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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기부금 먹고 비지니스가 자란다
[미국]기부금 먹고 비지니스가 자란다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4.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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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마이크로크레디트현장…작은정부대신기업,자산가가공공역할수행


어떻게문화도,인종도,언어도,소득수준도다른2억9천만인구가하나의시스템안에서내분없이,분쟁없이살수있는걸까?뉴욕에서만난한한인출신교수는“미국은그야말로기회의천국”이라며“미국에선기회가없어공부를못했다거나공부를못해돈을벌지못했다는말은할수없다”고말한다.
정부와민간의수많은장학금과장려금,은행의학자금융자프로그램,장기분할상환모기지론과민간연기금들,미국중소기업청의소기업지원과은행들의지역개발투자,벤처캐피탈과마이크로크레디트가종횡으로시장에안전망을엮어초기진입자와진입실패자들을받아낸다.


한국이나유럽에선정부가요구받는역할을,미국에선때론기업이나시민이한다.
뉴욕에서활동하는한한인프라이빗뱅커는“미국자산가들이주로묻는건어디에,어떻게기부할까하는것”이라고말한다.
“자산을어디에,어떻게투자하느냐에대해선길게묻지않아요.말년을기부나봉사로만보내는자산가들도많습니다.
미국은정부예산만봐선안돼요.기부는미국을움직이고유지하는보이지않는힘입니다.


2001년 기부액, GDP의 2% 미국을 움직이는 기부의 힘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미국의 기금모금연합위원회는 2001년 한 해 2120억달러, 우리돈 275조6천억원의 기부금이 모였다고 집계한다.
미국의 한 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금액이다.
한국에서 기부금을 공식 집계하는 단체는 없으나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집계한 기업 기부금이 1조866억원, 사회공동모금회로 모인 기부금이 625억원 수준이다.
넉넉잡아 한 해 2조원이 기부금으로 모인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의 기부금이 명목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3% 정도 된다.
보스턴에서 만난 브래드 구긴스 보스턴칼리지 교수는 미국에서 정부, 기업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수동적인 반면 유럽에서는 정부가 매우 능동적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건강보험제도입니다.
미국에서는 개인이 건강보험을 들거나 회사가 피고용인의 건강보험을 책임져야 하는데, 유럽에서는 국가가 보장해 주지 않습니까? 정부의 역할이 다른 만큼 사적 영역에 있는 기업의 활동 영역도 다르게 됩니다.
시장은 금세 시장을 알아본다.
처음에는 사회공헌활동으로 시작했던 많은 사업들이 미국에선 수익을 낳는 사업으로까지 성장하고 있다.
사회사업으로 영리를 보는 건 악덕 사기, 착취가 아니냐고? 그것이 사채업자의 돈을 써야 하는 사람에게 그보다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해주고 강도가 출몰하는 빈민가의 아파트에 방범을 세우고 다 쓰러져가는 공장 건물을 학교 건물로 재투자하는 일이라면 어떠한가? 그렇게 번 돈이 다시 더 가난한 사람에게 대출되고 더 위험한 지역의 보안을 강화하고 더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는 데 쓰인다면? 액시온인터내셔널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사회적 기업 보스턴에 자리 잡은 액시온인터내셔널(Accion International)은 1961년 조성되어 73년 처음으로 저소득층에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사업을 해주기 시작한 비영리 민간기구다.
액시온은 미국 30개주뿐 아니라 중남미, 아프리카와 인도, 중동 등 18개국에 ‘진출’해 있는데, 액시온인터내셔널은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26개 협력업체(Partner)와 함께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액시온인터내셔널의 수입 비중이 눈길을 끈다.
두 번째로 큰 항목이 협약 및 교육비 수입이다.
2003년 1151만달러의 수입 중 가장 큰 항목은 물론 개인 기부로 50%를 차지했고 협약 및 교육비는 25%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공공기관의 기부가 18% , 투자와 기타 수수료 수입이 7%를 구성했다.
로빈 래프클리프 액시온인터내셔널 부사장은 “수수료 수입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한다.
마이크로파이낸스가 저개발국, 개발도상국에서 성장세를 보이면서 관련 사업을 하려는 비영리·영리기관의 교육 요청이나 협력 요청이 늘고 있는 덕택이다.
“전체적인 재정은 개인 기부에 주로 의존합니다.
정부 보조 비중은 줄이려고 하고 있어요. 요즘엔 터키에서 추진하는 것처럼 지역 은행에 마이크로파이낸스 사업 컨설팅을 해주면서 매출을 올리려고 합니다.
” 소기업가(Microentrepreneur)를 위한 훈련 프로그램인 ‘경영의 ABC’(ABC of Business)도 인기가 높다.
라이센싱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지역의 교육기관이나 학교나 상공회의소와 액시온이 라이센싱 계약을 맺고 고객들을 교육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교사는 풀타임 정규직으로 지역 거주민들 중에서 채용된다.
액시온의 역할은 이들을 교육시키고 소기업가들에게 지식을 현장에 적용하게 이끌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강의는 주로 유료이지만, 지역 실정에 맞춰 싼값에 제공된단다.
소정의 교육비를 지출하는 과정을 통해 빈민들은 자신을 기부나 원조의 대상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 예비 사업가로 여기게 되고 좀 더 좋은 교육의 질을 요구할 권리를 인식하게 된다.
단, 정부 보조로 받는 자금은 주로 새로운 상품, 매우 가난한 나라의 프로젝트나 혁신과정에서 대개 비영리 목적으로 쓰인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에서 액시온은 세계은행(WB)의 돈을 받아 노점상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지역에서 액시온은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비영리 기부와 상업적 투자를 병행해 진행한다.
그는 “나이지리아는 아주 위험한 지역”이라며 “안전 문제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운영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완전한 영리사업을 펼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영리사업을 통해 액시온이 떼돈을 버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사업의 지속성, 외부 기관 의존성은 크게 줄일 수 있다.
액시온인터내셔널은 2003년 1184만달러를 지출했다.
수입보다 32만달러 정도 더 쓴 셈이다.
항목을 보면 국제 소사업가 지원사업이 38%, 미국 내 소사업가 지원사업이 19%로, 가장 많은 돈이 들었다.
관리경영비(14%), 금융비용(11%), 모금(9%)에도 상당한 비용이 쓰였다.
액시온의 원금 상환율이 97~98%로, 한국의 신용협동조합이나 새마을금고보다 높은데도 그렇다.
액시온의 재무만 보자면 빈민을 대상으로 한 사업은 거래비용이 많이 들어 수익성이 낮다는 비즈니스계의 통념을 깨긴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래드클리프 부사장은 “마이크로파이낸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영리사업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가난한 사람들을 금융 서비스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세계의 매우 큰 부분이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돼 있어요. 그리고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사회에, 시장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그라민은행은 ‘신용이 인권’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달라요. 우리는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이 인권’이라고 말합니다.
” 액시온과 마이크로파이낸스의 정체성에 대해 래드클리프 부사장과 짧게 묻고 답했다.
마이크로파이낸스의 역할은? “남미의 저소득층은 보통 사채업자 외에는 금융 서비스 접근권이 없다.
남미의 이율을 보자. 사채업자들은 일 5%의 이자를 받는다.
예를 들어 집에서 바느질해서 돈을 버는 여자가 재봉틀을 사기 위해서 돈을 받으면, 추가 이익이 모두 사채업자에게 가게 된다.
우리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이율은 월 3% 수준이다.
마이크로파이낸스의 이자율은 시장 이율이어야 한다.
사람들에게 시장원리를 가르쳐주는 게 마이크로파이낸스의 핵심이다.
돈을 빌리면 제대로 이자를 내고 갚아야 한다는 걸 몸소 체험하게 해줘야 한다.
시장을 믿는가? “물론이다.
남미의 경우, 우리 때문에 마이크로크레디트 비즈니스가 생겼다.
경쟁도 생겼다.
예를 들어 콜롬비아의 인디언 원주민은 92년 이전에는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가 방카솔(BancoSol)과 함께 진출한 뒤 현지 은행에서 인디언 여성들을 대상으로 소비자조사 방법 중 하나인 포커스그룹 인터뷰(FGI)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미개한 원주민에서 가치로운 고객으로 그들의 신분이 상승한 것이다.
이게 우리가 만드는 진정한 사회적 변화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시스템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액시온은 금융기관인가? “액시온의 지역협력기관은 75%가 제도권 은행이다.
스스로 수익을 낸다.
콜롬비아의 방코솔(BancoSol) 같은 곳이 대표적인데 이곳은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파이낸스 전문으로 설립된 금융기관이다.
액시온은 시민단체인가, 기업인가? “우리는 사회적 기업이다.
” 정부나 기업이 해주지 못하는 공공적 영역의 일을 하고, 고용 또한 안정적으로 창출하는 곳, 그것을 통해 창출된 이윤을 다시 원래 임무에 쓰는 곳. 그의 말마따나 그것이 사회적 기업이라면 미국에서 사회적 기업은 시장이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유럽에서 정부가 했던 일을 미국은 시장이 하고 있다.
[신불자에게도 도움의 손길] 한인이 많은 지역의 한 미국 은행을 방문했을 때, 그들은 취재기자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한국에서 신용카드가 어떻게 결재됩니까? 왜 그렇게 신용카드 연체가 많이 일어나나요?”, “마이너스통장이란 게 뭡니까?”, “한국에선 신용 측정, 평가를 어떻게 하죠? 신용불량자로 분류됐다고 왜 자살을 하죠?” 알고 보니 한국과 미국은 신용 측정, 평가의 기반부터 달랐다. 한국에서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보통 소득증명과 담보, 보증을 요구받는다. 미국에선 이와 함께 장기 할부 원리금 상환기록을 신용의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넣는다. 미국의 신용카드의 개념도 한국과 약간 다르다. 한국에서 흔히 쓰는 신용카드는 미국에서는 차변카드(Debit Card)라고 불린다. 차변카드는 그 달 쓴 신용카드 대금을 그 다음달 말에 다 갚아야 한다. 그래서 이 카드는 은행 잔고가 많은 자산가나 법인이 많이 쓴다. 미국에서 신용카드(Credit Card)라고 불리는 카드는 우리로 치면 리볼빙카드에 해당된다. 한도 내에서 신용을 사용하고 원금에 대한 이자와 수수료만 계속 갚으면 원금은 몇 년 뒤에 갚아도 연체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처음 신용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받는 게 한국보다 어렵다. 미국 이민자의 경우 가지고 간 자산이 많거나 소득이 많더라도 자동차, 모기지론 등 할부금이나 원리금을 상당 기간 불입한 기록이 없을 땐 신용대출이나 신용카드를 받으려도 해도 어려움을 겪는 수가 많다. 반면 멀쩡히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신용불량’ 낙인이 찍혀 하루 아침에 모든 금융기관에서 ‘왕따’를 당하는 일도 없다. 연체기록은 신용점수를 깎아먹긴 해도 한꺼번에 무너뜨리진 못한다. 그래서 미국에선 액시온 인터내셔널 같은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이 신용이 나쁜(bad credit) 고객을 도와줄 수 있다. 신용이 나쁜 사람에게 소액의 돈을 빌려주고 그것을 잘 갚으면 대출금을 늘려주면서 그와 함께 원리금 상환의 신용을 쌓아주는 것이다. 뉴욕의 한인 동포인 여옥구(47)씨가 그렇게 시장 재진입에 성공했다. 2001년 세계무역센터 근처 번화가에 온천발마사지 전문 업체를 냈던 그의 상권은 9·11 테러로 함께 무너졌다. 한때 폐업 지경에 이르렀던 그에게 회생 기회를 준 곳은 액시온 뉴욕이었다. 액시온은 그의 사업 경험을 평가해 3만달러를 무이자로 대출해 줬다. 대출금을 착실히 갚은 기록이 신용점수로 쌓이면서 그는 여성벤처펀드, 미국 소상공인센터에서도 대출받을 수 있게 됐다. 여 사장은 "미국은 기록과 신용의 나라"라며 “요즘은 오히려 금융기관에서 먼저 찾아와 자기네 돈을 쓰라고 권유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액시온 인터내셔널의 담당자는 “미국에선 누구나 국가신용평가기관(National Credit Bureau)에 신용 보고를 하고 신용 평가보고서를 사볼 수 있지만 신용을 보고하는 데에 돈이 든다”며 “그래서 처음에는 신용 보고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정부가 여러 개 작은 대출을 합쳐서 한 건으로 리포팅할 수 있도록 혜택을 줘 우리 고객도 신용 평점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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