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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돈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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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4.1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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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하반기 내수 회복 가능성…불황에 살아남는 타깃 마케팅 비법

차(茶) 유통사업의 모든 것을 준비했다고 자부하는 김열심(35·가명)씨. 웰빙 바람도 솔솔 불어오고 차시장도 슬슬 커지고 있는 판이니 지금이야말로 사업을 시작하기에 좋은 시기가 아니겠는가. 그는 2005년 봄에 자사 브랜드 론칭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주위 조언자들의 반응이 분분하다.
“불경기에 사람들이 차에 돈을 쓸까? 좀 더 기다려보지 그래?”, “타깃 고객이 20∼30대라며? 그런데 10만원대 고급차 제품이 잘 팔리겠어? 그건 40∼50대를 타깃으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40∼50대는 트렌디한 상품에 거부감이 강하다고. 20대가 사면 40대 시장도 움직일 거야.” 머리가 복잡해진 김씨는 다시 시장조사를 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온갖 미디어에서 들려오는 경기 전망, 산업 분석은 중소기업가, 예비 사업가들을 혼돈스럽게만 만든다.
어떤 기관은 “내수가 2005년 경제 성장 동력”이라고 말하고, 다른 기관은 “물가가 떨어져도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 않고 경제활력이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우려가 높다”고 말한다.


“내수가 성장 동력” vs “디플레이션 우려”

상반기 중으로 내수경기가 살아나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의 근거를 들어보자. 이들은 줄어드는 가계 부채와 떨어진 환율, 안정 기미가 보이는 물가를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한다.
고유선 동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004년 내수경기를 발목 잡았던 가계 부채 문제가 2005년엔 경기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월 평균 350만원 소득 가구의 경우 5월이면 부채 부담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그 이상의 고소득층에서 부채 문제는 더 이상 소비를 막는 요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2004년 하반기에 소비를 위축시켰던 고유가, 고물가, 수출 둔화 같은 것은 일시적인 경기 악화 요인이라 2002년의 가계 부채 증가만큼 두려워할 만한 요인은 아니다.
김승현 신영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시장이 더 악화돼 가계가 새롭게 부채 조정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므로 점진적으로 소비 회복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히려 환율 하락은 내수 산업을 촉진하고 자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2005년 경제전망 보고서는 “원화 강세기에 서비스업이 생산성을 높이면 한국 경제는 내수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면서 수출 경기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안정적 경제구조를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내다본다.




‘2005년이 진짜 경기 바닥’이라고 보는 쪽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그리 일시적이지 않다고 우려한다.
고령화, 저출산, 중국의 부상, 제조업 일자리 감소 같은 변화는 구조적인 것이다.
이강혁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사람들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저마다 노후자금 저축을 늘리고 있는데 소득은 줄어들고 있다”며 “국내 시장을 보려면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 심리를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상반기에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위험도 높다고 경고한다.
원화 절상으로 수출 감소폭이 커지고 내수 침체의 골마저 깊어지면 자산 가격 하락이 일어날 수도 있다.
삼성증권은 “정부의 기업 접대비와 풍속산업 규제, 교육방송 강화 등 제도 변화가 서비스업 부진을 장기화시키고 주택 가격 하락과 보유세 인상이 고소득층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면 내수 회복이 더뎌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서비스업 부진의 여파는 크다.
국내총생산에서 서비스업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8%로 제조업의 2배가 넘고, 고용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4%로 제조업의 3배에 달한다.
서비스업이 부진하면 고용사정이 나빠져 소비 지출을 위축시키고, 이것이 서비스업 경기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서비스업 부진으로 내수 회복 시기가 계속 미뤄질 땐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밖엔 희망을 걸 곳이 없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의 전망을 모으면 대체로 2005년 하반기부터는 내수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으로 많다.
동원증권과 신영증권은 2분기부터,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하반기부터 경기가 다시 뜰 것이라고 봤다.
증권사, 경제연구소들의 컨센서스는 2004년에 0.4% 증가에 그쳤던 가계 소비가 2005년에는 2.5% 정도 성장하고, 2004년에 3.8% 올랐던 소비자물가는 2005년엔 3.5%만 오른다는 것이다.
경기는 1분기 내지 2분기에 바닥을 찍고 2분기 내지 3분기에는 다시 회복세를 탈 가능성이 높단다.
한마디로, 2004년보다는 2005년이 낫고,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좋다는 얘기다.


시장을 여는 건 경기가 아니라 경쟁력

그렇다고 하반기에 내수가 살아날 때까지 손가락 빨며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사람들이 살아 움직이는 한 어디서든 시장은 만들어지고 돈은 돌아간다.
경기 침체기에도 돈을 쓰게 만드는 욕구, 돈을 쓰는 고객을 찾으면 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타깃을 세대별로 구분하는 것보다는 욕구나 스타일별로 분류하는 것이, 또 전체 경기를 보는 것보다는 자사 상품의 경기만 보는 것이 시장 개발에 유용하다는 것이다.
오세성 한국방송광고공사 광고연구소 연구위원은 “같은 연령대에도 여러 가지 욕구, 라이프 스타일이 공존한다”며 “타깃 고객이 누구인지 정의할 땐 연령대보다는 같은 성향별로 접근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흔히 불황기 마케팅 전략으로 꼽히는 ‘귀족 마케팅’의 타깃 고객을 보더라도 50대 자영업자에서부터 30대 전문직 남성, 10대 강남 여고생까지 연령대와 직업군이 다양하다.




산업화, 정보화 이후 경기 순환의 명암은 산업별, 제품별, 서비스별로 엇갈려 나타난다.
반도체 경기가 좋을 때 디스플레이시장은 하강한다든가, 미디어 경기가 바닥일 때 어떤 미디어기업의 매출은 수직 상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장택균 중소기업경영전략연구원장은 “불경기에도 팔리는 제품이 있고 경기 호황기에도 소멸하는 시장이 있다”며 “기업 실적을 좌우하는 건 전체 경기 상황이 아니라 자사 제품의 시장 경기와 타사 제품에 대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상품이 모인 시장은 한꺼번에 움직이지 않는다.
이 속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 눈 밝은 기업인은 경기 순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시장을 개발한다.


중소기업을 위한
시장 뚫기 4단계 전략
1. 공략할 시장을 쪼갠다.
수요자층은 싫증을 잘 내고, 공급되는 상품의 종류는 많다.
이런 상황에선 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시장 트렌트를 읽고 타깃을 세분화해 공략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참고자료: 삼성경제연구소 www.seri.org의 트렌드 보고서, LG경제연구원 www.lgeri.com의 마케팅 전략 보고서 2. 고객의 성향, 소비행태를 살핀다.
자사가 공략할 타깃 고객이 어떤 고객이며 어떤 욕구를 가졌는지 분석해 상품을 개발한다.
타깃 고객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나 웹사이트에서 그들의 행태를 직접 관찰하는 것이 좋다.
참고자료: 한국방송광고공사 www.kobaco.co.kr의 소비자행태조사, 제일기획 www.cheil.com의 마케팅 리포트 3. 제품 순환 사이클과 시장 경기를 본다.
자사 제품이 속한 시장의 경기와 산업의 성장성을 본다.
전체 국가경제 성장률보다는 산업별 성장률, 전체 경기의 순환보다는 제품 교체 사이클 등 산업경기 순환이 기업 매출에 주는 영향이 더 크다.
제품별 시장 분석에 별도의 자료가 필요할 땐 마케팅정보회사에 의뢰하자. 참고자료 : 각 경제연구소와 증권사의 산업 분석 보고서 4. 경쟁 업체, 경쟁 상품과 장단점을 비교한다.
자사 제품과 경쟁 제품의 원가, 기술력, 정체성 등 경쟁력을 비교해 장단점을 가늠해 본다.
제품 론칭은 승산이 확실히 있다고 판단될 때 들어간다.
도움말-장택균 중소기업경영전략연구원장, 오세성 한국방송광고공사 광고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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