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6:44 (수)
[김범중의 시장 읽기]경제 환경의 기저에서 일어나는 변화
[김범중의 시장 읽기]경제 환경의 기저에서 일어나는 변화
  • 김범중/대우증권 연구위원
  • 승인 2004.11.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 환경이 기저에서부터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 세간에 돈다.
이러한 평가는 많은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투자자의 내부에 상존하는 두려움을 공략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뚜렷한 반론의 근거도 미약하다.
경제나 금융시장은 유기체라서 원래 항상 변화하고 진화한다.
그러나 요즘 시장에 두려움을 일으키는 현상들은 과거와는 양상이 다르다.
예전엔 수출 확대가 소득 증가와 함께 내수 회복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2003년부터 시작된 수출 호황기는 내수로 연결되지 못했다.
그 원인을 많은 분석가들은 가계부채의 확대와 경기 양극화, 준조세 부담의 확대에서 찾고 있다.
늘어난 소득은 부채를 갚는 데에 쓰이면서 소비는 늘어나지 않았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성장-위축의 경기 진폭이 확대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가속화됐다.
경제위기는 중산층 이하의 급속한 몰락을 가져왔고 경기 회복 기간 중 중산층의 소득 증가는 더디기만 하다.
과거 수십년간 지속된 경기 팽창 정책들이 중소기업보다는 재벌기업에 유리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고령화가 세계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빨리 진행되면서 국민연금 납부액은 늘어난다.
보험상품에 대한 관심도 많아진다.
소득이 일정할 때 연금이나 보험에 납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면 그만큼 소비여력은 감소한다.
이러한 변화들은 기간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느냐에 따른 구조적인 변화라 할 수도 있고 혹은 일시적 현상이라 할 수도 있다.
구조적인 변화로 얘기하는 사람들은 대개는 비관적 시각을 견지한다.
과거와 같은 경기 순환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소득이 늘어도 소비는 늘지 않는다.
소비세 인하 기간에는 물품의 소비가 늘어나겠지만 소비세 인하를 전후해서는 물품의 소비가 급격하게 줄기 때문이다.
그러면 기업이 국내에 투자하길 주저하게 되고 경기는 회복되는가 싶게 위축되는 악순환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러한 순환론 속에선 낙관적 경기관이 나올 수 없다.
경기가 약간의 개선 조짐을 나타내더라도 더블딥이나 트리플딥의 가능성들이 제기된다.
항구적인 소득의 개선을 소비자가 믿게 될 때 비로소 소비는 늘어난다.
브릭스(BRICs)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이 세계 시장에 등장하게 된 것도 또 하나의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엄청나게 싼 생산요소 비용으로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매우 높다.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쌀값을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25%에 미치지 못한다.
국내에 투자하기보다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중국은 저렴한 제품을 수출하고 또 투자를 흡수한다.
중국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서 국내 기업은 임금을 낮추고 때로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다.
그래서 중국은 디플레이션 수출 국가로도 불린다.
유가 등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한 것을 제외할 때 세계 각국의 물가 상승 압력은 낮아 보인다.
낮은 물가는 각 통화당국이 신축적으로 통화를 공급할 수 있게 하고 저금리 구조를 유도한다.
달러화 약세는 미국의 입장에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위한 정책이다.
세계적으로 달러화 가치의 하락은 낮은 금리를 유지하게 하고 원부자재, 자산가격을 상승시킨다.
리플레이션정책의 효과도 나타난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가 0.6% 상승했고 우리나라 중간재물가도 14% 상승했다.
물가 상승에도 여전히 각국의 통화정책은 긴축적이라 평가하기 어렵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