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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어! 빈곤층이 잠재고객이었다니
[미국]어! 빈곤층이 잠재고객이었다니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4.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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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지역재투자법이행과정서사업성눈떠…주요경영전략으로자리잡아

둥,둥,둥…
복도에드럼소리가울린다.
건물관리인은“맨날칠해도또이모양”이라며벽의낙서를손가락으로문지른다.
내부개조중인엘리베이터로올라타면서뉴욕의지역개발금융을담당하는수잔레츠키아메리카은행부사장이공사진행상황을묻는다.
위층에도착해엘리베이터문이열리자,라디오음악에맞춰붓질을하는흑인청년이보인다.
“하이!”관리인이인사하며동네청년이라고소개한다.


은행임원과건물관리인.이곳이평범한서민동네였다면아메리카은행이건물을개조해임대수익을올리려고투자했나보다하고별생각없이지나갈수있는풍경이다.
그러나이곳은뉴욕브롱스의남부지역.우리에게빈민가로유명한할렘가보다더높은범죄율로악명을떨쳤던곳이다.
시민단체디에고빅맨을통해아메리카은행이이동네38개건물을깨끗이개조하고감시모니터를설치한뒤이지역범죄율은뚝떨어졌다.
상권도점차되살아났다.
저소득층주택에대한정부의보조를받아건물임대수익도꾸준히올리게됐다.


표면적으로보면,이곳에은행돈을끌어온건미국의지역재투자법(CRA,CommunityReinvestmentActs)이다.
1977년제정된이법은은행등저축금융기관이수신을받는지역내에서일정비중의여신,투융자사업을하도록정했다.
이에따라미국내에서활동하는금융기관은자산규모에따라일정비율이상으로중간이하소득자에대한모기지대출,매출100만달러이하소기업에대한기업대출,지역개발을위한대출을해야한다.
또저소득계층이많은지역에도지점을내야하고지역개발금융을제공해야한다.
지역개발조직에기부를하고투자해야하는것도포함된다.


이미지높이고수익가져다줘

하지만아메리카은행은그다지불만스러워하는것같지않다.
아니,오히려은행발전에도움이된다고한다.
브라이언트레이시아메리카은행부사장은“지역개발투자는은행에좋은기업이미지와함께투자수익도가져다준다”고말한다.
일반금융과구분지어집계된자료는없지만지역개발금융의수익은일반금융못지않게높단다.
올해1월아메리카은행은앞으로10년간지역사회에대한투자에7500억달러를쓰겠다고밝혔다.
우리돈으로900조원에육박하는금액이다.


처음엔그저법에따라했을뿐이었던지역개발,저소득층지원사업에서미국의금융사들이사업성을찾은것은불과10여년안팎의일이다.
1990년대에만해도금융회사들의사회공헌활동은금융의사각지대로여겨지던저임금계층에대한기부나지원에머물러있었다.


94년미국의회에서보험업계에대한관심을갖자보험회사스테이트팜은시카고주택사업부와협조를통해저소득계층에게손실위험에대해조언하고주택개량을위해대출을해줬다.
96년체이스맨하탄은행(현J.P모건체이스은행)은지역재투자법에따라181억달러를주활동지역인뉴욕,뉴저지,코네티컷,텍사스주에투자하기로했다.
이런활동은기업바깔에서이루어졌다.


2000년대에와서금융사들은마이크로파이낸스를비영리,비정기적으로사내프로그램에도입하기시작했다.
사회공헌활동이기업안으로들어온것이다.
이때부터2001년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피고용인이5명이하,연간예산이3만5천달러이하인자영업자들을대상으로특별대출을실시했다.
저소득자영업자들사이에좋은평판이나돌면서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지역고객층이탄탄해지는체험을하게됐다.
체이스맨하탄은행은뉴욕의저소득지역에서현금출납기이용료를면제하는‘모험’을감행했다.
720만달러라는추가소득을포기하는결정이었다.
그러나체이스맨하탄은기업이미지에보이지않는자산을쌓을수있었다.


최근들어미국금융회사들은저소득계층에대한기부차원을넘어선윈윈(win-win)전략을추구하고있다.
기부가아니라마이크로파이낸스를영리사업으로시작한것이다.
체이스맨하탄은행은저소득계층주거지역에있는영세슈퍼마켓들을대상으로‘슈퍼마켓대출’프로그램을운영했다.
문제는이들영세슈퍼마켓의대부분이신용정보가전무했다는점.그래서체이스맨하탄은행은전담부서까지동원해최근2년여간도매업자들과함께이들의신용정보를작성했다.
또직접이들에게전문적인재무조언까지제공했다.
덕분에최근영세슈퍼마켓상인들은상당한상업적성공을거두게됐다.
해당지역의경제활동이활성화된것은물론이었다.
중요한것은이들모두체이스맨하탄은행의고객이되었다는점이다.


여기서중요한것은체이스맨하탄은행이시장성을결코포기하지않았다는점이다.
바로이점이기존의막연한기부와마이크로파이낸스를구분짓는다.
시장요인이간과된다면진정한투자전략으로서의마이크로파이낸스가이루어지기힘들다.
‘금융회사엔새로운시장의창출이라는이익을,저소득층에게는경제적자립과부의창출을.’이것이미국금융사의‘윈윈’공헌전략이다.


뉴욕·보스턴=이경숙기자nirvana@economy21.co.kr
보스턴=이제구보스턴칼리지경영학박사과정
[인터뷰/브래드 구긴스 보스턴칼리지 기업시민연구소장·교수] “지역개발은 새로운 부의 원천” 기업이 인간과 같은 법적, 경제적 지위를 얻는 데 이어 시민(corporate citizen)권까지 얻었다? 기업시민정신(corporate citizenship), 기업의 책임(corporate responsibility)을 연구하는 브래드 구긴스 보스턴칼리지 교수(경영학)는 기업들이 사회적 압력 때문이 아니라 적극적 경영 의사결정 행위의 하나로서 지역사회에 투자한다고 말한다.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어 지역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면 그만큼 수준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0월20일, 푸른 숲에 둘러싸인 기업시민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지역개발이나 마이크로크레디트에 적극적이다. 이유는? 어떤 기업들은 지역재투자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투자를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 특히 금융회사들은 이같이 잠재적 고객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JP모건은 뉴욕 지역에서 기존 경험을 살려 소액대출에 적합한 잠재적 사업자를 찾아 좋은 조건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들은 새로운 고객과 새로운 부의 원천을 만들어냈다. 지역투자의 궁극적 목적은 생활 수준의 최저점을 향상시키는 것(raise the bottom higher)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지역개발투자가 수익성도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지역사회에 투자를 하는 데에는 4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이익 창출. 이익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 회사에 돈을 맡기거나 돈을 투자한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다. 둘째, 사회간접자본(infra-structure)이나 지역사회의 기본적인 부분(fundamental)에 대한 투자. 지역사회가 발전하지 않고서는 금융회사도 발전할 수 없다. 셋째, 소매금융. 일정 지역사회에서 고객을 창출하는 결과를 낳아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은행의 명성 높이기. 은행원 등 구성원들의 자부심은 결국 경쟁 우위로 연결된다. 마이크로크레디트 같은 사업은 실패 위험이 더 크지 않나? 만일 그렇다면 결국 규모가 큰 금융회사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 소액대출이나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실패 확률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고 알고 있다. 일반적인 대출사업보다도 실패 확률이 적다. 규모가 그리 큰 걸림돌은 아니다. 시카고 남부에 설립된 사우스쇼어 은행을 비롯해 지역개발은행이나 사회적 투자를 하는 뮤추얼펀드 회사들 중엔 작지만 튼실한 회사가 많다. 저개발국가와 개발국 기업의 상황은 다를 텐데. 저개발국, 개발도상국에선 지역사회를 만들어 사회적 자본을 이루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멕시코의 시멘트제조사, 세멕스(CEMEX)는 주택 사정이 좋지 않은 지역에 무료로 집을 지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서 이미 7만가구 이상의 저소득층 가구가 혜택을 보았다. 이는 기부활동이 아니다. 그 사람들은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어서 궁극적으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이뤘다. 이와 달리 다국적 기업들은 진출국의 지역사회로부터 이런저런 압력을 받고 있다. 이전에는 진출국의 정부나 지방정부가 하던 일들을 다국적 기업들이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프록터앤갬블(Procter&Gamble)의 경우 지역사회의 인터넷을 위한 투자를 하며, 유니레버(Unilever)는 진출국 사정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여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바뀔까? “정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일단 미국 사회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 미국 사회에서 정부는 사후적으로, 수동적으로 규칙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주로 한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지역재투자법(CRA)이다. 지역재투자법은 정부나 국회가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시카고 금융기관의 대출관행에 대한 시민단체의 불만이 터진 후에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필요성이 대두돼 입법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금융시장에 올바른 규칙을 만들어 관련 산업과 전체 사회에 레버리지 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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