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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움직일 큰 손 연기금을 따르라!
증시 움직일 큰 손 연기금을 따르라!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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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관리법개정,40여연기금투자채비…수급개선효과로장기상승랠리기대

“앞으로5년동안53조원의연기금자금이증시에유입된다.
”1월4일,장영우UBS증권서울지점대표의발언은새해증시에장밋빛기대를한껏높였다.
현재국민연금과기금,퇴직연금의총자산은230조원에달하는데주식투자규모는15조원(6.5%)에불과하기때문에이들이주식투자비중을15%까지늘린다면5년후불어날총자산450조원중53조원이증시에추가유입될수있다는내용이었다.


53조원.2004년말기준으로증권거래소와코스닥시장의시가총액이442조원이니,전체주식시장의12%에달하는금액이다.
지난해상반기까지시장상승을이끈외국인투자자가98년부터2004년까지누적순매수한금액은400억달러,현재환율로42조원정도된다.
53조원이면98년이후의장기상승랠리를다시한번일으킬만한돈이다.


제도변화가올해시장상승이끌기엔역부족

새해새벽,연기금주식투자허용을골자로하는기금관리기본법과기업퇴직금의연금화방안을담은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국회본회의를전격통과했다.
이로써기금의주식투자제한이풀렸다.
또미국증시의장기활황을연퇴직연금제도‘401K’와비슷한한국형기업연금제도가연말부터시행된다.


일부투자전략가들은연기금의주식투자증가와기업연금도입이국내주식시장에주식수요를크게일으킬것이라며개미투자자들에게희망을불어넣는다.
올해부터국내기관투자가느니까주식투자를시작하라고부추긴다.
주가는,사겠다는쪽은많고팔겠다는쪽은적을때오른다.
장영우대표의말대로전체연기금이주식투자를하게되고,이들이전체자산의15%까지늘린다면시장에이만한호재는없다.
과연그럴까?

그러나기금관리기본법개정이후실제로주식투자제한이풀린기금은전체57개기금중40개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등3대연기금은이미주식투자를하고있었다.
이들3개연기금은전체기금자산의60%를차지한다.
이들을뺀54개기금중공공자금관리기금,대외경제협력기금,외국환평형기금등14개기금은앞으로도주식투자에제한을받는다.
따라서새로주식투자를할수있게된기금은신용보증기금,수출보험기금등40개다.


이40개기금도주식투자를확정한것은아니다.
기획예산처금융기금과의한직원은“주식투자제한이없어졌다고주식투자를반드시할필요는없다”고말했다.


일단기금관리기본법에주식투자제한조항이없어졌다고해도하위법의제한을받을수가있다.
신용보증기금이한예다.
현재안전한국고채위주로운용되는신용보증기금은신용보증기금법에따라재정경제부장관의승인을받아야주식투자를할수있다.


또군인연금기금처럼여유자금이5천억원이하인기금은기획예산처가운영하는연기금투자풀에돈을맡기고있으므로이번법개정의영향을거의받지않는다.
이미수익증권에투자하고있는고용보험기금같은곳들도사정은마찬가지다.


따라서이번법,제도변화가당장올해증시에미칠여파는기대처럼크지않을가능성이높다.
1월7일국민연금관리공단과보건복지부가발표한2005년자산운용계획에따르면국민연금은올해주식시장에서4조7천억원의주식을사들이도록되어있다.
순증규모는1조원이다.
사학연금과공무원연금도올해주식투자를늘릴계획이긴하나늘어나는금액은800억~1400억원수준이다.
사학연금은직접투자금액을1300억원에서2600억~2700억원으로,공무원연금은2600억원에서3400억원수준으로늘릴것이라고밝혔다.


기획예산처의2005년기금운용계획안에서올해주식투자자금은5조5천억원으로,지난해보다8천억원정도늘어난규모라고밝힌다.
물론기금관리기본법개정이후각기금들이새로주식투자를시작하거나늘리면투자규모는더늘어날가능성도있다.
기획예산처는각기금의운용담당자들을대상으로주식투자계획을조사해1월말발표할예정이다.
그렇다해도올해기금에서늘어나는주식투자자금은1조~2조원안팎일것으로보인다.


기업연금제도입의효과가나타나는데에도시간이걸린다.
홍기석삼성증권증권조사팀장은“미국의기업연금인401K가도입돼증시에영향을미치기까지10여년이걸렸다”며“한국증시에서도즉각적인효과를기대하기는어려울것”이라고내다봤다.
또연기금의주식투자확대전망에대해서도“국내연기금도시장을보고투자비중을결정한다”며“기업실적이꾸준히증가하고일반투자자들사이에장기투자마인드가확산돼시장폭락의우려가낮아져야주식투자비중을적극적으로늘릴수있을것”이라고지적했다.


고광수증권연구원연구위원은“퇴직금제도가자발적으로운영되는미국과달리한국은강제성이높아기업연금도입효과가미국보다빨리나타날가능성이높다”고지적했다.
그러나고위원도“기업과직원들이기업연금제가더유리하다고인정하고실제로돈을옮겨오려면주식투자자보호,장기투자등투자문화의기반이먼저형성되어야할것”이라고말했다.


“올해보다내년,내후년이더좋다”

제도변화나법개정보다는우리의인구구조와저금리시장구조가가져오는영향력이더크다.
기금자산의60%를차지하는3대큰손은물가상승률이상수익률을유지하려면앞으로주식투자를늘릴수밖에없다.


3대큰손들은모두주식투자비중을전체자산의10%이상으로끌어올리겠다는계획을세우고있다.
지난해12월말국민연금의중장기기금운용마스터플랜기획단은2009년까지국내주식투자를10.7%까지,해외투자를11.7%까지늘려야목표수익률6%를올릴수있다고밝혔다.


사학연금은전체운용자산의10%를,공무원연금은12%를주식으로운용할계획이다.
이세우사학연금주식운용팀장은“채권투자만으로는수익률제고가어렵기때문에올해부터는안정적배당이가능한종목을중심으로주식투자규모를확대해나갈계획”이라고밝혔다.


이들중주식투자확대의영향력이가장막강할것으로기대되는기금은뭐니뭐니해도국민연금기금이다.
국민연금기금은이미국내주식의2.3%(시가총액기준)를가지고있다.
만약마스터플랜기획단의방안대로자산배분안이바뀐다면국민연금은2009년까지한해에2조5천억원에서3조원정도의주식을더사들여야한다.
한성윤국민연금연구센터기금정책팀장은“주식투자비중을10%이상으로올리려면5년동안20조원상당의주식을늘려야한다”며“연구자들은주가상승으로자연증가하는부분을빼고한해에약2조5천억원에서3조원정도매수해야할것으로추산한다”고말했다.


그러나이것은아직마스터플랜기획단의견해일뿐,이방안이실제적용되려면3월에열릴기금운용위원회의승인을받아야한다.
국민연금의주식투자비중확대에대해선기금안팎에서찬반이치열하게엇갈리는상황이라결론이쉽게나오긴힘들것으로보인다.


주식비중확대에찬성하는쪽에선“환헤지상대가없어해외투자를크게늘리기어려운상황에서6%대의목표수익률을올리려면주식투자를늘려야한다”고주장한다.
반면우려하는쪽에선“2030년이후인구고령화로국민연금이주식을순매도하기시작할때그막대한양의주식을누가사줄수있겠냐”며“주식을사줄상대가없으면주가는폭락하게되고국민연금의자산가치도아울러급감하게된다”고반박한다.
양쪽의팽팽한견해차이가어느수준에서의견을모을지는예상하기어렵다.


이미국민연금의주식투자비중은국내기관투자가중최고수준이다.
국민연금은지난해6월기준으로국내채권에전체자산의81%인100조원을,국내주식에는7.9%인9조7천억원을투자해놨다.
해외주식과채권투자금은2조5천억원으로아직2.1%에머물러있다.
온기선국민연금기금투자전략팀장은“국민연금의주식투자비중은8~9%를오간다”며“은행,보험등국내기관투자가를통틀어이만큼주식에투자하는주체가없다”고말한다.


설사주식투자비중확대방안이통과되지않는다해도국민연금을비롯한각종기관투자가들의주식투자규모는늘어날수밖에없다.
베이비부머들의노후자금적립규모가본격적으로늘어나기시작했기때문이다.
현재123조원인국민연금의자산은2009년에300조원으로증가한다.
지금처럼8%대주식투자비중을유지한다고해도국민연금은앞으로5년동안14조원어치주식을늘려야한다.


마찬가지 이유로 변액보험, 적립식 펀드 등 노후 대비용 장기 상품에서도 주식투자자금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핵가족화로 자식들에게 자신의 노후를 의지하기 부담스러워지자, 한창 일할 나이에 미리미리 노후자금을 마련해 두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 붐도 장기 상승 기반 닦아놔 55년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한국의 베이비 붐은 증시의 장기 상승 기반을 만들어놨다.
46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베이비 붐이 85년부터 15년 정도 미국 증시의 장기 상승장을 이끌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상승세에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이 공적연금, 기업연금 등 각종 연기금들이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전례를 보건대 한국 증시의 수급 여건은 올해보다 내년, 내후년이 더 좋다.
연기금 자산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2015년까지, 이런 호재는 이어질 것이다.
한국 증시의 장기 투자 전성시대, 연기금 붐의 예고편은 벌써 상영을 시작했다.
집단소송제 도입으로 투자자의 안전판은 마련됐고 적립식 펀드의 유행은 개미 투자자의 마인드 변화를 암시한다.
종합주가지수의 바닥권은 98년 280에서 지난해 710대로 높아졌고 기업의 순이익은 12월 결산법인 기준으로 지난해에 2배로 늘어났다.
주식투자에 애국의 길도 있다.
증권거래소의 43%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빠져나가는 배당금만 지난해에 47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와중에 연기금 투자 붐이 점화되고 있다.
지금 국내 투자자가 슬슬 주식투자 비중을 높여두면 장기적으로 돈도 벌고 국내 부의 해외 유출도 막을 수 있다.
파란 눈의 제프리 존스까지 TV에 나와 말하지 않는가. “주식으로 저축하세요.” 주식투자로 쪽박 차지 않는 법, 예금처럼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법은 투자 베테랑이자 국내 큰손인 연기금들에게서 배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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