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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 실적에도 주인 없는 신세... 진로 비하인드 스토리
사상 최고 실적에도 주인 없는 신세... 진로 비하인드 스토리
  • 김연기 기자
  • 승인 2005.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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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잘못됐나,의혹쟁점별진단

진로의최대채권자인골드만삭스가법원에진로의회사정리절차(법정관리)개시신청을제출하기한달전인2003년3월8일낮12시30분.경기도용인에있는레이크사이드골프장에서는한골프모임이열리고있었다.
이모임에참석한인사들은당시서울지법파산부의변동걸부장판사,골드만삭스소송대리를맡았던김&장법률사무소의김학대변호사,강영수롯데변리사,문상목전진로사장이다.
그로부터20여일후인4월3일골드만삭스는진로에대한법정관리개시신청을냈으며5월15일서울지법파산부는골드만삭스의신청을받아들여법정관리개시를결정했다.


이판결은80년진로역사에있어한획을긋는사건으로이후진로는장진호전회장을비롯해그누구도예상하지못했던방향으로흘러가게된다.
우선진로창업주인고장학엽회장의아들로지난1988년부터진로를이끌어온장전회장의경영권이박탈됐다.
2004년4월23일법원으로부터진로법정관리가최종인가됨에따라정리계획안에의거해장전회장과특수관계인이보유하고있던지분12.44%는전량휴짓조각이돼버렸다.
진로가창업주인장씨일가의손에서완전히떨어져나가는순간이었다.


쟁점1.법정관리는불가피한선택이었나

진로역사를한순간에뒤바꿔놓은골드만삭스의법정관리개시신청을놓고장전회장측과골드만삭스그리고진로노조는여전히첨예한대립각을세우고있다.
먼저당시법정관리개시신청이적법한절차에의해이뤄졌느냐에대한부분을살펴보자.진로는97년부도이후그해9월법원에화의를신청해98년3월화의승인을받았다.
당시화의조건에따르면화의개시이후2년간은채무원금과이자에대한상환이유예됐으며화의3년째부터5년째까지는이자만상환하고그이후5년간은원금과이자를동시에상환토록돼있다.


화의개시이후진로는98년10월내놓은‘참眞이슬露’의인기에힘입어점차회생의발판을마련하는듯했다.
장전회장도회사살리기에온힘을쏟아부었다.
98년화의인가후2002년까지진로는화의인가당시추정한영업이익을초과달성했다.
이기간채권단에지불해야할이자도꼬박꼬박갚아나갔다.
진로관계자는“화의인가후화의조건에따라2002년12월31일까지약1조원에달하는채무이자를변제했다”고밝혔다.


이같은순항에제동이걸린건2003년에접어들면서였다.
화의조건에따라이때부터이자와함께원금도상환해야했다.
그러나진로는그럴만한능력을갖추지못했다.
물론진로에서도일찍이예견한일이었다.
장전회장측은이를대비하기위해화의개시전인97년부터외자유치를추진해왔다.
화의개시후5년간은회사가벌어들이는영업이익만으로도이자상환이가능했으나이자와함께원금도갚아야하는2003년부터는영업이익만으로사실상빚을갚아나갈수없었기때문이었다.
훗날장전회장측에서‘진로사태의발단’으로지목한골드만삭스를처음만난것도97년당시회생을위한외자유치추진과정에서였다.


장전회장측은외자유치를위한자문을구하고자해외유수의컨설팅업체를찾아나섰다.
이과정에서만난게바로골드만삭스.이때가97년11월무렵이었다.
당시골드만삭스와의만남이장전회장측의경영권박탈에직접적이유로작용할것이라생각했던이는아무도없었다.
하지만그날골드만삭스와의만남은장전회장측에있어두고두고후회할일이되고말았다.


2003년3월장전회장측은채무상환을위한외자유치를추진중에있으니원금상환을6개월간연장해줄것을채권단에요구했다.
2001년부터진로는일본소주사업및생수사업을매각하기위해일부투자자들과협상을이어오며양해각서를체결하는단계까지이르렀다.
그러나2003년5월법원으로부터파산선고를받게됨에따라외자유치를위한양해각서는물건너갔다.
장전회장측이아쉬워하는것도바로이대목이다.
당시최대채권자인골드만삭스가법원에법정관리개시신청을하지않았다면계열사매각에따른자금유입과폭발적으로늘어나고있던영업이익으로화의조건을충분히이행할수있었을것이라는게장전회장측의주장이다.


하지만골드만삭스는냉혹하면서도치밀했다.
2003년3월31일진로가더이상원금을갚을수없다며채무불이행을선언하자그로부터일주일도채지나지않은4월3일법원에법정관리개시신청을냈다.
97년11월외자유치컨설팅을위해처음진로와얼굴을마주한이후5년만에‘고객’의경영권을무력화시킨셈이다.


장전회장측은그대로물러서지않았다.
외자유치무산에대한책임이골드만삭스에있다며법정관리무효를주장하고나섰다.
장전회장측의주장인즉이렇다.
2002년구조조정을위해일본소주사업부인진로재팬을매각하려했으나골드만삭스가진로재팬의상표권을가압류함으로써외자유치에실패했다는것이다.
이밖에골드만삭스는진로재팬의모회사인진로홍콩에대한파산신청,진로건설등관계사에대한화의취소신청을통해진로가여전히투자위험이높은기업인것처럼몰아외자유치를방해했다는것이다.


하지만법원의생각은달랐다.
법원은골드만삭스의상표권가압류가진로의외자유치를방해할의도로이뤄진것으로볼수없다는이유로골드만삭스의손을들어줬다.
이후장전회장측이추가로제시한법정관리개시신청의부당요건들도차례로기각됐다.


장전회장측과진로노조는법원의판결에대해여전히의혹을지울수없다는입장이다.
모종의커넥션이존재하고있다는것이이들의생각이다.
법원의법정관리개시결정이있기한달전담당부장판사와골드만삭스관계자등이모여골프를쳤다는사실은이들이주장하는내용의개연성을뒷받침해준다.
진로노조관계자는“당시골프모임이법정관리신청을위한사전모임이아니었느냐는의혹이있어담당판사인변동걸부장판사집과골드만삭스측법률대리인인김학대변호사집앞에서시위를벌이기도했으나의혹은여전히해소되지않았다”고말했다.




쟁점2.비밀유지협약에관한진실은?

법원의판결직후장전회장측은골드만삭스의법정관리개시신청이부당하다며즉각항고했다.
이는진로사태가제2의국면으로접어들게된계기였다.
장전회장측은골드만삭스의법정관리개시신청이진로에대한적대적인수의도를갖고이뤄진이상이를받아들일수없다고주장했다.
이들이골드만삭스의행위를‘적대적’으로규정지은것은골드만삭스가자신들과맺은비밀유지협약을위반했다고믿고있기때문이다.


진로와골드만삭스간에맺어진비밀유지협약은진로사태전체를이해하는핵심포인트다.
97년부도이후회생을모색하던진로는구조조정컨설팅을위해골드만삭스와97년11월14일자문계약을맺었다.
이는골드만삭스도인정하는부분이다.
진로의동의없이회사내부정보를다른목적에사용할수없도록하는비밀유지조항도이계약서에포함됐다.


지난2001년말부터2003년6월까지진로의국제변호사로활동한고형식변호사는“골드만삭스는당시자문역할을맡으며알게된내부정보를이용해진로채권을헐값에인수했다”고주장했다.
당시진로가골드만삭스에제공한정보는회사의조직,고용상태,자산상태,판매현황과전망등에관한자료였다.
이들자료를접한골드만삭스는흥분했다.
직감적으로‘돈이될만한물건’임을느낀것이다.
골드만삭스는재빠르게행동에나섰다.
진로와컨설팅자문계약을맺은지3개월만인98년3월부터자산관리공사와국내금융기관채권자들로부터진로채권을매입하기시작했다.
골드만삭스가매입한진로채권은약3400억원규모였다.
고변호사는“액면가의10~15%선에서매매가이뤄졌다”고주장했다.
고변호사의주장이사실이라면골드만삭스의행위는명백한비밀유지협약위반인셈이다.
이에대해골드만삭스는“자문부서와투자부서가분명하게나뉘어있고서로정보교환도할수없기때문에비밀정보를이용해투자한사실이없다”고해명하고있다.


골드만삭스의치밀한전략은이때부터더빛을냈다.
이렇게매집한채권으로골드만삭스는이후진로의자산매각을번번이가로막았다.
2001년1월진로재팬매각저지와2002년진로재팬상표권에대한가압류조치가여기에해당했다.
구조조정자문을위해컨설팅계약을맺은곳이오히려그회사의구조조정을가로막고나선셈이다.


장전회장측은자신들의주장이법원에서받아들여질것으로낙관했다.
골드막삭스의비밀유지협약위반행위가분명하게드러난이상법원이자신들의손을들어줄것으로믿었던것이다.
그러나이번에도법원은골드만삭스의손을들어줬다.
진로와골드만삭스사이에경영자문계약이체결되었다하더라도골드만삭스가실제경영자문을해주거나진로가그대가로자문료를지급했다는증거가없다는점이기각사유였다.
결국2003년9월장전회장측의항고마저모두기각되면서진로는파산(법정관리)의수순을밟게됐다.


법정관리과정에서장전회장은또한번타격을받았다.
예금보험공사와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실시과정에서배임,횡령등의혐의가드러나장전회장이2003년9월구속기소된것이다.
이후2004년10월집행유예로풀려나기까지진로사태도수면아래로사그라들었다.


쟁점3.외국계금융기관이매각가격부풀렸나

2004년9월진로매각을위한주간사로메릴린치가선정되면서진로사태는또다른국면을맡게됐다.
여기저기서인수의향을밝힌기업들이늘어나며매각가격도천정부지로치솟고있다.
이는주로진로정리채권의절반이상을보유한외국계금융기관들에의해이뤄지고있다.
따라서일부에선이들외국계금융기관들이매각가격을부풀려돈벌궁리를하고있는것이아니냐는지적도제기되고있다.


이들외국계금융기관들은진로부도이후이미자산관리공사와채권은행으로부터액면가의10~15%수준의헐값에진로채권을매입했다.
정리계획안에따르면원금의90%까지변제토록했으니이것만으로도벌써5배가넘는평가차익을남기는셈이다.
화의개시이후10%가넘는이자도꼬박꼬박받아왔다.
여기에2005년부터는회사정리계획안에명시된영업이익목표액을초과하는부분에대해서도채권단몫으로돌아가이들외국계금융기관이챙기는이득은더욱늘어나게된다.
현재진로는2조600억원의정리채권을떠안고있으며이중골드만삭스,JP모건,도이치방크,모건스탠리가70%가까이를보유하고있다.


진로노조는이같은매각가격가열현상에대해“외국계금융기관이기업가치를부풀려매각시좀더많은이득을취하려는각본에의해이뤄지고있다”고꼬집었다.
노조는특히매각가격이뛸수록인수자의부담이늘어나는것에대한피해가종업원들에게되돌아올것에대해우려하고있다.
높은가격에인수한만큼인수직후부터조직의슬림화를위해구조조정을강도높게실시할게뻔하다는얘기다.


쟁점4.진로사태의근본원인은?

그럼사태가이지경에이르게된근본원인은어디에있을까?이에대해업계안팎에서는한결같이골드만삭스의치밀함보다는장전회장측의잘못이더크다는쪽에무게를둔다.
무엇보다기업의투명성이제대로갖춰지지않은것이가장큰문제로지적되고있다.
1988년장전회장취임이후15개였던계열사는97년24개로늘어났다.
1년에약3개꼴로계열사를늘린셈이다.
노조관계자에따르면당시무리하게사들일경우경영상의타격을입을게뻔한기업도장전회장의독단에의해일사천리로인수절차가진행됐다.
참모진이나노조등그누구도장전회장에대한견제역할을맡지못했다.
진로관계자는“거의모든의사결정이장회장독단에의해이뤄졌으며주변참모진들은거수기역할에그쳤다”고말했다.
노조역시마찬가지였다.
여기에장전회장의경영능력부재도진로사태발단의원인으로지목되고있다.
심지어장전회장의측근까지도오너의경영능력부재에대해비난하고나설정도다.


98년10월‘참眞이슬露’가처음출시된후지난해7월말까지무려70억병이팔려나갔다.
오늘도삶의고난을소주로달래고있는우리서민들의쌈짓돈이고스란히외국인들의주머니로넘어가고있는셈이다.
‘자본의논리’일뿐이라고단순히치부하기엔명치께가조여오는것도이와무관치않을것이다.




*진로사태일지
날짜/내용
1997년4월21일 진로그룹,부실징후기업정상화대상업체지정
1997년9월7일 (주)진로,서울지방법원에화의신청
1998년3월19일 서울지방법원,(주)진로에대한화의인가결정(5년간원금상환유예
2003년1월10일 (주)진로주식,증권거래소상장폐지결정
2003년3월31일 (주)진로,원금미변제(화의조건불이행)
2003년4월3일 세나인베스트먼트아일랜드,(주)진로에대한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
2003년5월14일 서울지방법원파산부,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주)진로,장진호전회장등주주3명,채권자40명등44명항고
2003년5월15일 서울지방법원파산부,화의취소결정.(주)진로등3명항고
2003년8월13일 삼정회계법인이서울지방법원파산부에진로실사보고서제출.삼정회계법인은진로의파산이유로,장전회장을비난함.
2003년8월27일 첫진로채권자집회
2003년9월8일 대검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장진호전회장,한봉환전부사장을배임등혐의로구속
2003년9월22일 서울고등법원제30민사부,진로측의항고모두기각
2003년9월29일 공적자금비리,장진호등기소
2003년10월1일 진로-홍콩법원,진로재팬놓고마찰
2003년12월12일 진로정리계획안12일마감
2004년1월12일 진로`제3자매각추진’내용의정리계획안법원에제출
2004년3월17일 진로채권자집회
2004년3월17일 진로,M&A재수정안제출
2004년4월23일 진로채권자집회에서진로,법정관리최종인가
2004년4월30일 진로법정관리회사정리안확정및진로새관리인박유광씨선임
2004년6월23일 진로매각주간사선정작업착수
2004년9월2일 메릴린치진로매각우선협상자선정
2004년9월14일 메릴린치진로매각주간사최종선정
2004년10월12일 진로홍콩청산인,장진호전회장형사고발
2005년1월말매각시행공고



문어발 사업확장 화 불러
2004년 진로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900억원, 1930억원이다.
1998년 화의개시 이후 매년 꾸준한 성장을 이뤄왔다.
98년 79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6년 만인 2004년 2.5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영업이익률로만 따지면 진로는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초우량 기업인 셈이다.
98년 38%에 머물렀던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은 2004년 55.3%까지 확대돼 한국 주류산업의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진로는 누구에게 팔려나갈지 모르는 주인 없는 신세에 놓여 있다.
법원은 진로 매각을 위해 현재 회사정리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왜 이 같은 초우량 기업이 주인도 없는 신세로 팔려나갈 처지에 놓인 걸까. 이를 이해하려면 지난 88년 장진호 전 회장이 취임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된다.
당시 진로는 장 전 회장의 지휘 아래 주류회사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다.
장 전 회장의 사업 다각화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취임 첫해 진로유통센터를 개장한 것을 시작으로 89년 종합광고업 진출(새그린), 연합전선 인수, 조선신약 인수, 건설업 진출(진로건설), 91년 통조림 제조업체 펭귄 인수(진로종합식품), 92년 진로쿠어스맥주 설립, 94년 진로 베스토아 설립과 위스키 사업 진출 등 88년 15개였던 계열사는 97년 24개까지 증가했다.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들에게 출자금, 대여금 및 지급보증으로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들 계열사의 경영성과가 부진해지면서 97년 초부터 자금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진로가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추진한 데는 장 전 회장의 판단 착오 외에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다.
진로 관계자는 “당시 시대 분위기는 미래 생존 전략 마련을 위해 새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던 때였다”며 “여기에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이후 세계화, 국제화 논리가 강조되면서 너도나도 새 사업을 찾아나섰다”고 말했다.
진로 역시 소주 하나만으로는 미래의 경쟁력을 지닐 수 없다는 판단에 무리하더라도 사업 확장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잇단 사업확장의 대가는 혹독했다.
계열사에 대한 무리한 자금 지원과 채무보증이 부실을 몰고 와 결국 97년 진로는 무너지고 말았다.
당시 진로가 계열사에 지원한 자금 규모는 98년 9월 말 기준으로 출자금 1208억원, 대여금 1조3262억원, 지급보증 7482억원으로 모두 2조1950억원에 달했다.
화의 이후 계열사에도 급격한 변화가 왔다.
진로건설, 진로종합식품, 진로베스토아, 진로종합유통이 청산됐거나 현재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이 밖에 진로하이리빙, 진로엔지니어링, 청주진로백화점, 우신투자자분, 우신선물, 진로쿠어스맥주, 지티비, 진로위스키 등이 사업양도 방식으로 떨어져나갔다.
늦어도 오는 10월까지는 새 주인을 맡게 될 진로만이 외롭계 남아 있을 뿐이다.
* 진로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추이 구분/총매출액/순매출액/영업이익 1998년/686014/462326/79211 1999년/783264/513050/107148 2000년/829918/521251/136248 2001년/948133/547127/112281 2002년/1030636/590404/95959 2003년/1116410/615972/129599 2004년/1248673/693054/193552 자료 : 진로 단위 : 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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