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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모방 “해도 너무해”
중국 자동차 모방 “해도 너무해”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5.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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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마티즈베낀체리자동차제소…부품호환가능,“유례없는일”

중국자동차회사들의브레이크없는모방행렬이철퇴를맞을까?최근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GM대우)가마티즈지적재산권을침해당했다며중국체리자동차를상대로불공정경쟁방지법소송을제기한것을계기로이문제가새롭게관심을끌고있다.
GM대우는체리사가보유하고있는관련디자인특허들에대한무효신청서도관련당국에제출했다.
더이상체리사의마티즈모방을두고보지못하겠다며장고끝에내린결정이다

GM대우가체리사를상대로소송을제기하기까지는사실적잖은시간이걸렸다.
그전까지만해도GM대우가중국시장에마티즈를선보이지않았기에체리사의유사모델인QQ의존재에대해서는별다른신경을쓰지않고있던터였다.
그러다GM대우는2003년4월상하이모터쇼를통해QQ의존재에대해공식적으로알게됐다.


외국기업들,번번이패소

하지만그렇다고GM대우가당장소송을걸수는없는노릇이었다.
중국업체들의무분별한모방움직임에대해중국법원이우호적인태도를보인다는사실이가장큰걸림돌이었다.
실제로중국자동차회사를상대로소송을걸었던다른외국자동차사들은번번이패소하곤했다.


실제로혼다,도요타,폭스바겐등글로벌메이커들은중국자동차회사를대상으로상표나디자인관련지적재산권침해소송을제기했지만승소를한경우는한건도없었다.
중국의길리자동차를상대로상표권침해소송을냈던도요타는2003년11월패소했다.
당시베이징소재법원은판결문에서길리의상표는소비자입장에서도요타상표와구분가능하다며길리자동차의손을들어줬다.
이후중국법원의판결은로고도용혐의를주장하며길리차를상대로170만달러의손해배상소송을제기한도요타뿐만아니라다른자동차메이커들에게도적잖은충격을줬다.


이뿐이아니다.
중국의국영기업에소송을제기할경우,마치중국정부를상대로소송을거는것으로비쳐져불이익을당할지모른다는우려감도있었다.
자칫패소라도할경우그파급효과는커다란부담으로다가올수있다.
체리사가상하이소재국영기업으로정부의손길이미치고있어,이러한소송에서승소한다는것이쉽지않은데다설사법원이GM대우의손을들어준다하더라도마땅히조치를취할수없다는한계도있었다.
따라서소송이늦춰지는것은당연한노릇인셈.실제로2003년이미QQ의존재를인지하고도그간특별한조치를취하지않은것에대해랍레겟GM아태지역홍보&대외협력본부장은“QQ와마티즈가어느정도유사한지를결정하기위한광범위한분석이필요했다”고밝혔다.
그만큼GM대우로서는중국자동차메이커와의소송에조심스럽게대처했음을알수있다.


우선GM대우는중국정부의도움으로모방관련문제를해결하기위해증거를확보하는한편,체리사와의조정을통해문제를조용히해결하려했다.
수집한자료들을중국정부와체리사에보내체리사를협상테이블로끌어내려하기도했다.


하지만GM대우가불법복제에대한증거를제시했는데도체리사가전혀반응을보이지않을뿐만아니라오히려말레이시아등지로수출을서두르자GM대우는더이상기다릴수없다고판단해소송을제기하게됐다.
랍레겟본부장은“QQ문제와관련해중국정부를통한접촉을시도했지만아무런반응을보이지않았다”고말했다.
김성수GM대우부장도“그동안중국법에호소한적이없었다”며“중국정부역시체리사가아무반응이없자법적과정을거치라고했다”고털어놨다.
결국전면전으로치달을수밖에없는상황까지갔다는얘기다.


마티즈의중국내판매실적을살펴보면,체리사의움직임이GM대우에미치는영향을간접적으로나마알수있다.
GM대우는지난2003년6월처음마티즈현지조립생산을시작한이래1만2천대정도를판매하는데그쳤다.
반면체리사의QQ는마티즈보다6개월정도먼저출시돼6만~7만대정도가팔려나갔다.
동일한디자인의‘짝퉁’인데다가격도마티즈보다미화로1천달러이상저렴하기때문에마티즈와의경쟁에서앞설수밖에없다.
때문에GM대우입장에서는QQ의매출이마티즈매출에직접적인영향을미쳤다고주장하는것이당연한노릇이다.
게다가체리사가QQ를동남아등지에본격적으로수출할경우GM대우의입지는그만큼좁아질수있다는점도GM대우를긴장하게만드는요인이다.


이번소송에서GM대우가체리사를상대로얼마만큼의보상액을요구했는지는아직알려지지않았다.
다만랍레겟본부장은“디자인과엔지니어링에수억달러의투자비가들어갔다”며“기술가치에대한충분한보상을요구할것”이라고말했다.


QQ가디자인뿐만아니라부품을호환할수있는것으로알려지면서사태의심각성은더욱심해졌다.
랍레겟본부장은“강력한증거가없었다면이런소송을제기하지도않았다”며“자동차내외부장치들가운데상당수가마티즈와호환이가능하다”고설명했다.
덧붙여그는“전세계자동차시장에서경쟁사의모델을이처럼유사하게모방한회사는없었다”고강조했다.


입증쉽지않아힘겨운싸움될듯

그럼에도GM대우의노력에도불구하고체리사를상대로한소송은힘겨운싸움이될것으로보인다.
전세계적으로자동차디자인에대한모방이성행하고있지만실제로그지적재산권은명목상으로만보호를받고있을뿐실제로법정에서인정받은경우는거의없는게현실이다.
또한스케치단계에서양산까지보통3~4년이걸리는자동차업계특성상법원조차누가누구를모방했는지를쉽게구별할수없다는점도논란거리다.


이제GM대우와체리사는마티즈모델의모방문제를둘러싸고법정에서게됐다.
그동안중국자동차회사들의모방으로피해를본도요타,닛산,혼다,폭스바겐등도이번소송결과에주목하고있다.
2년동안체리사와의소송을착실하게준비해온GM대우가어떤성과를거둘지관심거리다.

국내 자동차도 모방 의혹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도 디자인 모방 논쟁은 낯설지 않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의 야심작 NF쏘나타가 출시되자마자 “벤치마킹이냐? 모방이냐?”를 둘러싼 논쟁이 한차례 불붙은 바 있다.
아우디 A6와 혼다 어코드를 섞어놓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여기저기서 돌아다니기도 했다.
기아차가 내놓은 스포티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혼다의 SUV인 CR-V와 닮았다는 얘기들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세단 디자인은 과거와 달리 트렌드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각의 자동차들이 주는 느낌이 서로 비슷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디자이너들을 각종 모터쇼에 보내 세계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을 쫓아갈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힘쓰고 있음을 강조하며 “벤치마킹을 통해 경쟁사들의 차종을 분석하기 때문에 비슷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디자인 개발 시작 단계부터 세계적인 명차들을 벤치마킹하는 탓에 ‘모방’의 유혹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자동차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외제차에 대한 부분적인 모방은 으레 있는 일이라는 얘기도 떠돈다.
설령, 있는 그대로 모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영감을 얻어오다 보면 자칫 결과적으로 비슷한 모델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30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기아차 오피러스의 경우, 출시를 앞두고 자동차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재규어 S타입과 그릴이 너무 흡사해 “모델을 좀 더 바꿔야 하지 않느냐”라는 지적이 나왔다는 뒷얘기도 들린다.
기아차의 쏘렌토 역시 도요타 RX300과 흡사해 일각에서는 “렉서스를 살 능력이 없으면 쏘렌토를 사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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