 노동과 자본을 충분히 활용하여 과도한 물가상승을 유발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적의 경제성장 달성에 관한 방법론을 연구하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거시경제학의 최대 관심사항은 최적의 경제성장 달성방법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론적으로는 크게 가격의 단기 경직성을 인정하는 케인지안과 가격의 단기 유연성을 전제로 하는 통화론자(합리적 기대론자) 간의 논쟁으로 양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내수경기 침체와 관련하여 재정확대책과 감세정책 등 경기부양책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최적의 경제성장을 위한 방법론적 논란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내수경기 침체에 대한 정책대응 방법론에 대해 비판을 할 수는 있어도 적어도 시장경제 체제를 바탕으로 하는 참여정부의 정책을 분배 위주의 좌파정책으로 비판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출발점부터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10·29 부동산종합대책이 과도한 정부규제로서 반시장적 또는 분배정책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10·29 종합대책은 투기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버블 가격을 형성하여 발생한 시장의 실패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보아야 한다.
시장 실패라는 근거로는 물론 단기간의 과도한 가격급등으로 인해 경제 전체의 균형이 깨진 점을 들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계부채의 급증으로 인해 현재의 내수경제가 파행적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몰론 10·29 종합대책의 일부 내용은 재검토를 요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반시장적이거나 분배정책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오히려 현재의 우리 부동산시장과 부동산정책은 여전히 선분양제도와 같이 후진적 구조로 되어 있어 조기에 친시장적인 후분양제로 이행해 가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후분양제로의 조기 이행은 왜 필요한가? 선분양제도는 건설회사가 금융시장을 경유하지 않고 직접 수요자로부터 선분양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여 사업을 하는 것이다.
기업이 신규투자를 할 경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은행이나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을 경유하여 금융시장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경우 기업은 신규 투자사업계획을 금융기관 등에 설명하고 금융기관들로부터 사업성과 투자 위험 등에 대해 전문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
만일 금융기관의 사업성이 나쁜 것으로 평가하게 되면 기업은 신규 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선분양제는 건설업체들이 바로 이런 금융기관과 금융시장의 리스크 평가기능과 견제기능을 건너뛰어 버리는 제도인 것이다.
그 결과, 사업성이 없는 개발투자안이라도 허위광고나 과장광고 등으로 마구잡이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 사기분양 사고나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건설경기 파동이 빈발할 수 있다.


복지예산, 미국·일본의 절반에 못 미쳐

또 다른 예로서 참여정부의 과도한 복지정책을 분배정책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복지’(welfare)를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볼 것인가, 일방적인 분배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선진국에서는 건전한 복지정책을 성장의 필수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복지 문제를 좌파적 분배주의로 몰아붙이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통합회계 총예산지출 가운데 사회보장비 지출 비중은 21%를 상회하고 있으며 교육훈련, 건강, 의료, 생계보장, 사회보장, 군인연금 등 복지적 인적자원 지출 비중은 무려 65%에 달하고 있다.
이웃 일본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정부의 일반회계 예산지출 가운데 연금을 제외한 사회보장비 지출 비중만 해도 25%에 달하고 있다.
이에 비해, 2004년도 참여정부의 사회복지 예산 총 규모는 12조594억원으로 일반회계 예산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참여정부에 대한 분배 위주의 좌파적 경제 비판논리로 본다면 미국이나 일본이야말로 분배 위주의 좌파적 경제를 하고 있는 대표적 나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입장에 관계없이 누구든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은 방법론적인 논리에 입각하여 대안을 제시하는 생산적 비판이 되어야 한다.
시장경제 문제를 이데올로기적인 대립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는 것은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한 것으로 그 결과는 오히려 시장경제 성장에 장애가 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적어도 경제 문제에 관한 한 제발 이데올로기적 소모 논쟁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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