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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미국 자동차 빅3는 어떻게 몰락해갔나
[서평]미국 자동차 빅3는 어떻게 몰락해갔나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4.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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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기계와텅빈공장,더이상연기가피어오르지않는굴뚝과찬바람이매섭게몰아치는거리.오늘날디트로이트는많은사람에게이런모습을떠올리게한다.
지난100년간GM,포드,크라이슬러등기라성같은기업이모여있는미국자동차산업의수도로서누렸던화려했던영화는이제기억하는이들이드문추억거리일뿐이다.
수입자동차들이물밀듯이들어오면서한때100만명의노동자들에게일자리를제공했던수많은공장들이빠른속도로문을닫거나해체됐다.
1990년대에만24개의자동차공장이문을닫았고7만5천명이일자리를잃었다.


물론상황을과장해서는안된다.
GM은세계최대의자동차회사라는타이틀을변함없이지키고있다.
미국시장에서GM,포드,크라이슬러는수입차들의거센도전에도불구하고여전히시장점유율1,2,3위를고수하고있다.
그러나한꺼풀만벗겨보면이들‘디트로이트빅3’의취약한입지가금방드러난다.
2002년GM의경영진들이‘29’라는숫자가새겨진양복핀을하고다닌적이있다.
미국시장점유율을29%로끌어올리겠다는강력한의지의표현이었다.
그러나불행하게도실제로그렇게되리라고믿는경영진은거의없었다.
시장점유율29%가대단한목표처럼보이지만,예전GM의위세를생각한다면믿기어려울만큼소박한것이다.
63년GM은혼자서미국시장의60%를차지했다.
지금은빅3를모두합한시장점유율이그정도된다.


도요타,혼다,현대의약진으로희비교차

90년중반만해도상황이그렇게절망적이지는않았다.
GM,포드,크라이슬러는‘외국공격자’들을가볍게따돌리고,이들과의격차를멀찌감치벌려놓을것으로예상했다.
그러나이러한판단이너무성급했음이곧드러났다.
2001년9·11테러로경기가얼어붙자GM이가장먼저무이자할부,무보증금판매,할부금불입유예등무차별적인인센티브정책을쏟아냈다.
포드와크라이슬러도마지못해뒤따랐다.
그러나무지막지한인센티브공세에도불구하고GM은겨우현상유지에머물렀고,포드와크라이슬러는오히려시장점유율이떨어지고말았다.
더충격적인것은똑같은시기에외국자동차회사들이놀라운성적을거뒀다는점이다.
도요타,혼다,닛산,BMW,현대는경기침체속에서도판매대수와시장점유율이모두늘었다.
미국소비자들이언젠가는돌아올것이라는막연한기대를더이상유지하기어렵게됐다.


수익률도급격히하락했다.
63년17%에달했던디트로이트빅3의평균수익률은인센티브프로그램의남발로1.4%까지추락했다.
반면도요타,혼다,닛산,BMW는모두10%이상의높은수익률을기록했다.
물론이러한성과중일부는환율변동에따른것이었지만,중요한것은수입자동차회사들이디트로이트의회사들처럼과도한인센티브를제공하지않더라도충분히차를팔수있는능력을갖췄다는사실이다.
천문학적인액수의의료보험비용과은퇴자연금을부담해야하는미국자동차회사들에게수익률하락은엄청난재앙을초래할수있다.
적정한이윤을확보하지못하면수입차들에맞설수있는개발투자비도줄어들수밖에없다.
악순환이시작되는것이다.


산업전문가들은빅3의운명에관해3가지시나리오를제시한다.
가장가능성이높은시나리오는3개회사의규모가줄어들고재정적위기로인해강도높은구조조정에돌입한다는것이다.
최악의경우GM,포드,크라이슬러중한곳이파산구제신청을한다.
두번째시나리오는GM과포드의합병이다.
이경우연방규제위원회의허용이전제된다.
마지막은GM이나포드가운데하나가외국인손에넘어간다는것이다.
불과몇년전만해도이런전망은말도안되는소리였다.
하지만지금은다르다.
크라이슬러의주인은이미벤츠다.
실제로이러한시나리오들이현실화될가능성에대해서는의견이분분하지만,한가지확실한것은역사가아무리대단한회사라도사라져버리는것은한순간이라는사실이다.


도대체무엇이잘못된것일까.<뉴욕타임스>자동차담당기자로2000년부터2003년까지미국,캐나다,유럽,일본의자동차산업현장을직접취재한저자는디트로이트의쇠락원인을3가지로추려냈다.
우선미국자동차회사들은결정적으로소비자신뢰를잃었다.
지난10년간빅3의관심사는최고품질의자동차를만드는것이아니라회사간합병을통해몸집을키우는것이었다.
GM은피아트를인수했고,포드는재규어와볼보를사들였다.
수십억달러를여기에쏟아부었지만결과는실망스러웠다.
반면도요타와혼다는그사이미국시장에서품질신뢰도의대명사로자리잡았다.
이들은소비자들이정말사고싶어할만한가치있는자동차를끊임없이만들어냈다.
물론외국자동차회사들이처음부터성공을경험했던것은아니다.
도요타나혼다,닛산,BMW,현대모두초기시장진출에서참담한실패를겪었다.
그러나이들은자국에서썼던방법을과감하게포기하고미국소비자들이어떤차를원하는지적극적으로묻기시작했다.
그결과이제는외국회사들이미국소비자들이무엇을원하는지를디트로이트회사들보다더잘파악하고있다.
여기에단기성과위주의잘못된시장전략과글로벌경제의충격이라는요인이보태졌다.
90년대빅3는수익성이높은대형SUV에만맹목적으로매달려다른차종개발을소홀히했다.
외국업체가소형차,미니밴,고급차시장을차례대로공략할수있는길을열어줘화를자초한것이다.
또한세계경제가통합되면서미국산자동차에대한소비자들의충성도역시빠른속도로무뎌졌다.


빅3의쇠락,미국남부주에는축복

이쯤되면의회에자동차산업보호법안이제출될법도하다.
외국자동차회사들이미국에서돈을벌어모두본국으로가져간다는비난이나오는것도자연스러울것이다.
그러나저자는디트로이트의몰락을전혀슬퍼하지않는다.
빅3의몰락은오히려앨라배마를비롯한남부주에는축복을가져왔다.
벤츠,혼다,도요타,현대등이잇따라현지공장을세우면서앨라배마는‘남부의디트로이트’로급부상했다.
90년대GM은해외에생산시설을짓기위해10억달러이상을투자했다.
반면도요타는같은기간에켄터키,인디애나에10억달러이상을투자해2만명이넘는고용효과를창출했다.
과연어떤결정이미국경제에더나은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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